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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연승' 불사조의 화려한 출발

기사입력 2006.02.15 23:18 / 기사수정 2006.02.15 23:18

윤욱재 기자

팬들의 사랑 속에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뤄 온 한국프로야구가 어느덧 25년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수많은 경기들을 통해 팬들을 웃고 울리는 동안 불세출의 스타들이 탄생하였고, 또 그것이 야구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엑스포츠 뉴스에서는 윤욱재 기자를 통해 스타 선수들의 화려했던 전성기를 찾아 떠나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박철순부터 손민한까지 '그 해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중심으로 집중 조명합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프로야구 25년 특별기획 - 나의 몬스터시즌 1] 1982년 박철순

불사조, 한국프로야구의 출발을 함께하다

프로야구 첫 번째 창단 구단 OB는 윤동균, 김우열 등 노장 중심의 타선인데다 좋은 투수들이 골고루 있는 형편도 아니라서 개막 전부터 일찌감치 ‘우승후보’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하지만 OB는 진정한 에이스 한 명이 팀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 중심엔 박철순이 있었다. 미국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던 박철순은 OB가 트레이드머니까지 지불하며 영입한 야심작. 당시로선 엄청났던 연봉 2400만원을 안겨주며 간판스타로 키울 참이었다.

3월28일 MBC전에서 첫 등판하며 국내 복귀를 신고한 박철순은 2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에이스 본색’을 드러냈다. 최상의 출발이었다.

2연승 고공비행

박철순은 유난히 ‘22’란 숫자와 인연이 깊다.

불멸의 대기록인 22연승 신화는 물론, 기록이 중단된 날도 9월22일이며 찰떡궁합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 김경문(현 두산 감독)의 등번호도 22번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22연승은 4월10일부터 9월18일까지 5개월여 동안 30경기에 등판해 만들어진 땀과 노력의 결과다. 15승이 선발승이고 그 중 13승이 완투승이었다. 완봉은 2차례.

박철순의 연승 비결은 묵직한 직구와 커브, 그리고 당시 국내에선 듣도 보도 못한 팜볼을 유용하게 쓴 덕이 컸다. 마이너리그 시절 익혀온 팜볼은 타자들을 속이는데 쏠쏠했고 그에 따라 직구의 위력이 더해지면서 ‘천하무적’이 되었다.

한편 OB는 한껏 물오른 박철순을 앞세워 전기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며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냈다. 박철순은 정규시즌 MVP로 선정되며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MVP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원년 우승 신화, 그러나...

OB는 비록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상대팀 삼성이 너무 껄끄러웠다. OB가 박철순 하나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삼성은 권영호, 황규봉, 이선희 등 황금트리오가 존재한다는 사실부터가 그랬다. 제 아무리 박철순이라도 한국시리즈의 모든 경기에 등판할 순 없었다. 삼성은 박철순이 안 나오는 경기만 잡아도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으로 뭉쳐있었다(재밌는 사실은 삼성이 2년 뒤 이런 이유로 롯데를 파트너로 골랐다가 또 한 번 당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박철순은 허리 부상을 앓고 있었다. 시즌 마지막경기에서 당한 부상은 한국시리즈에서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OB는 1,2차전엔 힘도 못 써보고 1무 1패로 밀리기 시작했다.

OB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3-1로 리드를 잡자 즉시 박철순을 투입했다. 박철순의 한국시리즈 첫 등판. 박철순은 3.2이닝동안 2실점했지만 OB가 다시 도망가는 덕분에 5-3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

4차전에서도 박철순은 ‘소방수’였다. OB가 겨우겨우 7-4로 역전,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으나 7회말 삼성이 찬스를 잡자 여지없이 박철순을 투입했다. 그러나 ‘환자’는 결코 정상이 아니었다. 연이어 적시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한 점차까지 좁혀지고 말았다. 그래도 에이스 기질을 발휘해 더 이상의 실점은 하지 않으며 또 한번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아직도 많은 야구팬들에게 회자되는 한국시리즈 6차전에선 박철순은 선발투수로 기용되었다. 허리 부상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불굴의 투지 하나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투지 하나론 부족했던 것일까. 박철순은 1회부터 적시타를 내주며 3회까지 3점을 허용, 난조를 보였다. 하지만 OB는 2-3으로 뒤진 9회초 신경식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에 성공하고 김유동의 만루홈런으로 쐐기를 박으면서 승부를 뒤집어 놨다. 3회 이후에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던 박철순의 투지가 극적인 역전극의 발판이 된 것이다.

박철순은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우승의 감격을 맛봤지만 그 후로 우리는 이처럼 다이내믹한 박철순의 투구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부상과 재활의 시련 속에서 부활한 ‘불사조’는 에이스의 불같은 강속구 대신 팬들의 영혼을 움직이는 투구로 야구를 보는 모든 이에게 끝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박철순(1982)→ 24승 4패 7세이브 방어율 1.84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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