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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한국 女배구가 태국에 배워야 할 3가지

기사입력 2009.09.17 01:39 / 기사수정 2009.09.17 01:3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3일 저녁(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벌어진 제15회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3, 4위전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일본에 세트스코어 0-3(16-25, 15-25, 18-25)으로 완패했다. 승부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서브리시브가 급격히 무너진 한국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한국과 일본팀의 전력을 비교할 때,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포지션은 리베로와 레프트 보조공격수이다. 이 포지션은 팀에서 궂은일을 해주는 자리로 '조직력' 배구를 위해 중요한 포지션이다.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도맡아 해줘야 하는 이 자리는 한국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이 포지션에 자리 잡고 있는 김해란(25, 도로공사)과 김민지(24, GS 칼텍스)의 서브리시브는 불안했고 일본을 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서브를 넣는 일본 선수들은 모두 김민지에게 목적 타를 넣었고 한국의 리시브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리시브의 붕괴는 주 공격수인 김연경(21, JT 마베라스)에게 의존하는 단조로운 플레이로 이어졌다. 이러한 경기방식은 한국이 일본에게 패하는 전형적인 '공식'이었다.

3, 4위전 이후 치러진 결승전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우승이 확실시되던 '최강' 중국이 태국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태국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을 분석해본다면 결코 일본과 중국을 연파한 사실이 '우연'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배구는 '키'로 하는 것이 아닌, '발'로 하는 것을 증명한 태국팀

태국대표팀의 구성을 보면 모든 포지션의 조화가 균형 있게 잡혀있다. 날개공격을 책임지는 윌라반, 말리카, 오누마 등은 신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기본기와 타법, 그리고 배구센스 등을 모두 갖춘 선수들이다. 이들은 제자리에서 볼을 때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빠르게 네트를 오가며 공격을 시도했고 어느 위치에 있건 자신 있는 공격을 구사했다.

볼을 때리는 타법도 김연경을 제외한 한국의 공격수들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태국의 공격수들은 볼을 때리는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해 점프를 한 뒤, 온몸을 활용해 때리는 타법을 구사했다.

반면, 국내 장신 공격수들은 날아가는 볼을 늦게 쫓아간 뒤, 어깨와 손목만을 이용해 때리는 경우가 많다. 높은 신장만을 활용한 이러한 타법은 '기본기'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타법이다. 또한, 특정 부위만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볼을 때리다 보면 부상의 위험도 많아진다.

날개 공격을 책임지는 세 선수는 경기가 시작되면 시종일관 코트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플레이를 펼쳤다. 이들은 리베로와 함께 협력 수비를 펼쳤으며 리시브도 서로 미루지 않았다. 이렇게 형성된 조직력은 다양한 세트플레이로 이어졌으며 중국의 높은 블로킹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한국 여자배구는 한동안 장신 화와 높이 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의 특징이었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사라져 있었으며 리시브와 수비 등,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을 육성시키지 못했다. 반면, 여자배구의 생명력인 조직력을 완성한 태국은 자신들보다 훨씬 신장이 큰 중국을 '빠른 움직임'으로 농락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육성시킨 태국대표팀

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미 주니어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성장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호흡을 맞추며 탄탄한 조직력을 익힌 태국팀은 아시아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력 배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수비와 공격 타법 등, 기본기가 좋은 공격수와 리베로, 그리고 중앙에서 빠른 속공을 시도하고 후위로 물러나면 가공할만한 강서브를 구사하는 센터 플레움짓이 조화롭게 구성되었다.

이들 선수들을 조율하는 세터 눗사라는 일본의 타케시다 요시에와 함께 아시아 최고의 세터로 각광받고 있다. 경기의 흐름을 재빨리 읽고 두뇌플레이를 펼치는 눗사라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발과 정확한 토스 워크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조화로운 팀 구성은 우연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태국은 여자배구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고 결국, 모든 포지션의 조화가 균형 있게 짜인 팀을 완성했다.

반면, 한국의 대표팀 멤버들은 대회를 앞두고 수시로 바뀌고 있다. 프로화가 이루어지고 난 뒤, 선수들을 각 소속팀에서 데리고 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작년, 올림픽본선 진출에 탈락한 이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여전히 구단에서 선수들을 데려오는 일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랜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추는 일이 어려워졌다. 경쟁력이 있는 대표팀을 만들려면 장기간 서로 손발을 맞추면서 체계적인 '틀'을 갖추어야 한다.

각 포지션의 조화를 생각하며 장기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대표팀'을 육성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여자배구의 인기, 국제대회의 선전에서 나온다

76년 몬트리올 동메달 획득의 주역인 조혜정 KOVO(한국배구연맹) 경기감독관은 "이제는 옛날처럼 대표팀을 강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선수들에게 대표팀에서 뛰어야 하는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례로 축구 같은 경우는 해외로 진출하려면 대표팀에서 뛰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일본에 진출한 김연경처럼 다른 선수들도 대표팀의 활약을 통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또한, 세계의 강호들에게 패해도 그들에게 무엇을 배웠다는 만족감도 가르쳐야 한다"도 강조했다.

또한, 조혜정 경기감독관은 "한국 여자배구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점은 체계적인 배구 행정과 배구인들의 열정과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태국과 일본 같은 팀은 자국의 체계적인 행정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태국과 일본은 여자배구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국가들이다. 대표팀에 발탁돼 좋은 경기를 펼치면 많은 이들의 성원을 얻게 된다.

이 점에 대해 조혜정 위원은 여자배구 선수들이 팬들의 환호에 갈증을 느껴야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광복절, 목포에서 벌어진 그랑프리 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우리 팀이 0-3으로 완패했다. 경기 결과도 아쉬웠지만 경기장에 모인 많은 관중의 환호를 느끼며 열정을 쏟아 붓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여자배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채운 모습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국내 리그가 벌어질 때, 여자배구는 남자배구를 보러온 팬들에 묻혀 늘 쓸쓸하게 경기를 해왔다. 남자배구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은 물밀듯이 빠져나가고 몇몇 팬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텅 빈 체육관에서 늘 시합을 해왔다. 국내리그도 중요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면 많은 팬들이 환호해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여자배구 인기는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하지만, 여자배구 인기의 중심은 일본 V-리그가 아닌, 국가대표팀의 명승부에 있었다. 태국도 여자대표팀의 관심이 배구 인기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태국은 여자배구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배구는 '키'로 하는 것이 아닌, '발'로 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장기적인 기획 아래 체계적으로 완성된 조직력은 아시아의 강호인 일본과 중국을 침몰시켰다.

그리고 국제대회의 선전을 통해 여자배구의 인기를 주도한 부분은 한국 여자배구가 배워야 될 과제이다.

[사진 = 태국여자배구대표팀, 눗사라, 사카시타 마이코 (C) FIVB(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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