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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테니스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키릴렌코

기사입력 2008.09.29 02:31 / 기사수정 2008.09.29 02:31

조영준 기자



세 번의 도전 끝에 쟁취한 고려청자 트로피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국내 WTA(세계여자테니스투어) 유일의 대회인 한솔코리아오픈이 올해도 무사히 막을 내렸습니다. 28일 오후 1시가 넘어서 벌어진 제5회 2008 한솔코리아오픈테니스 단식 결승전에 진출한 마리아 키릴렌코(21, 러시아, WTA 랭킹 33위)는 사만사 스토서(24, 호주, WTA 랭킹 73위)를 세트스코어 2-1(2-6, 6-1, 6-4)로 물리치고 고려청자 트로피에 입맞춤 했습니다.

두 선수는 시종일관 팽팽한 경기를 펼치면서 휴일에 잠실 올림픽테니스코트를 찾은 7천여 명의 관중들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1세트에서 나타난 키릴렌코의 모습은 힘 있는 스트로크와 서브의 정확도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결승전까지 쉽지 않은 접전을 펼쳐오면서 컨디션의 상태가 최상이 아니었습니다.

키릴렌코는 스트로크를 할 때마다 연신 '괴성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리아 샤라포바(21, 러시아, WTA 6위)에 못지않은 소리를 질러대면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있은 기자회견에서 키릴렌코는 지난해에 비해 기량이 한층 발전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키릴렌코는 올 시즌 클레이코트에서 벌어지는 첫 투어였던 에스트릴오픈에서 단식과 복식을 모두 휩쓸며 좋은 출발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오픈에서도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2008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는 자신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인 16강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선전으로 키릴렌코는 올 여름, WTA 랭킹순위가 19까지 뛰어올랐지만 윔블던 대회와 US 오픈에서는 모두 1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두 메이저대회의 부진과 그 뒤로 이어진 투어에서 뚜렷한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던 키릴렌코는 2006년 3회 대회부터 참가해온 한솔코리아오픈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키릴렌코는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갈증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꾸준하게 참가해 온 한솔코리아오픈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키릴렌코는 지난해에 비해 위기관리 능력과 경기 막판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이 향상돼 있었습니다.

한번 무너지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분과 네트로 뛰어 들오면서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플레이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훨씬 강해진 근성과 집중력을 가지고 돌아온 키릴렌코는 분명히 성장해 있었습니다.

1세트에서 나타난 경기력을 봤을 때, 정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필자의 질문을 들은 키릴렌코는 계속 힘든 경기를 치러오면서 올라온 것 때문에 자신의 컨디션이 40~50%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키릴렌코는 결코 만만치 않았던 상대인 스토서와 2시간이 넘는 경기를 치르고 바로 복식결승전에 임했습니다. 결국, 단식에서 온 피로감을 이기지 못한 키릴렌코는 복식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여자 테니스 선수들의 위상과 키릴렌코 우승의 의미

여자스포츠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테니스에 몰려있습니다. '테니스 황제' 로저페더러(27, 스위스)에 이어 테니스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주인공은 마리아 샤라포바입니다.

샤라포바는 지난 한 해 동안 26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벌어들였습니다. 대회 상금은 물론, 운동 의상과 테니스 라켓, 그리고 패션쇼 출연과 향수 등의 광고료로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습니다.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도 샤라포바의 뒤를 어어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렸습니다. 또한, 은퇴한 전 WTA 1위인 쥐스틴 에넹(26, 프랑스)과 2008 롤랑가로스 챔피언인 아나 이바노비치(21, 세르비아, WTA 4위)도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여성스포츠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부와 명성을 안겨주는 종목은 테니스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테니스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US 오픈 대회의 시청률도 떨어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테니스가 아직도 폭넓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광고모델로 테니스 선수들이 많이 발탁되는 원인은 테니스가 특정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받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전역에서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솔코리아오픈도 마리아 키릴렌코 같이 상품성을 고루 갖춘 선수를 전면으로 내세워 나름대로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아디다스에서 제공해 주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키릴렌코는 아직 최정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는 아니지만 앞으로 성적이 잘 나와 준다면 큰 인기를 누릴 선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beauty of tennis'란 슬로건을 내건 이번 대회는 애초에 출전하기로 한 몇 명의 탑 랭커가 오지 않아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참가한 나머지 선수들이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경기력을 보여줘서 적잖은 테니스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한솔코리아오픈은 내년이면 대회의 급수가 상향조정되고 상금의 규모도 높아질 예정입니다. 이렇게 대회의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세계 10위권에 드는 선수들도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한솔코리아오픈에 세 번이나 연속으로 참가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마침내 우승컵을 안게 된 키릴렌코는 한국 테니스 팬들에게 특별한 선수로 각인될 것입니다.



[사진 = 마리아 키릴렌코 (C) 남궁경상,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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