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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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디시 갤러리 연예인 성명서의 시대

기사입력 2019.12.08 17:29 / 기사수정 2019.12.09 16:15



벌써 2019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지난 2019년을 돌이켜 봤을 때, 연예부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전년도인 2018년과 비교해 가장 크게 차이나는 점을 굳이 하나 꼽으라고 하면, 연예인 관련 성명서가 정말 많이 쏟아져 나왔다는 걸 들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올해 초 대한민국을 휩쓴 버닝썬 게이트. 이때는 유관 연예인별로 성명서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렇게 많은 성명서(성명문)가 쏟아져 나온 것은 그만큼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 해석도 충분히 타당하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생산되는 성명서의 숫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달 수 있다. 현재 디시인사이드 發 성명서는 특정 분야의 팬, 특정 분야를 좋아하는 네티즌들의 의견 혹은 여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테면 대표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갤러리가 대표성이 있는지, 그 갤러리에서 발표한 성명서가 소위 ‘갤주’(갤러리의 주인. 연예인 갤러리의 경우에는 연예인이 갤주라고 불린다)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들의 여론이 현저하게 담겨 있는 문서인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물론, 그냥 순수하게 누군가를 응원하고 칭찬하는 의견, 누군가의 갤러리 이름으로 진행하는 기부 및 봉사활동 같은 것이야 실제로 대표성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게 무의미할 것이다. 일단 긍정적인 이야기이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며, 그런 행동과 발언을 한다고 해서 어떤 권위와 권리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 문화의 온갖 어두운 면과 얽혀 있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이긴 하지만, 실제로 연예인 팬 갤러리들 등은 갤러리 이름으로 선한 활동(기부, 봉사활동 등등)도 한다. 최근의 경향이 아니라 나름 된 이야기다. 디시에서 하는 일이라고 무조건 다 나쁠 것이라 보는 것 역시 옳은 시각은 아니다.

문제는 실재하는 집단으로서 집단행동을 취할 때, 실재하는 집단으로서 대표성을 가지고 무언가를 말할 때인데, 이 경우 특정한 성격을 가진 집단으로서 인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기본적으로 디시인사이드가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매우 큰 커뮤니티면서도 가입 절차가 없고, ID 없이도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워낙 여러 갤러리가 존재하다보니 A라는 갤러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유저가 B갤러리 유저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동이라는 개념을 유지하면서 십수년 이상 세월을 쌓은 커뮤니티이다 보니, 그야말로 별별 일이 다 발생하는 곳이 바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라는 커뮤니티다.

이 부분을 성명서 문제와 대입해보면, 유동닉(회원 가입 안 하고 활동하는 유저)이 갤을 대표해 성명서를 쓸 수도 있고, A갤러리 유저가 B갤러리 유저인 것처럼 해서 B갤러리 성명서를 쓸 수도 있다. 소위 ‘최소한의 필터링’ 없이 갤러리 이름으로 성명서가 나갈 확률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여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운영진, 매니저, 부매니저 같은 시스템(90년대말+00년대 초로 치면 시샵)이 있는데, 이런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매우 빈번히 생기지만), 디시의 경우에는 그나마도 그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물론 디시인사이드 자체 운영진은 있지만, 그들이 각 갤러리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니.

이에 해당 갤러리에 대표성이 있는지 없는지, 성명문이 대표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성명문만 봐서는’ 모른다가 정답이다. 대표성이 있다고 판단할 만한지, 대표성이 없다고 판단해야할지 텍스트만으로는 알기 어렵다는 뜻이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디시 성명문의 맹점이라고 한다면, 몇 명이 이 성명문에 동의했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대표적이다.

일반 시민이 목소리를 내는 창구 중 하나인 ‘청와대 국민청원’과 비교해보면, 국민청원은 몇 명이 동의를 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디시 성명문은 그런 게 없다. 온라인으로 하는 성명문 발표니 자필 서명을 받는 절차는 당연히 없고.

앞서 언급한 유동닉 문화와 연결 지어 생각해보면 한 사람이 ‘동의합니다’라는 댓글을 여러 개 달수도 있다. 게시글 하나에 댓글이 100개인데 실제 작성자는 게시자와 댓글러 포함해 딱 한 명일 수도 있는 것.

예를 들어 글쓴이가 활동량과 상주 인구수가 적은 갤러리에 가서 유동닉으로 ‘이정범 기자, 똑똑하고 잘생기고 머리카락이 풍성해서 지지합니다. xxx 갤러리 일동’이라고 써서 성명문을 게재하고 댓글로 ‘동의합니다’라고 마구 써도 게재 전에 누가 막을 수 없다. 물론 비웃음거리(ex: 정범 하이, 기자양반 안녕하슈, 정범아 갤꺼라 등등)가 되겠으나 시도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 위 지지 성명문에서 주어 빼고 나머지는 허위사실(잘생김+똑똑함+풍성함)인데 말이다.

반대로, 인구수가 많으면 팬커뮤니티라 인정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상주인구가 많고, 활동량이 대단한 갤러리라고 해도 해당 연예인, 아이돌그룹, 방송 등에 우호적인 갤러리라 할 수 있는지,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어 대표성이 있다고 인정할만한 곳인지는 알 수 없다. 이 또한 케이스 바이 케이스.

2000년대 초중반 모 게임 갤러리를 예로 들면, 그 갤러리는 활동량, 인구수,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그 게임 커뮤니티 중 대표커뮤니티라고 할만 했다.

하지만 어느 면에서 봐도 ‘건전한 토론’이 펼쳐지는 ‘팬 커뮤니티’라고는 볼 수 없었다. 해당 갤러리에서 재밌는 짤방1), 밈, 유행어 같은 것들이 생산되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악플, 악성 밈, 멘탈파괴용 조롱 짤방 등이 쏟아졌기 때문.

이 갤러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던 요소 대부분은 2019년도에도 디시의 고질병이자 어두운 면이다.

그래서 디시 갤러리는 나는 활동해도 내 ‘갤주’가 방문하는 것은 꺼려지는 곳이라는 속성이 있고, 연예인 팬들에게는 특히 더 그런 편이다.(ex : 갤주야 디시는 하지마ㅠㅠ)

상식적으로 운영되는 갤러리라고 해도 악성 이슈가 생기면 조롱을 위해 방문하는 악플러들로 넘쳐나는 것이 디시의 악습 중 하나이기도 해서, 위에서 언급한 속성들이 한층 더 강화된다.



디시의 악플 이야기하자면 갤러리 시스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지난 2016년에 마이너 갤러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갤러리 성격이 현재 메인 갤러리와 마이너 갤러리 크게 이 두 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이 두 갤러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갤매니저 시스템이다. 이름만 봐선 마이너는 허술하고 메인은 좋은 것 같지만 그건 또 아니다.

메인 갤러리에는 갤러리 매니저 시스템이 없고, 마이너 갤러리에는 갤러리 매니저 시스템이 있다. 이게 이 두 갤러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메인 갤러리는 디시 자체 운영진이, 마이너 갤러리는 갤매니저(+부매니저)가 악플 관리 등을 하고 있다.

이에 마이너 갤러리에 방문하면 공지에 ‘갤러리 승격을 거부합니다’라는 공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디시에서 ‘갤러리 승격을 거부합니다’로 검색하면 상당히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 갤러리의 갤매니저 시스템이 그나마 약간 더 낫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어쨌든 ‘메인’ 갤러리가 좀 더 우수한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마이너 갤러리 매니저임을 상징하는 주황색 아이콘과 파랑색 아이콘. 주황색 쪽이 주 매니저, 파랑색 쪽이 부매니저를 상징한다. 유저 아이디 옆에 이 아이콘이 붙어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시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모두 무시하거나 폄훼하거나 할 이유는 없다. 사회와 인간에게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 존재하고, 디시 역시 마찬가지다. 접근성이 좋기에 편하게 유의미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중요한 제보가 나오기도 한다.

연예 쪽은 아니지만 최근 이스포츠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였던 ‘그리핀 카나비 사건’ 같은 경우에는 디시 쪽에서 제법 유의미한 의견개진과 제보가 다수 나왔다. 갤러리별로, 사안별로, 사건별로, 따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

물론 디시 갤러리의 경우에는 각 갤러리 별로 성격도 다르고, 갤의 역사, 주요 인물도 제각각이라 판단에 필요한 재료들을 취합해 대표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리는 게 꽤나 어렵다. 앞서서 판단이 어렵다고 말한 건 이런 부분 때문이다.

여튼,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고 해도 엄청난 접근성, 유동닉 등등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악영향이 거짓명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네거티브한 이슈가 생겼을 때 디시에서 나오는 성명서, 성명문, 발표문은 그만큼 신중하게 바라봐야 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갤러리 이름으로 나온 성명서, 디시 기반의 단체에서 나온 성명서 모두 마찬가지다.

디시 성명서=여론, 팬 전체 의견이라는 등식이 생기면 실제 여론, 실제 팬 의견이 왜곡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이렇게 되면 건전한 토론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성명서 같은 것이 나올 일 자체가 사라지는 게 제일 좋은 것이니, 2020년에는 디시를 포함한 각종 커뮤니티에서 네거티브한 이슈로 성명서를 낼일 자체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나름) 연예부 종사자로서, 내년이 올해처럼 다사다난하지 않길 기원한다.



1)짤방 - 짤림 방지용 이미지의 줄임말이다. 디시 갤러리에 관련 이미지를 업로드 안 하고 글을 올리면 글이 삭제 됐었기에, 글 삭제 안 당하려고 올리는 이미지를 짤방이라 불렀다. 현재는 이미지 그 자체를 짤방이라 부른다. 움직이는 이미지(gif 등)는 움짤이라고 부른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디시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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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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