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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의 챔프전, 우승 트로피는 누구 손에?

기사입력 2009.04.21 01:59 / 기사수정 2009.04.21 01:59

최영준 기자

▶ 2008-2009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중간 점검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우승 트로피의 향방은 어느덧 두 팀으로 좁혀졌다. 이미 2차전까지 진행된 챔피언결정전은 현재 1승 1패로 팽팽한 상황. 당초 비교적 단신 팀이 몰린 '1-4-5라인'과 장신 팀이 몰린 '2-3-6라인'으로 나누어져 스피드와 높이의 '황금분할'로 일컬어졌던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은 팀은 예상과는 달리 서울 삼성과 전주 KCC였다.

이변의 연속이었던 지난 6강과 4강 플레이오프, 그리고 막상막하의 팽팽한 대치 구도가 전개되고 있는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되돌아봤다.

전혀 다른 팀으로 탈바꿈한 삼성

삼성의 올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주포 이규섭이 부상으로 벤치에서 개막을 맞이했고, 새로 선발한 외국인선수는 이미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기량 미달로 퇴출됐다. 결국 시즌 중반까지 하위권에 맴돌다가 9연승으로 3위까지 수직 상승하는 등 부침을 거듭했고, 시즌 막판에도 4연패 늪에 빠지며 위기설이 돌았으나 가까스로 4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6강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상대인 5위 창원 LG는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의 부조화, 자유투 문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터. 전문가들의 예상도 대부분 삼성의 우세였다. 3차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은 비교적 무난히 들어맞았다. 결과는 3승 1패로 삼성의 4강 진출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이지만, 삼성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상민과 강혁, 이정석이 버티는 가드진은 경험과 안정성에서 가히 최강이라 부를 만했고, 정규시즌 그리 만족할 만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이규섭은 평균 18.5점을 퍼부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전까지 삼성의 공격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던 테렌스 레더의 가공할 득점력도 여전했다.

반면 LG는 경험 부족이 가장 큰 악재였다. 첫 시즌을 맞는 사령탑 강을준 감독부터 이현민, 박지현, 기승호 등은 모두 노련한 삼성 선수들에 기싸움에서부터 밀렸다. 이들을 상대한 삼성의 이상민마저 “정규시즌 때의 과감한 플레이가 전혀 나오지 않더라”는 지적을 했을 정도. 시즌 내내 이어졌던 아이반 존슨과의 불협화음도 발목을 잡았다. 강을준 감독은 “아이반(존슨)을 뽑은 것이 나의 실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의 다음 상대는 정규시즌 우승에 빛나는 울산 모비스였다. 안준호 감독은 “LG보다 모비스가 매치업하기 더 쉽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6강에서 4경기를 치른 체력적인 열세, 그리고 프로농구 역사상 정규시즌 1위가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운명의 1차전. 과연 모비스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삼성의 열세가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어도 19점 차의 대패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믿었던 버팀목 레더는 단 6득점에 그친 반면, 모비스는 무려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이대로 3연승으로 모비스가 챔프전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때 이른 예상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러나 삼성은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2, 3, 4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새 역사를 썼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레더는 이후 다시 본래 모습을 되찾았고, 6강에서 제 몫을 다했던 노련한 가드진은 4강에서도 모비스의 그것을 압도했다. 이규섭의 부진이 다소 아쉬웠지만, 벤치에서 나선 김동욱이 그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접전이 계속됐던 3차전을 잡아낸 것도 분위기 전환에 큰 도움이 됐다.

새로운 역사였다. 지금까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위와 맞붙어 살아남은 팀은 아무도 없었다. 4위, 5위 누가 올라와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1차전을 내주고 챔프전에 진출한 확률은 고작 16.7%였다. 여러모로 불리한 확률 싸움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경험에서 오는 차이였다. 승부처만 되면 삼성은 배 이상의 힘을 발휘하며 상대의 기세를 꺾었다.

모비스는 2차전부터 함지훈이 상대 김동욱에게 틀어 막힌 것이 주된 패인이었다. 함지훈이 막히면서 주로 승부처가 됐던 3쿼터에 기세를 내주고 말았던 것. 선수단 전체의 경험 부족도 컸다. 주축을 이루는 국내선수가 전부 3년차 이하였던 모비스는 경기 운영 미숙을 종종 드러냈다. 시즌 전 플레이오프도 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일약 우승까지 뛰어올랐지만, 아쉽게 4강에서 고배를 마시며 새 역사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었다.

진화하는 하승진, '전설'을 잠재우다

당초 '1-4-5라인'에 비해 더욱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2-3-6라인'이었다. 한국 농구의 대들보라고 할 수 있는 서장훈, 김주성, 하승진이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그야말로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된 셈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러 차례 우승을 이끌며 이미 전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장훈, 김주성을 향한 신인 하승진의 도전. 그 첫 시작은 서장훈과의 맞대결이었다.

6강에서 인천 전자랜드와 맞붙게 된 KCC는 비교적 수월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서장훈이 버티고 있다고는 해도 하승진의 존재는 그 이상이었다. 가장 큰 약점이었던 자유투 정확도와 체력 문제까지 조금씩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인 하승진은 그 누구도 쉽게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전자랜드가 이기기 위해서는 외곽을 잘 활용하는 길밖에 없다고 여겨졌다.

1차전은 예상대로 KCC의 손쉬운 승리였다. 오히려 전자랜드가 어느 정도 따라붙을 것이라는 예상에 비해 무기력하게 무너졌다는 것이 의외였다. 경기 내내 빈틈없는 모습을 보인 KCC는 무려 28점 차의 대승을 거두며 좋은 분위기를 가져갔다.

그러나 쉽게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전자랜드는 2차전부터 힘을 냈다. 막판 대역전승을 거둔 전자랜드는 홈에서 가진 3차전마저 접전 끝에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이제 1승만 추가하면 4강 진출이 이뤄지는 셈이었다. 수세에 몰린 KCC는 4차전에 승리했지만, 여전히 벼랑 끝 상황에 몰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5차전도 쉽게 끝나지 않았다. KCC는 근소한 우세를 이어갔지만, 전자랜드는 끈질기게 추격했다. 그간 부진했던 서장훈은 이 날 30득점을 퍼부으며 맹활약했지만, 팀 승리를 이끌기에는 한 걸음이 모자랐다. 서장훈과 동갑내기인 추승균은 28점을 올리는 활약으로 전자랜드를 물리쳤다.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얻은 값진 승리였다.

KCC와 전자랜드의 6강 대결은 경기 외적인 양 팀의 과도한 기싸움으로도 떠들썩했다. 치열한 골밑에서의 몸싸움 와중에 신체적 충돌이 잦았고, KCC의 일부 선수들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코칭 스태프도 너무 격렬한 항의를 펼치거나 혹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적지 않은 액수의 벌금을 물었다.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모두 '혈투'라고 부를 만했다.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승리로 마무리 짓고 만난 다음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원주 동부였다. 짜임새 있는 조직력이 강점인 동부는 전자랜드에 비해 더욱 힘겨운 상대로 여겨졌다. 정규시즌 막판 부진으로 아쉽게 1위 자리를 모비스에 내주긴 했지만, 얕볼 수 없는 강팀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서장훈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한 빅맨인 김주성과 하승진의 맞대결 역시 초미의 관심사였다.

3차전까지는 무난한 동부의 우세였다. 1차전을 연장 접전 끝에 힘겹게 잡아낸 동부는 2차전에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적지에서 펼친 3차전에서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거두며 2년 연속 챔프전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KCC는 팀의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추승균이 윤호영에게 꽁꽁 묶인 것이 뼈아팠다.

하지만 KCC엔 하승진이 있었다. 하승진은 4차전에 무려 30득점, 12개의 리바운드를 올리는 괴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그야말로 '각성'이라고 표현할 만했다. 5차전에는 그간 부진했던 칼 미첼도 살아났다. 하승진의 더블-더블 활약은 여전했다. KCC는 2위 동부를 꺾고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3-4위 간 챔피언결정전 대결을 성사시켰다.

동부는 지난 시즌과 같은 조직력이 발휘되지 않았다. 이전까지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던 표명일은 동부가 이긴 1, 3차전을 제외하면 침묵했고 믿었던 해결사 웬델 화이트도 기복이 심했다. 무엇보다 부쩍 성장한 하승진을 막기에는 동부의 수비 조직력이 너무 무뎌져 있었다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이변의 챔프전, 우승 트로피는 누구 손에?

삼성과 KCC의 챔피언결정전 격돌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두 팀 모두 시즌 중반까지는 8~9위까지 순위가 하락하는 등 부침을 거듭했기에 더욱 그랬다. 6강 플레이오프를 거쳐온 팀끼리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 것은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저 이변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LG와 모비스를 뚫고 올라온 삼성의 가장 큰 무기는 경험이다. 이상민을 필두로 강혁, 이규섭, 이정석 등이 모두 2회 이상의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출장 시간을 부여받고 있는 선수 중 플레이오프 경험이 없는 것은 4강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동욱뿐이다.

반면, 전자랜드와 동부를 잡고 올라온 KCC는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높이가 강점이다. KCC를 상대하는 팀은 설령 승리를 거두더라도 잦은 도움 수비와 변칙 작전을 사용하는 등 쉽지 않은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월한 것은 물론이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KCC의 우세를 점친 상황에서 삼성의 1차전 승리는 다소 뜻밖의 결과였다. 전반까지 뒤지던 삼성은 3쿼터부터 저력을 발휘, 결국 전세를 뒤집어내는 저력으로 역전승을 따냈다. 역시 KCC는 우려됐던 가드진의 약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승진이라는 확실한 공격 루트를 확보하고도 볼을 투입하지 못해 공격이 풀리지 않는 꼴이었다.

기세가 오른 삼성은 2차전에서도 KCC를 몰아붙였다. 지난 1차전과는 반대로 전반 우위를 삼성이 가져간 것. KCC는 또 다시 볼 흐름이 둔화되며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접전 상황에서 추승균과 하승진의 맹활약이 빛났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이미 KCC의 '승리 공식'임을 입증한 두 선수는 이 날 후반에 더욱 힘을 내며 삼성의 추격을 떨쳐냈다.

1승 1패로 팽팽한 가운데 두 팀은 오는 22일 잠실로 옮겨 3차전을 갖는다. 홈에서 경기를 펼치는 삼성이 다소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2차전 승리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KCC 쪽도 만만치는 않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기세의 차이보다는 1, 2차전에서 그랬듯이 막판 집중력의 차이가 승패를 가를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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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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