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프리미어리그 빅6 중 하나인 토트넘 홋스퍼가 2부 챔피언십 강등 위기에 놓였다.
리그 29라운드 기준 강등권과 단 승점 1점 차인 16위까지 추락한 가운데 팀의 상징이었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현지 분석도 나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6일(한국시간) 토트넘의 몰락 과정을 집중 조명하며 이번 사태가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경영 실책과 핵심 전력 이탈, 클럽 시스템이 곪아 터진 결과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지난 시즌 손흥민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로 떠난 이후 공격진의 파괴력이 급감한 가운데, 최근 크리스털 팰리스전 대패로 강등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토트넘은 6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25-2026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홈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전반 34분 도미닉 솔란케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안방에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던 핵심 센터백 미키 판 더 펜이 선제골 불과 4분 뒤 퇴장을 당하며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수적 열세에 몰린 토트넘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스마일라 사르에게 동점골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예르겐 스트란 라르센에게 역전골까지 헌납, 전반전에만 연달아 실점을 허용해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번 패배로 토트넘은 리그 29라운드 기준 7승8무14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승점 29점에 머물며 18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28)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하는 수치스러운 위치에 놓이게 됐다.
BBC는 이러한 토트넘의 몰락 원인을 분석하며 가장 먼저 다니엘 레비 전 회장의 구단 운영 방식을 정조준했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골키퍼이자 토트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폴 로빈슨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비 회장이 조세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처럼 당장의 성과를 내야 하는 '우승 청부사' 유형의 감독들을 선임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의 선수 보강은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레비 회장은 경기장 증축 등 외적인 재정 구조와 인프라 면에서는 성공적인 성과를 냈을지 모르나 축구 구단의 본질인 경기력과 선수단 관리 측면에서는 수년간 고집스러운 협상 태도와 실책을 반복하며 팀을 퇴보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감독 선임의 잔혹사 역시 토트넘을 수렁으로 밀어 넣은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2019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이후, 구단은 팀을 재건하려는 그의 요구에 막대한 투자로 화답하는 대신 장기적인 비전을 상실한 채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부임한 무리뉴 감독은 카라바오컵 결승전을 고작 일주일 앞두고 해임되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고,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은 부임 4개월 만에 짐을 싸야 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잠시 희망을 주는 듯했으나, 리그 성적이 17위까지 떨어지자 경질을 피하지 못했다.
후임으로 낙점받았던 토마스 프랭크 감독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토트넘은 어떤 색깔의 감독이 와도 적응하지 못하는 '감독들의 무덤'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역시 팀의 상징이자 득점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부재다.
BBC는 토트넘이 지난 3시즌 동안 팀 내 최고 득점자였던 케인, 손흥민, 그리고 브레넌 존슨을 모두 잃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공격진의 무게감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졌다고 분석했다.
케인을 대체하기 위해 영입된 솔란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여름 손흥민이 LAFC로 이적한 이후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추진했던 모건 깁스 화이트나 에베레치 에제의 영입 시도는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손흥민 대체자로 영입된 모하메드 쿠두스마저 현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어 토트넘은 사실상 공격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자원이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다.
설상가상 현재 팀의 핵심 줄기인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제임스 매디슨까지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신음하고 있다.
BBC는 두 선수의 부재가 이번 시즌 내내 토트넘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 전술의 세밀함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털 팰리스 원정 경기 이후 리그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토트넘의 최근 분위기를 보면, 자칫하면 남은 라운드에서 웨스트햄에 자리를 내주고 강등권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이 될 기세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는 기현상은 토트넘이 현재 얼마나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결국 토트넘의 현 상황은 경영진의 오판, 감독 선임의 실패, 핵심 선수의 이적과 부상 등 모든 악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만들어낸 인재에 가깝는 얘기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강등 당하지 않았던 토트넘이지만 현재의 부진을 끊어낼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팬들을 더욱 절망하게 하고 있다.
손흥민과 케인이 지탱하던 토트넘은 이제 잔류를 위해 매 경기 사투를 벌여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만약 토트넘이 남은 경기에서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2부 챔피언십에서 승격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