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질된 후벵 아모림 감독은 스스로 경질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평소 일부 관계자들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던 아모림 감독은 이전부터 팀을 떠나고 싶어했는데, 구단 수뇌부와의 회의 중 자신의 전술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들어오자 이를 빌미로 구단의 경질을 유도했다. 이러한 주장은 경질이 결정된 후 공개된 아모림 감독의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맞물리며 힘을 얻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일(한국시간) "후벵 아모림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직에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2024년 11월 부임한 아모림 감독은 지난 5월 스페인 빌바오에서 치러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팀을 이끌었다"며 "구단 수뇌부는 팀이 프리미어리그 6위에 위치한 현재 상황을 놓고 변화가 필요한 적절한 시기라는 판단을 내린 끝에 이련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결정은 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최대한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모림 감독이 그동안 팀을 위해 보여준 헌신에 감사하고, 그의 앞날의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고 했다.
아모림 감독이 경질될 이유는 객관적으로도 충분했다.
우선 성적이 상당히 부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모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치른 63경기에서 24승18무21패를 거두며 38.7%라는 터무니없는 승률을 기록 중이었다. 당장 최근 5경기 1승(3무1패)에 그치는 등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전술도 문제였다. 아모림 감독은 스포르팅CP 시절부터 사용했던 3-4-3 전형을 기반으로 한 전술 외에는 다른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상대 팀들에 의해 자신의 전술이 파훼되고도 변화를 주지 않아 전문가들은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아모림 감독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단 수뇌부가 그를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모림 감독은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뒤 기자회견에서 구단 수뇌부를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발언을 꺼냈고, 이후 회의해서 수뇌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결국 팀을 떠났다. 내부적으로는 곪아 있었던 셈이다.
당시 아모림 감독은 자신은 팀 운영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저(Manager)'가 되기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온 것이지, 단순히 전술에만 관여하는 '헤드 코치(Head Coach)'로 일할 생각은 없었다며 영입 담당자와 스포츠 디렉터 등 구단 인사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카우팅 부서와 스포츠 디렉터 등 구단 내부 인사들이 감독의 고유 권한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며 자신이 온전히 팀을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하지만 이것은 아모림 감독의 입장이었다.
일각에서는 이전부터 일부 구단 관계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모림 감독이 사실은 경질되기를 바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는 아모림 감독이 경질된 이후 정작 경질을 원한 것은 아모림 감독 본인이었다는 내용을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울버햄턴전이 무승부로 끝난 뒤 진행된 구단 회의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테크니컬 디렉터 제이슨 윌콕스에게 분노한 아모림 감독이 결별을 결심했고, 리즈전 직후 구단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는 게 '텔레그래프'가 전한 타임라인이다.
'텔레그래프'는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가 전한 바에 따르면 아모림은 제이슨 윌콕스와의 회의 직후 이성을 잃은 것으로 묘사됐다"며 "이는 지난 몇 주 동안 불안정했던 14개월간의 소란스러운 재임 기간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설명했다.
언론은 "소식통에 의하면 아모림 감독은 회의에서 자신의 전술 시스템에 대한 주제가 제기되자 폭발해버렸다. 오마르 베라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수뇌부는 온갖 수난 속에서도 아모림을 지지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분위기였다"며 "더 이상 관계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의미였고, 공식 이사회가 열리지 않고도 공동 구단주들의 지지 아래 아모림을 내보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모림은 월요일 아침 윌콕스, 베라다와의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경질됐다"고 밝혔다.
일부 구단 관계자들은 아모림 감독이 경질을 원했다고 입을 모았다.
'텔레그래프'는 "구단 내부에서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모림이 떠나기를 원했고, 경질을 유도하려고 했다는 점에 도달했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한 관계자는 '우리는 나쁜 결과와 변덕스러운 행동, 공개적인 발언 속에서도 아모림을 끝까지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권력 다툼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며 구단 관계자들은 아모림이 경질을 유도했다고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아모림 측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경질 소식이 알려진 직후 촬영된 사진 속에서 아모림 감독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진=SNS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