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23 12:59 / 기사수정 2011.06.23 20:11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일반적으로 국경을 맞댄 국가들 사이에서는 역사적으로 캐묶은 악감정이 존재한다. 남미 역시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칠레와 페루,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언제든 서로에게 으르렁거릴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이런 나라 외에도 남미 대륙에서는 국경을 마주하기만 해도 두 나라 간의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브라질이다. 남미 면적의 49%, 인구의 51%를 차지하는 '남미의 거인' 브라질은 남미 10개국 중 에콰도르와 칠레를 제외한 8개국(기아나 3국 포함 시 11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게다가 브라질은 남미 유일의 포르투갈어 국가라 다른 나라로부터 왠지 모를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근에는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지만 브라질은 역사적인 면에선 아르헨티나 못지않게 주변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특히 이번 대회 B조에 함께 속한 파라과이는 브라질로 인해 국가 자체가 '전멸'할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1864년 당시만 해도 남미의 군사 강국이었던 파라과이는 우루과이의 내정 문제로 브라질과 전쟁에 돌입했다. 6년간의 전쟁 끝에 남성 90%가 사망하는 등 전쟁 전 130만이던 인구가 22만으로 줄었다. 역사상 최악의 전쟁으로 회자되는 이 전쟁을 파라과이 전쟁 또는 삼국동맹전쟁으로 부르지만 당시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 동맹군 20만 병력 중 브라질군이 16만 명을 차지할 정도로 삼국동맹을 주도했다.
비록 전후 약 150년 동안 양국은 숱한 물적, 인적 교류로 과거의 앙금을 많이 치유했지만, 그것이 축구장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제3국에서 벌어지는 이번 대결은 양국의 인접국인 아르헨티나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경기장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이다.
2강 1중 1약의 B조(브라질, 파라과이,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네 나라의 전력 차를 서열화할 수는 있지만, 실제 결과에서 그것이 무너진다 해도 이변이라 칭할 정도는 아니다. 남아공월드컵 남미 지역예선에서 브라질과 파라과이의 승점 차는 고작 1점에 불과했다.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는 21세기 들어 남미에서 축구 발전이 가장 뚜렷해 보이는 나라들이다. 브라질의 8강 진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도 충분히 8강행을 노릴 수 있다.
지난 두 대회에서 남미 정상에 오른 브라질은 최대 라이벌 아르헨티나의 심장(결승 장소가 아르헨티나 축구의 상징, 모누멘탈 경기장)에서 대회 3연패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마누 메네세스 감독이 부임, 전임 둥가 시절의 안정된 경기력을 성공적으로 계승했고 의미 있는 세대교체도 과감히 단행했다. 그러나 브라질 축구의 상징인 화려한 공격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브라질의 약점, 해결사의 부재
전통적으로 브라질 축구의 강점은 강력한 한방이었다. '검은 다이아몬드' 레오디나스를 시작으로 얼마 전 공식 은퇴를 선언한 호나우두까지, 브라질 대표팀은 뛰어난 스트라이커들의 마무리 능력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사뭇 다를 전망이다. 마무리 능력이 좋은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 브라질 대표팀 공격진은 네이마르 다 시우바(산투스)와 호비뉴(AC 밀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두 선수 모두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횡적인 움직임을 토대로 공격의 물꼬를 터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대회 브라질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는 프레드(플루미넨시)와 알레산드리 파투(AC 밀란)가 맡는다. 파투의 경우 유럽 무대에서 검증된 스트라이커이므로 네이마르, 호비뉴와 함께 위협적인 공격 전개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는 대회 직전 당한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몸 상태를 보일지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 네덜란드, 루마니아전에서 메네세스 감독은 프레드를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프레드는 문전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음은 물론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레드의 침묵은 브라질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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