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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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클리블랜드를 이끄는 케니 로프턴의 힘

기사입력 2007.10.18 01:12 / 기사수정 2007.10.18 01:1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역사의 기록을 살펴보면 7차전으로 치러지는 월드 시리즈와 리그챔피언십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는 1차전이 아닌 3차전으로 기록 되어있다.

최근의 이력을 살펴보면 3차전 승리 팀은 2003년 '염소의 저주'에 6차전 파울볼을 건드린 관중의 이름을 딴 '바트먼의 저주'까지 겹친 시카고 컵스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시리즈를 장악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거나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90년대 영광의 시간을 뒤로 하고 리빌딩의 시기를 걷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선 클리블랜드는 17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가진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까지 7:3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월드시리즈 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클리블랜드가 다시 일으킨 돌풍, 그곳에는 다시 돌아온 '주루의 귀재' 케니 로프튼(40)이 있다.

로프튼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제이콥스 필드에서 벌어진 보스턴과의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 2회 말 승기를 잡는 투런을 터뜨리며 클리블랜드의 4:2 승리를 견인했다. 선발 제이크 웨스트브룩의 6.2이닝 7피안타 2실점 호투도 컸으나 로프튼의 홈런이 아니었다면 클리블랜드의 3차전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시즌을 시작했던 로프튼은 트레이드 데드라인이었던 7월 30일, 외야진 보강을 원했던 클리블랜드의 오퍼로 정든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여러 팀을 전전했던 로프튼. 그러나 로프튼은 90년대 중·후반 인디언의 익살맞은 표정이 그려져 있는 클리블랜드의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더럽히며 다이아몬드를 횡행했던 '주루의 교본'이었다.

90년대 중·후반, 클리블랜드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독주체제를 형성하며 승승장구하던 시절 리드오프로 맹활약했던 로프튼. 당시 케니 로프튼 - 오마 비즈켈 - 로베르토 알로마 - 매니 라미레스 - 짐 토미로 이어지는 타선은 리그 최강이었고 상대 투수들에겐 현재의 양키스 타선만큼이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당시 라미레스가 타점머신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로프턴과 비즈켈, 그리고 알로마 같은 출루율이 높은 선행 주자들이 앞에 대기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로프턴은 1번 타자로 심심치 않게 한 방을 때려내는 장타력도 보유하고 있었고 선구안과 빠른 발까지 갖춰 리키 헨더슨 이후 최고의 1번 타자로 평가받았다. 클리블랜드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그는 뉴욕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그리고 LA 다저스 등 여러 팀을 거치며 저니맨으로 선수생명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자신의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로프튼. 그는 더 이상 최상의 기량을 보여줄 수는 없었으나 운동능력 자체로 하는 야구가 아닌 야구의 참맛을 음미하고 즐기는 여유를 가졌던 것이다. 불혹을 넘긴 많은 노장 선수들이 쉽게 은퇴하지 않고 선수생명을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젊은 시절엔 최상의 플레이를 펼치는데 집중하며 따라온 많은 연봉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로 야구에 대한 참맛을 깨닫지 못했다면 전성기가 지난 시절엔 한층 여유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노장들이 은퇴를 늦추며 바람직한 선수 생활을 오래도록 유지해가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참맛으로 즐긴 야구의 결과물. 운동능력이 떨어진 만큼 때론 기대보다 미덥게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때때로 최상의 플레이로 이어져 기대 이상의 결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만으로 4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늘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정진한 로프튼의 진면모는 이번 시리즈에서 비로소 나타나고 있다.

그는 더 이상 클리블랜드의 중견수, 리드 오프가 아니다. 90년대 그가 지켰던 영광의 자리는 현재 팀의 최고 인기스타인 그래디 사이즈모어가 지키고 있다. 그러나 로프튼은 하위타선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상위타선이 결정짓지 못한 타점을 해결해 주었고, 디비전시리즈 평균타율 .375를 때려내며 디비전 시리즈 팀 내 타율 2위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그 진가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3차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가 보스턴의 선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흔들어 놓는 투런 홈런을 작렬시킬 때, 90년대 클리블랜드의 활화산 같은 타력에 열광하던 홈 팬들은 다시 돌아온 가족을 반기듯이 '케니!!' 를 연호하였다. 

뜨거운 홈 관중의 성원에 귀환한 노장은 커튼콜에 답례하였다. 로프튼의 홈런으로 승부에 디딤돌을 놓은 3차전은 클리블랜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90년대 아메리칸리그에서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며 3번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과 2번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루어 냈으나 끝내 우승을 이루지 못했던 클리블랜드. 그 한이 서린 울분이 로프턴의 열정에 더욱 불을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90년대 클리블랜드의 주축 멤버들은 매니 라미레즈(보스턴), 짐 토미(시카고 화이트삭스)처럼 다른 팀으로 둥지를 틀었거나 로베르토 알로마, 알버트 벨 처럼 은퇴의 길을 걸었다. 전성기를 써내려갔던 친정팀으로 다시 돌아간 로프튼. 그는 팀의 정신적 지주로 여겨지고 있으며 팀이 승리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클리블랜드가 2007'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보스턴을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면 이는 팀의 승리임과 동시에 노장의 투혼을 유감없이 발휘한 로프튼의 승리로도 여겨질 것이다.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서 그가 맹활약한 경기는 반드시 클리블랜드의 승리로 이어졌다.

불혹을 넘긴 노장 로프튼. 그가 과연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진출시키며 콜로라도 로키스를 꺾고 챔피언의 영광을 팀 원들과 함께 누릴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사진=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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