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7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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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갑작스러운 은퇴, 왜?

기사입력 2007.03.10 15:07 / 기사수정 2007.03.10 15:07

이준목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준목 기자] KCC의 베테랑 슈터 김영만(35)이 최근 갑작스러운 은퇴를 선언했다. KCC는 김영만이 오는 13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원주 동부와의 정규시즌 홈경기를 끝으로 은퇴식을 하고 정든 코트를 떠날 것임을 공식발표했다.

올 시즌 잦은 부상과 노쇠화 현상으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시즌 중 갑작스러운 은퇴는 뜻밖이다. 김영만은 올해 31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2.6점, 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난여름 비시즌 동안 FA선수로 풀려 동부에 영입됐던 김영만은, 1월 정훈, 배길태와 함께 '3대3 트레이드'로 다시 KCC로 팀을 옮겼으나 끝내 부활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농구공을 내려놓게 되었다.

프로농구 원년 선수인 김영만의 은퇴는 KBL 초창기부터 그의 플레이를 함께해왔던 농구팬들에게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농구 명문 마산고와 중앙대학을 졸업하고 95년 실업 기아에 입단한 김영만은 데뷔하자마자 주전 포워드로 자리 잡아 두 차례 농구대잔치 우승을 경험했다. 97년 프로리그 출범 이후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의 창단 선수로 활약하며 소속팀의 원년 우승과 2회 준우승을 이끌었다.

97~98시즌과 98~99시즌 2년 연속 베스트 5에 선정되며 전성기를 구가했고 허재-강동희-김유택 등 중앙대 선배들과 함께 90년대 중후반 '기아 왕조의 제2기'를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힌다. 독특한 슛 자세와 기복 없는 득점력을 과시하며 '사마귀 슈터'라는 별명을 얻었고, 공격뿐만 아니라 상대 득점원을 꽁꽁 묶는 당대의 수비 '스폐셜 리스트'로서 공수를 겸비한 선수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김영만은 30대에 접어들어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부진했다. 2000년대 이후 기아를 인수한 모비스에서 SK, LG, 동부, KCC를 방랑하는 '저니맨' 신세가 되었고 전성기의 순발력을 상실한 채 평범한 벤치 선수로 전락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올 시즌 비교적 포워드진이 약하다고 평가받은 동부와 KCC에서 베테랑의 경험과 노련미로 한 몫 해줄 것이 기대되었으나 끝내 세월은 노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로써 지난 비시즌 기간에 은퇴한 '캥거루 슈터' 조성원(전 KCC)에 이어 또 한 번 KBL 초창기를 빛낸 스타가 선수 생활을 마쳤다. 두 스타는 90년대 초반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10여 년 가까이 코트를 호령하며 한국농구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당시 앳된 기가 가시지 않은 파릇파릇한 활약으로 실업 선배들을 위협하던 당찬 '영건'들도 이제는 어느덧 하나둘씩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김영만의 은퇴로 이제 남아있는 프로농구 '원년 선수'는 전희철(SK), 우지원.이창수(모비스), 김훈(KT&G), 김병철(오리온스)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문경은-이상민은 원년 당시 상무 소속으로 97~98시즌부터 합류)

프로농구 초창기 선수 중에서 여전히 팀 내에서 주전급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김병철과 이상민, 우지원 정도. 한때 프로농구를 호령하던 스타들도 세월은 어찌할 수 없는 듯 최근에는 부상과 체력저하로 전성기의 기량을 잃어가고 있어 안쓰럽다.

한편으로 노장선수들의 은퇴는 국내 프로농구의 세대교체가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지금 현재 코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30대 노장 스타들은 대부분 2~3년 안에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리그 출범 10년 동안 KBL이 뿌리를 내리는데 견인차 구실을 해온 '농구대잔치 세대'가 은퇴할 경우 새 세대가 그 바통을 순조롭게 받을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인 요즘이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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