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2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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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화려해 더 비극적인…황민현 뮤지컬 데뷔[엑's 리뷰]

기사입력 2019.09.03 15:40 / 기사수정 2019.09.03 15:43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작품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뮤지컬은 특히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방대하고 드라마틱한 인생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픽션을 창조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 있다. 더구나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해야 하기에 캐릭터의 감정을 다룰 때 조심스럽다. 그러나 대신 완성도 높은 넘버와 이야기를 통해 탄탄한 전개와 연출을 선보인다면 어떤 픽션보다 더 흥미롭고 감동적일 터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황후 마리 테레자의 딸이자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의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를 소재로 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5년 만에 돌아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린다.
 
'엘리자벳', '레베카', '모차르트!'를 만든 실베스터 르베이·미하엘 쿤체 콤비가 탄생시킨 작품이다. 2006년 일본에서 초연했고 2009년 유럽에서 공연했다. 국내에서는 각색을 거쳐 2014년 첫선을 보였다. 이어 수정과 보완 후 5년 만에 재연 중이다.

사치와 향락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지만 작품에서는 그를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당장 먹을 빵이 없어 굶주려 분노를 표출하는 마그리드 아르노에게 악의 없이 “샴페인 한잔 하겠나”라는 말을 건넨다. 궁정 밖 세상 물정은 모르고 자기가 만든 동화 같은 아름다운 농장에 푹 빠진 철없는 왕비이기도 하다. 반면에 “죄를 지은 왕비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며 도망가기를 거부하는가 하면 평범한 여자와 다를 바 없는 모성애도 보여준다.

사료에 따르면 실제 역사 속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전의 여왕과 비교해 사치가 심한 편이 아니었으며 선량하고 동정심 많은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어록(?)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나 이 또한 왜곡된 루머로 전해진다. 뮤지컬에서도 겨우 14살에 오스트리아를 떠나 낯선 프랑스의 황실에 시집 온 탓에 혼란스러움을 겪은 캐릭터임을 강조한다. 프랑스 혁명의 흐름 속 민중의 화를 한 몸에 받고 억울하게 단두대로 처형당하는 인물로 묘사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마그리드 아르노다. 허구의 인물이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만큼 비중 있게 다룬다. 화려함의 절정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있다면 마그리드 아르노는 굶주리고 집 없고 누더기를 걸친 빈민이다. “누군가는 행복에 젖고 누군가는 눈물에 젖네”라며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혁명을 선도한다. 두 사람의 삶을 대조해 극적인 전개를 펼친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고도 솔직하게 건네는 스웨덴 귀족 페르젠 백작, 왕보다는 평범한 남자로 살고 싶어한 루이 16세, 모든 걸 가졌지만 만족 못하고 프랑스의 왕이 되려는 야심을 불태우는 오를레앙 공작 등 여러 인물의 면면이 소홀하지 않게 그려진다.

다만 작품의 주제 의식인 ‘진실과 정의의 참된 의미’라는 메시지보다는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극적 운명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가 알고 보니 배다른 자매였다는 설정 역시 마그리드가 마리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집어넣은 듯 작위적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이야기는 흥미롭고 볼거리도 풍성하다. 로코코 양식을 반영한 화려한 궁중 의상과 무대 등에 시종 눈이 간다. '그녈 봐', '내가 숨 쉴 곳', '난 최고니까',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 '최고의 여자', '세상을 지배하는 법', '더는 참지 않아', '운명의 수레바퀴' 등 넘버들은 극에 녹아든다.

배우들의 열연이 몰입을 돕는다. 김소향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천진난만함부터 애절한 로맨스, ‘엄마’의 모습까지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아들에 대한 친권이 박탈된 뒤 울부짖는 장면에서 특히 절정의 감정 연기를 선보여 눈물샘을 자극한다.

페르젠 역할에는 뉴이스트 황민현이 캐스팅 돼 뮤지컬에 데뷔했다. 데뷔작이어서 연기가 다소 딱딱하고 다른 뮤지컬 배우들과 비교해 성량이 작긴 하나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녹아든다. 아이돌 배우들이 발음, 딕션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황민현은 이 부분에서는 무리 없이 대사를 전달한다. 

루이 16세 역을 맡은 이한밀 역시 연기와 가창력으로 인상을 남긴다. 루이는 왕보다는 대장장이를 꿈꾸는, 우유부단하고 무능력해보이는 인물이다. 한편으로는 가정적인 아빠이자 백성들에게 총을 쏠 수 없다고 외치는 따뜻한 면모도 지녔다. 이한밀은 그런 루이 16세를 말투부터 표정까지 실감나게 소화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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