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한동안 '대작 MMORPG 가뭄'을 호소하던 게이머들이 올해는 오히려 반대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줄줄이 이름을 올린 신작 MMORPG들이 하나같이 '우리가 판을 바꾸겠다'는 기세로 출사표를 던지고 있어서다.
한두 작품이면 모를까, 이름값 하는 개발사들이 수년간 갈고닦은 기대작을 동시에 꺼내드는 중이라 게이머 입장에선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올해 라인업을 보면, 그래픽이 좋다거나 콘텐츠가 많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걸 개발사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눈치다. 저마다 뚜렷한 색깔을 들고 나와 유저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유저가 곧 신이 된다'는 콘셉트로 가장 먼저 시선을 끈 작품은 넷마블의 'SOL: enchant(솔: 인챈트)'다. 리니지M 핵심 개발진이 주축이 된 신생 개발사 알트나인이 만들고 넷마블이 퍼블리싱한다. 원래 4월 24일 출시 예정이었으나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겠다며 6월 중으로 일정을 미뤘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화젯거리는 '신권(神權)' 시스템이다. 서버 내에서 '신', '주신', '절대신' 등급에 오른 유저에게 게임 운영 수준의 권한을 준다. 말 그대로 전지적 MMORPG다. 절대신은 전 서버를 통틀어 단 한 명뿐인데, 서버 통합이나 BM 선택은 물론 개발사의 업데이트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알려졌다.
유료 아이템까지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경제 구조에, 기존 MMORPG의 기본 재화인 '골드'를 아예 없앤 것도 파격이다. 접속하지 않아도 24시간 캐릭터가 성장하는 무접속 플레이 모드까지 갖췄다. 언리얼 엔진 5 기반 심리스 월드에서 나이트, 레인저, 메이지 3개 클래스로 플레이할 수 있다.
'그랑사가'의 엔픽셀이 정통 MMORPG에 도전장을 내민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도 빼놓을 수 없다.
스마일게이트가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으면서 로스트아크 이후 차기 MMORPG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출시가 목표이며, 지난해 말 시네마틱 티저가 공개된 뒤로는 후속 정보를 기다리는 단계다.
붕괴된 낙원 '에데리온'과 성역 '성소'를 배경으로 한 다크 판타지 세계관에, '인간의 자유 의지'를 핵심 주제로 내세운다.
지형 고저차와 지형지물을 활용한 전략적 전투가 특징이고, 언리얼 엔진 5 기반 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직 실제 게임플레이가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평가는 이르지만, 경력 10년 이상의 MMORPG 베테랑들이 다수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정통 후속작 '오딘Q'도 올해 라인업의 한 축이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개발 중이며, 2024년 지스타에서 '프로젝트Q'란 이름으로 첫 공개된 뒤 타이틀이 확정됐다. 원래 올해 2분기 출시가 목표였으나, 글로벌 원빌드 출시로 방향을 틀면서 3분기로 밀렸다.
북유럽 신화의 대서사시 '에다(EDD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세계관 위에, 언리얼 엔진 5 기반 쿼터뷰 방식의 풀 3D 심리스 오픈월드를 올려놓았다.
전작에서 입증한 하이엔드 그래픽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게 개발사의 설명이다. 다양한 종족·직업 조합과 던전별 독창적인 기믹이 핵심이며,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권 동시 출시를 노리고 있어 글로벌 성적이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반등에도 직결될 전망이다.
국산 MMORPG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소울라이크 전투를 전면에 내세운 이색작도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크로노 오디세이'다.
엔픽셀에서 분사한 크로노스튜디오가 개발을 맡고 있으며, 2019년 첫 공개 이후 긴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해 6월 첫 글로벌 CBT까지 왔다.
시간과 공간을 테마로 한 세계관 위에 논타겟 수동 조작 기반의 묵직한 전투를 얹었다. 회피, 패링, 타이밍 조절이 생사를 가르는 구조라 엘든 링 같은 소울라이크에 익숙한 유저라면 반길 만하다.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리는 '크로노' 시스템이 전투와 탐험 양쪽에서 변수로 작용하는 것도 독특하다.
다만 CBT 당시 최적화와 조작감 부분에서 혹평도 적잖이 나왔고, 이후 전투 시스템과 내러티브를 거의 처음부터 다시 짓는 수준의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PC, PS5, Xbox Series X|S 등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며 BM은 패키지 판매(B2P) 방식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일정 조정으로 올해 4분기 혹은 내년 초 출시가 유력하다.
13년 전 한국 MMORPG에 한 획을 그었던 아키에이지의 후속작 '아키에이지 크로니클'도 올해 모습을 드러낸다.
'아키에이지 2'로 불리던 프로젝트가 타이틀을 확정한 것으로,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고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한다. 원작의 50년 후 시점, 원대륙에 개척자들이 다시 모여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의 대규모 '떼쟁' 대신 소규모 그룹 협동과 탐험 중심으로 무게를 옮겼다. 콤보와 회피 기반의 논타겟 액션 전투를 넣었고, 정해진 퀘스트 동선 대신 고대 유적을 직접 뒤지며 이야기를 찾아가는 구조다.
하우징, 농사, 무역 같은 아키에이지 특유의 생활 콘텐츠는 살리되 더 발전시킨 형태로 선보인다. 언리얼 엔진 5 기반으로 PC·콘솔(PS5, Xbox)을 지원하며, B2P 수익 모델을 예고했다. 올해 4분기 출시가 유력하다.
이렇게 쟁쟁한 라인업 속에서 컴투스가 꺼내든 카드가 '제우스: 오만의 신'이다. 서양 중세 판타지 일색이었던 MMORPG 시장에서 '그리스 신화'를 정면으로 들고 나온 점이 눈길을 끈다.
2024년 설립한 신생 개발사 에이버튼이 만들고, 컴투스가 퍼블리싱한다. MMORPG 경력이 오래된 베테랑 개발진이 제작에 합류해 있다.
최고신 제우스의 절대 권력이 빚어낸 오만, 그리고 그로 인해 금이 간 세계가 배경이다. 유저는 신의 힘을 나눠 받은 존재가 되어 혼돈에 맞서 싸우며 '가장 강한 신의 그릇'으로 성장하는 서사를 경험한다.
언리얼 엔진 5로 그리스 신화 특유의 고풍스럽고 웅장한 배경을 스케일감 있게 그려낸다는 구상이며,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주요 정보를 순차 공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대작이 중세 판타지나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그리스 신화라는 아직 MMORPG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 자체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검증된 개발 인력과 뚜렷한 세계관의 조합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주목할 만하다.
올해 MMORPG 시장은 '어떤 게임이 나오느냐'보다 '어떤 게임이 유저를 붙잡느냐'가 관건이다. 유저에게 운영권을 넘기는 '솔: 인챈트', 소울라이크의 피 맛을 보여주겠다는 '크로노 오디세이', 북유럽 신화의 정통 계승자 '오딘Q', 원작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그리고 그리스 신화라는 새로운 판을 깐 '제우스: 오만의 신'까지.
각자 색깔이 분명한 만큼, 2026년 MMORPG 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 =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