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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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을 왼손 투수로 만든 '형의 글러브와 꿈'

기사입력 2016.06.11 07:30 / 기사수정 2016.06.11 00:44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형은 오늘 승리 투수가 안됐어요. 동점이 되버렸어요." 이야기를 건네들은 정동현(19,KIA)는 잠시 당황했다. "오늘 형이랑 꼭 같이 최초 기록 세우자고 이야기 했었는데…."

KIA 타이거즈가 모처럼 등장한 신인 투수의 호투에 기분 좋게 웃었다. 휘문고 출신 고졸 신인 투수인 정동현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로 KIA에 입단했다. 2군에서 중간 계투로만 14경기에 등판했고, 6월초 1군 콜업 기회를 얻었다. 

그간 정동현의 1군 등판 기록은 단 2경기. 2일 LG전에서 중간 계투로 3이닝 무실점 호투했고, 5일 넥센전에서는 1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었다. 그리고 10일 KIA 김기태 감독은 원래 계획을 변경하고 정동현을 선발 투수로 낙점했다. 2군에서도 선발 등판 경험이 없는 고졸 신인. 모험이었지만 과감히 승부를 걸었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정동현의 성향을 믿었기 때문이다.

정동현은 그 기대에 응답했다. 10일 광주 삼성전에서 5⅔이닝 동안 5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승리 투수가 됐다. 볼넷도 단 1개만 내줬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다음 아웃카운트를 잘 잡았다. 어리지만 빼어난 경기 운영 능력과 과감한 스트라이크 승부가 엿보였다. 

구단으로서도 의미 있는 기록이다. KIA 소속 고졸 신인 투수가 첫 등판에서 선발승을 거둔 것은 2002년 4월 9일 무등 현대전에서 김진우(6이닝 2실점 1자책) 이후 무려 14년만이다. 

팀에게도 소중한 승리를 선물한 정동현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아쉬운게 딱 하나 있었다. 이날 정동현의 친형인 kt 정대현도 고척 넥센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KBO리그 최초로 친형제가 같은날 선발 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만약 두사람이 모두 승리한다면 그것 역시 최초의 기록이다. 그런데 정대현도 동생 못지 않은 6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치고도 불펜 난조로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었다.

"오늘 형이랑 전화 통화를 하면서 꼭 같이 승리해서 최초 기록 세우자고 했었는데 너무 기쁘다. 내가 먼저 경기가 끝나서 형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말하던 정동현은 이야기를 건네듣고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6살 많은 형에 대한 애정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사실 정동현은 오른손잡이란다. 하지만 왼손잡이로 태어나 왼손으로 야구를 시작한 형 덕분에 정동현도 야구를 왼손으로 하기 시작했다. 정동현은 "어릴때 형의 글러브를 쓰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왼손으로 던지게 됐다. 지금도 모든 생활은 오른손으로 하는데 야구만 왼손으로 한다"며 웃었다. 정대현, 정동현 두 형제 모두 좌투좌타다. 

형을 보며 야구를 시작했고 형의 뒤를 쫓아 프로에 왔다. 형제 둘이 모두 프로 1군 무대에서 뛴다는 자체로도 감격스러울 부모님은 이날 거실과 안방에서 텔레비전 두대를 모두 켜놓고 왔다갔다 하며 2경기를 모두 지켜보느라 바쁘셨다. 

정동현은 "어릴때부터 형과의 맞대결을 꿈꿨다. 평소에는 형이랑 장난도 많이 치고 진지한 이야기도 한다. 예전에는 야구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았었는데, 내가 프로에 오고 나서부터는 야구 이야기도 많이 한다. 언젠가는 꼭 형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제의 우애가 듬뿍 묻어나는 소망이다.

NYR@xportsnews.com/사진 ⓒ KIA 타이거즈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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