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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After GSL] 윤영서의 큰 그림, 죽음의 조와 꿀조를 가르다

기사입력 2016.03.21 00:01 / 기사수정 2016.03.21 00:02

박상진 기자


GSL 16강은 선수들에게 성적을 낸다는 것 말고도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조지명식이다. 경기와 승자 인터뷰로만 자신을 알려야 하는 선수들에게 조지명식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다. 나 역시 조지명식을 1차 목표로 잡고 GSL에서 경기를 벌인 적이 있다. 박진영이라는 선수를 알리기에 조지명식처럼 좋은 무대는 없었기 때문이다.

16일 열린 조지명식 역시 선수들이 자기 자신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더 편한 조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조지명식이 열릴 때마다 가장 쉬운, 이른바 꿀조와 어려운 죽음의 조가 만들어졌다. 이번 조지명식도 꿀조와 죽음의 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윤영서의 영리함이 빛났다.

이번 조지명식의 시드는 김준호, 강민수, 이원표, 백동준이 받았다. 그중 탑 시드인 김준호는 단 한 번 자신의 마음대로 선수 위치를 교환할 수 있었다. 결국 이 권한이 지옥의 조와 꿀조를 갈랐다.

김준호는 첫 지명으로 박근일을 뽑았다. 이 선택은 완전히 실리를 택한 움직임이다. 박근일은 경기 내에서 긴장하는 모습과, 이로 인한 실수가 잦았다. 강민수는 윤영서를 선택했다. 이 선택도 실리를 살린 선택이다. 윤영서는 해외팀이라 연습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 강민수는 이 점을 노려서 윤영서를 선택했다. 하지만 강민수는 조지명식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이 수는 최악의 수가 되었다. 뒤에 다시 설명하기로 하겠다.

C조의 이원표는 저그전을 GSL에서 하지 않았다. 여태 빌드를 숨겼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기본기 싸움으로 수월한 종족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결과 황강호를 선택했다. 저그 중에 가장 무난한 선수였다. 마지막 조의 백동준은 이재선을 뽑있다. 김준호가 박근일을 뽑은 것과 비슷하다. GSL Code S에 처음 올라온 지라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 보였다.

이재선은 김명식을 뽑았다. 같은 조에 프로토스가 두 명이 되면 연습하기도 편하다. 그리고 김명식의 스타일상 자신이 정석적인 움직임을 보이면 상대하기 쉽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연습도, 경기도 편하게 하려는 선택이었다. 좋은 선택이다. 뒤를 이은 황강호는 이 조지명식에서 명분을 선택했다. 조중혁을 선택한 것. 2011년 GSL 준우승 이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황강호는 자신의 이름을 다시 알려야 하고 그 상대로는 통신사 라이벌인 조중혁이 제격이었다. 



이번 조 지명식의 핵은 윤영서다. 강민수의 선택이 최악의 수를 가져왔고, 윤영서는 자신이 편한 조를 가는 방법을 아는 선수였다. 윤영서는 영리했다. 자신은 8강에 미련이 없다고 계속 어필했다. 하지만 강민수와 주성욱이 사전 인터뷰에서 서로 대립각을 세운 걸 이용했다. 그리고 자신은 죽음의 조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며 주성욱을 뽑았다. 일반적으로는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다. 

박근일은 조성호를 뽑았다. 자신은 떨어져도 상관없이 강한 조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조성호는 32강에서 동족전을 거쳐 16강에 올랐다. 김준호에게는 까다롭지만, 자신에게는 승률이 조금이라도 있는 수를 뽑은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남은 선수는 어윤수, 김도욱, 박령우, 전태양. 어떻게 보면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이 까다롭게 생각하는 선수다. 특히 박령우와 전태양은 지금 누구라도 최대한 피하고 싶은 선수다. 그리고 김도욱은 진에어 그린윙스. 조성호의 선택은 심플했다. 그의 선택은 어윤수.

주성욱은 김도욱을 뽑았다. 이것도 조성호와 비슷하다. 전태양은 같은 팀이다. 박령우는 기세가 올랐다. 남은 선수는 김도욱. 김도욱은 B조에 들어갔다. 남은 선수는 박령우와 전태양. 자신이 팀킬을 피하려고 전태양을 뽑으면 김명식이 팀킬을 해야 한다. 어차피 팀킬을 피할 수 없다면 동족전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전태양을 굳이 만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박령우와 자신이 같이 8강에 오르면 되는 거다. 조중혁은 박령우를 뽑았고, 전태양은 자동으로 D조에 들어갔다.



여기서 마치 이세돌 9단의 알파고와의 대국 4번의 78번 수 같은 묘수가 나온다. 주인공은 윤영서다. 마치 각본을 다 짜둔 것처럼 자신이 만든 죽음의 조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김준호에게 정말 매력적인 제안을 한 것. 자신은 어차피 8강 진출 가능성이 낮은, 쉬운 패라고 어필했다. 김준호에게 그 누구보다 매력적인 선수다. 그리고 김준호의 A조에 있는 어윤수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윤영서는 강민수가 자신을 뽑았을 때 부터 B조에서 빠져나갈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결국 윤영서는 A조로, 어윤수는 B조로 바뀌었다. A조는 김준호-박근일-조성호-윤영서라는, 김준호를 빼고는 누구나 8강을 노릴 수 있는 꿀조다. 반면 B조는 강민수-어윤수-주성욱-김도욱으로 완성됐다. 누가 8강에 올라갈 지 알 수 없다. 강민수가 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조다. 강민수가 윤영서가 아닌 황강호나 이재선을 선택하면 괜찮았을 거지만 윤영서의 영리함을 간과했다. 그 결과 죽음의 조에 자기 자신을 밀어 넣은 것이다.

마지막 이동으로 판은 완성됐다. 꿀조도 있고 죽음의 조도 있다. 선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끼를 보인 조지명식을 뒤로 하고 다시 자신의 실력으로 말해야 할 시기가 왔다. 누가 8강에 올라가든, 이번 시즌 16강은 흥미로운 무대가 될 것이다. 

vallen@xportsnews.com 글=박진영 GSL 해설/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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