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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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검사' 종영] 피와 법의 미학, 흩어진 감정선

기사입력 2015.07.10 06:34 / 기사수정 2015.07.10 12:14

한인구 기자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KBS 2TV '복면검사'가 막을 내렸다. '복면을 쓴 검사'라는 소재와 긴박한 상황들은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서툴게 표현된 인물들의 감정 표현은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지난 9일 종영한 '복면검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은 아버지 정도성(박영규 분)의 복수를 위해 검사가 된 하대철(주상욱)을 중심으로, 복면을 통해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을 풀어냈다. 

하대철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정도성을 만나 아버지를 배신한 강중호(이기영)와 자신의 어머니인 임지숙(정애리)의 추악한 진실을 알게됐다. 강중호는 동업자인 정도성을 배신하고, 아내인 임지숙과 결혼한 것. 하대철은 이런 과거를 알게 되고 검사가 되어 복수를 꿈꿨다.

레슬링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하대철은 아버지의 인생을 보상받기 위해 검사가 됐다. 그는 말보단 주먹이 앞서는 성격으로 일그러진 법과 현실에 맞서 복면을 썼다. 

복면 사이에서 갈등하는 하대철의 모습은 모든 이들이 법 앞에 평등한 것이 맞는지를 고민하게 했다. 특히 그를 비롯해 유민희(김선아) 강현웅(엄기준) 서리나(황선희) 등 검사와 형사로 만난 이들은 각자 법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달랐다.

유민희는 조상택(정관렬)에게 겁탈당한 여자의 딸이다. 범죄자를 법앞에 무릎 꿇리기 위해 형사가 됐다. 강현웅에게 법은 지배수단이자 특권이자 권력이다. 밑바닥 인생과 구별되는 도구다. 하대철은 '법'이라는 국가 권력을 통해 복수에 나섰다.

서로의 입장에 따라 얽힌 법은 현실과 비벼져 각기 다른 얼굴을 했다. 등장인물들은 이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서로를 물어뜯었다. '복면'은 법에서 잠시 빠져나와 악인을 벌하는 도구가 되고, 시청자에게 통과한 액션과 카타르시스를 전했다.

하대철 유민희 강현웅은 윗세대의 갈등을 이어받은 인물이다. 유민희는 아버지인 조상택은 하대철의 아버지를 죽였고, 하대철과 강현웅은 어머니가 같은 형제다. 세 사람은 모두 자신에게 흐르는 피에 혐오를 느꼈다.



하대철은 자신을 버린 것으로 오해한 정도성을 만난 뒤 아들을 버린 아버지의 피가 흐른다고 했다. 유민희는 청소년 때 강간범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거울 조차 보지 못했고, 강현웅은 상냥한 어머니의 추악한 과거를 알고 그의 아들이라는 것에 울부짖었다. 

'복면검사'는 '복면' 속에 숨어있는 '사람에 따라 평등하지 않은 법'과 '세대를 넘어 계속되는 복수와 비극'이 있었다. 단순히 복면을 쓴 검사가 통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에 드라마의 모든 것이 있다고 평하기에는 담겨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파헤치는 것에 비해 감정의 표현은 무척 서툴렀다. 

하대철과 정도성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은 팽팽하게 맞섰지만, 짧은 시간 안에 서로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자신을 고아원에 맡긴 아버지와 재회라고 하기엔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주인공이 복면을 쓴 상황을 먼저 만들어 놓고, 과거를 끼워맞추는 듯했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지만, 하대철 강현웅이 어머니인 임지숙에게 느끼는 '모자의 정'은 드라마 진행과 상관 없이 불쑥 튀어나왔다. 긴박한 사건 속에서 인물들의 감정 표현은 바퀴가 헛도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유민희와 하대철이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복면을 쓴 하대철이 유민희에게 익명으로 하트를 보내는 것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의 전부였다. 마지막회가 되어서야 철길 건널목과 한강 데이트 장면으로 하대철 유민희의 사랑을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표현된 웃음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제작진은 심각한 장면 속에서 그려진 엉뚱한 대사로 시청자가 미소를 번지길 바랐지만, 웃음보다는 실소를 터뜨리게 했다.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할 수 있는 웃음이 오히려 장면을 툭툭 끊기게 했다.

'복면검사'는 첫 회 6.8%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 수치가 드라마 최고 시청률로 남았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레슬링의 액션에 섞어 재기 넘치게 그리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악인과 이들을 잡으려는 주인공의 서툰 감정 표현이 뒤섞이면서 흥행과 작품성에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복면검사' ⓒ KBS 2TV 방송화면]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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