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이 지난 2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회초 이승민을 상대로 타격 후 홈런을 직감하며 배트 플립을 했던 장면. 사진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김도영 선수와 다시 붙으면 그때는 꼬아서 던져야 할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 이승민은 지난 26일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선두타자 김도영을 상대로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144km/h짜리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되면서 그대로 통타당했다.
김도영은 타격 직후 홈런을 직감한 듯 타구를 지켜보면서 천천히 1루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배트를 내려놓는 그 순간 타구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좌중간 가장 깊숙한 곳 펜스 상단을 맞고 떨어졌다.
김도영의 주력이라면 충분히 3루타도 노려볼 수 있는 타구였지만,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베이스 러닝을 이어가지 않았던 까닭에 2루타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이승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도영의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피홈런을 허용했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떨궜지만,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뒤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다.
이승민은 이후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던 KIA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를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 급한 불을 껐다. 이어 나성범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솎아 내면서 고비를 넘겼다. 계속된 2사 3루에서는 김선빈과 승부를 의도적으로 피하며 볼넷으로 1루에 내보낸 뒤 한준수를 3루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승민은 27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훈련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 전까지 쉬어서 그런지 확실히 공에 힘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 있게 직구 승부를 많이 했다"며 "김도영 선수에게 안타를 맞은 뒤 어떻게든 실점을 막으면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찬스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돌아봤다.
또 "처음에 김도영 선수가 치자마자 당연히 넘어간 줄 알았다. 그래서 '넘어가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안 넘어갔다"고 웃은 뒤 "항상 포스트시즌 첫 등판은 긴장이 되는데 전날 그래도 잘 풀어나가서 앞으로도 좀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승민은 2026시즌 74경기 68이닝 6승2패 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2.65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삼성 마무리 김재윤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이승민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KIA는 카스트로, 나성범 등 중심 타선을 비롯해 박재현, 한준수, 하주석까지 타선 곳곳에 강한 좌타자들이 즐비하다. 이승민이 승부처에서 KIA 왼손 타자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삼성의 플레이오프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이승민은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 초까지 좌타자 상대 몸쪽을 많이 던지지 않았다. 그런데 강민호 형도 그렇고 최일언 투수코치님께서 좌타자 몸쪽 승부를 계속 얘기해 주셔서 비율을 늘렸는데 이때부터 좌타자들과 승부를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전날도 민호 형이 몸쪽 공 사인을 많이 내주셨고, 자신 있게 던졌는데 잘 먹혔다"고 설명했다.
이승민은 다만 김도영과 리턴 매치를 펼칠 경우에 대해서는 "전날은 자신 있게 붙고 싶어서 직구를 던졌는데 내가 졌다. 앞으로 이기면 되니까 1차전 결과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다음에 만나면 내가 꼭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그때는 (정면승부 대신) 조금 살짝 꼬아서 던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