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5 04:57

[F-1스페셜] 명품 브랜드의 F-1 도전, 그 실패의 역사

기사입력 2011.06.13 07:29 / 기사수정 2011.06.13 07:29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2011 F-1이 무르익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팬들의 유입이 늘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들부터 일반 스포츠팬까지 다양하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궁금증이 있다. “왜 유명 XXX회사는 F-1에 나가지 않죠?” 라는 식으로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브랜드 명차들의 F-1참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마케팅, 기술력 한계 등 비지니스 세계가 그렇듯이 F-1도 마찬가지다. 유명 브랜드들의 도전과 실패를 더듬어보며 그동안 어떤 팀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F-1을 포기하게 됐는지 , 또 참여가 유력한 브랜드가 어디인지 알아봤다.  

포드, 마케팅 효과 한계로 철수

미국의 거대 자동차 브랜드인 포드는 1960년대부터 F-1에 참여해 우승자도 배출한 경력이 있다. 당시 F-1은 미국인들도 열광하는 스포츠였다. 스포츠 일러스트에 따르면 60년대 미국스포츠의 인기 순위는 MLB(야구), NFL(미식축구), NBA(농구) 다음이 F-1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포드는 F-1 철수를 결정했다.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미국 자동차를 살 필요가 없는 유럽인들. 둘째, 유럽 중심으로 이뤄지는 F-1 개최. 셋째, 미국 내 나스카, 즉 WRC(세계랠리챔피언쉽)의 인기상승이다. 

유럽인들의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자동차 자부심이라 불리는 ‘차부심’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미국 자동차를 보고 콧방귀를 뀌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포드는 마케팅 효과가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게다가 F-1 개최는 19라운드 중 9번이 유럽에서 열린다. 미국 내수시장 점유율 확보가 중요한 관건인 포드는 '차부심' 인식이 박힌 유럽에서 현지 브랜드 팀을 상대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역효과만 발생할 뿐임을 예측했다. 또 나스카에 열광하는 좋은 마케팅이 될 미국인들을 두고 무리하게 돈을 쏟아 부으며 도전할 이유가 없어 진 것이다. 

F-1 철수 결정을 내린 포드는 90년대 중반 계열사 중 하나인 재규어로 팀명을 변경한 뒤 예산과 인력 축소를 거듭했다. 2004년 음료회사 레드불에 매각하며 F-1에서 영영 자취를 감추게 됐다. 현재는 네이밍 스폰서, 부속품 공급을 이어가며 혹시나 하는 가능성에 F-1과 인연의 끈은 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사진: 재규어로 팀명을 바꾼 포드의 F-1 퇴장을 알리는 기사 (출처:F-1공식홈페이지)>


도요타, 불필요한 자부심으로 물거품이 된 꿈

도요타의 실패는 F-1 팬들의 가장 큰 조롱거리가 됐다. 도요타는 2000년 테스크포스팀 출범을 통해 F-1 참가를 2년간 준비했다. 양질의 양산차 생산업체라는 자부심으로 브랜드 확장과 세계시장 개척을 위해 F-1 참가 결정이 이뤄졌다. 

일본 팀의 참가에 따라 일본기업의 스폰서도 줄을 이었다. 덴소, 파나소닉, 마일드세븐 등 일본 내 유력 기업들의 스폰서 참여가 줄을 이었고 도요타는 조심스레 성공을 예측했다. 

또 참가 시즌인 2002년 당시 페라리보다 거금인 5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으며 자체 엔진 개발, 일본인 드라이버 기용 등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

 

<사진: F-1 참가 당시 도요다의 머신 (출처:F-1 공식홈페이지)>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참여 기간 2시즌 동안 얻은 포인트는 단 21포인트. 현재 일본인 드라이버 카무이 코바야시가 2011시즌 F-1 6전까지 달리며 얻은 포인트가 19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2명의 드라이버가 2년간 취득한 포인트는 처참한 결과가 아닐수 없었다. 

자체 개발한 엔진은 F-1 전문가들로부터 '쓰레기'라는 표현을 들었으며 잦은 리타이어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는 것이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조롱과 야유를 받았다.

2004년 도요다가 F-1 철수를 결정하면서 공개한 재무지표에 의하면 F-1 참가를 위한 테스크포스팀 출범부터 철수 때까지 들인 돈은 약 1조 8천억원에 이른다. 세계 최고 양산차 브랜드의 꿈을 가지고 도전한 도요타는 그렇게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도요타의 F-1 참가로 인한 영향은 실로 대단했다. 돈도 돈이지만 사내 고급 개발자들을 F-1 개발팀으로 모두 인사 이동을 시키면서 품질에 대한 일부분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동차 업계 특성상, 예를 들어 2011년에 개발되는 자동차들은 4~5년 주기를 가지며 2015~16년경에 상용화가 된다. 도요타는 2002~2004년 참가기간 동안 기술자들의 기술력 공백이, 2008년과 이듬해 대규모 리콜 사태에 적지 않은 원인으로 지목되며 스스로 망하는 길을 걷게 되고 말았다.

도요타의 사례를 무시하고 2004년 F-1에 참여한 혼다는 4년간 버티는 선전을 하였지만 2008년 역시 기술력의 중과부적, 투자대비 마케팅 효과 미비를 이유로 철수했다. 도요타의 실패가 교훈이 돼 상하이 자동차 등 동아시아 계열 자동차 그룹들은 모터스포츠 참가에 대해 많이 꺼리고 있으며 이들의 F-1 참가는 한동안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르쉐, 엔진 개발 부담과 협력사와 마찰로 철수

'니드포스피드'라는 컴퓨터 게임에서 유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포르쉐다. 스포츠카 중심으로 뛰어난 안정성, 스피드감을 보이며 지금도 포르쉐 하면 '아!'하고 우러러 보는 현실이다.

포르쉐도 F-1에 참가했었다. 1980년대 맥라렌과 함께 엔진 제조업체로서 2제조사 1팀 형태로 참가한 바 있다. 특히 1984~86년까지 3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며 '폭주'를 보여줬었다. 
 

<사진: 포르쉐의 F-1 참가 추억을 다룬 기사 (출처:F-1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1989년 엔진 규정의 변화와 이전부터 있었던 맥라렌과 협력 싸움에 지친 포르쉐는 F-1 참가를 위한 예산으로 개발을 하면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F-1 철수의 결정적 이유였다. 

당시 맥라렌과는 팀 네이밍권과 운영 지분 마찰을 보인 바가 있다. 1989년을 끝으로 포르쉐는 F-1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1991년 다시 엔진 공급 업체로서 참여를 노린 포르쉐는 F-1 참가 당시 기술자들의 이직과 더불어 더 이상의 기술력 한계를 체감하고 바로 철수를 결정했다. 한편 포르쉐와 이별한 맥라렌은 혼다, 메르세데스와 연달아 기술 협약을 맺고 자신들 중심의 팀을 만들어가며 현재는 독자적인 팀을 유지하고 있다.

포르쉐는 작년 7월 폭스바겐에게 지분이 매입되며 계열사로 전환하게 됐다. 폭스바겐의 F-1 참가시 포르쉐의 경험이 그룹내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꼭 봤으면 싶은 브랜드

말이 필요 없는 독일의 국민차가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독일자동차의 ‘차부심’을 가지고 강한 독일인의 인상과 매칭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를 바탕으로한 자본력으로 유명 브랜드들을 계열사로 두었다. 


<사진: 폭스바겐이 F-1 참가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기자 (출처: ESPN F-1)>

부가티, 아우디, 람보르기니, 포르쉐, 벤틀리 등를 계열사로 보유한 폭스바겐은 슈퍼카, 고급차, 컨셉트카 등 자동차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부가티에서 만든 부가티베이런은 1001마력에 시속 407 km/h를 달릴 수 있는 세계최고의 성능을 보이는 자동차다.

이 자동차의 기술에는 항공우주, 공기역학, 각종 기계공학 등 최고의 기술들이 가미된 것으로 폭스바겐 그룹의 자랑이다. 뿐만 아니라 F-1 참가 경험을 가진 포르쉐, 강철의 섀시를 만들어내는 아우디를 종합해보면 폭스바겐은 잠자는 사자와 다름없다. 

ESPN F-1, BBC 스포츠 등 F-1 전문 매체들은 폭스바겐의 참가가 F-1의 양상, 기술력 경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1 해설자 제임스 알렌은 "폭스바겐은 자본력,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드라이버만 찾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서킷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은근슬쩍 참여하라는 식의 언급을 했다.

폭스바겐의 참가도 관심이지만 무엇보다 국내 팬들은 한국 기업의 참가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권 기업들의 실패 사례와 한국 기업의 타깃이 F-1 비인기 지역인 동유럽, 또 미국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F-1 참가는 많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영원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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