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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노크] 강상욱 미디어캐슬 이사 "'너의 이름은.', 인생의 가장 큰 도박"

기사입력 2017.04.18 13:00 / 기사수정 2017.04.18 11:56


[김유진의 노크]는 영화계 안팎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숨은 일꾼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엑스포츠뉴스의 고정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세 번째 주인공은 영화 수입사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이사입니다. 2005년 설립된 미디어캐슬은 2007년 '초속 5cm', 2011년 '고 녀석 맛나겠다' 수입과 배급을 비롯해 2015년 '고 녀석 맛나겠다2: 함께라서 행복해'를 제작했습니다.

올해에는 '신 고질라', '분노' 등을 국내 팬들에게 선보였습니다. 특히 지난 1월 4일 개봉해 36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최종 관객 수 301만 명)을 제치고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겨울 극장가를 휩쓸며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을 일으킨 '너의 이름은.'의 흥행 성공 이후에도 강상욱 이사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미디어캐슬에서 재무적 투자를 맡고, 일본에 아웃소싱을 맡기는 형태로 제작되는 '안녕, 티라노'와 관련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일주일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일본에서 보내는 바쁜 일상. 인터뷰 전날 오후 한국에 도착한 이후 신입사원 면접을 위해 곧바로 회사로 직행했었다는 강 이사는 몸살 기운으로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 또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그림을 이야기하며 눈을 빛냈다.

▲ "2000년대 초반처럼 일본 영화들에 대한 관심 높이고 싶어"

-이미 많이 언급됐었지만, '너의 이름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개봉 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는데, 그 동안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소회라고 하면, 얼떨떨한 게 있어요.(웃음) 어느 정도 히트할 것이라는 것은 예감했지만 이 정도까지의 결과는 사실 바람이었죠. 저는 모든 영화를 할 때 목표치를 세워놓으면서, 실제적으로는 30%에서 50%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결과를 가정하고 목표는 높게 설정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희한하게도 목표치와 원하는 결과가 거의 일치하게 됐어요. 목표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301만 명을 넘는 것이었거든요. 목표를 잡아놓아야 100만~150만 명은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건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셨어요. 그리고 '세상에 나와 비슷한 생각 갖고 있는 사람이 꽤 많구나. 외롭지 않다'라는 느낌을 받았죠.(웃음)"

-'너의 이름은.'을 국내에 선보이기까지 과정을 찾아보면서, '촉이 남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하지만 그 이전에도 미디어캐슬 안에서 많은 활동을 해 왔었지 않나.

"처음에는 맨 땅에 헤딩하듯이, (그야말로) 정말 촉에 의지해서 (재개봉의 선두주자 같은 느낌으로)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가져오고 이렇게 했거든요. 수입이 좋았죠. 그런데 제가 너무 서둘렀던 것 같아요. 수입만으로는 안 되니까 우리 콘텐츠를 가져보자고 해서 제작도 했었는데 우리나라의 환경이나 눈높이를 많이 맞추지 못했던 거죠. (신경환) 대표와 끌어안고 좌절한 적도 있었어요."

-'너의 이름은.'을 가져오게 된 과정이 정말 흥미롭더라. 웬만한 뚝심이 아니면 시도하지 못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 아쉬웠던 게, 진짜 누구든지 보면 인생영화라고 할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친구인데, (실제로 강상욱 이사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절친한 사이다)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것만 채워지면 정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오로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편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2013년 즈음이었을까요. 90분에서 100분 사이의 장편, 메인테마는 반드시 사랑, 그리고 '초속 5cm' 야마자키 마사요시만큼의 음악, 이 세 개만 만족시키는 작품이 나오면 '그 쪽에서 부르는 대로, 단 한 푼도 깎지 않고 작품을 사겠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도 일본에 갈 때마다 지겨울 정도로 각인을 시켜줬고요.(웃음) 2015년 12월에 연락이 왔고, 그렇게 성사됐어요. 다음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었죠. 지금은 모든 게 다 잘 됐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는 가장 큰 도박이 아니었나 싶어요."

-'너의 이름은.'이 한국어 더빙판 제작이 결정된 사실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제 새로운 목표는, 여태까지 한국에서 나온 더빙판 중 최고의 퀄리티를 만드는 것이죠. 전혀 새로운 콘텐츠가 개봉하는 그런 느낌으로요. 워낙 정보량이나 대사가 많기 때문에, 더빙판으로 보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화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미디어캐슬'이라는 회사가 추구하는 일의 방향은 무엇인지. 일반 대중은 일본 관련 작품만 하는 회사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더라.

"'미디어캐슬'이라는 이름은 저와 신경환 대표가 함께 지었어요. 왜 '캐슬'이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콘텐츠를 내 성에서 내 마음대로 갖고 있으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죠. 그래서 꾸준히 해외에 나가서 좋은 작품을 들여오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하고요. 또 괜찮은 콘텐츠를 발굴해서 한국드라마로 만들 수도 있겠죠. 저희들에게 '일본 작품만 하냐'고 묻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것은 아니고, 다만 저는 제가 아는 것을 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일본 콘텐츠를 하게 된 것이고, 홍콩이든 프랑스든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또 저의 역할과 신경환 대표의 역할 구분에 대해서도 잠시 얘기하면 제가 회사의 모든 운영과 매출 부분을, 신 대표는 자금과 외부 투자를 맡고 있어요. 분명한 룰이 정해져 있죠. 대외적으로, 서류적으로 볼 때 대표는 신경환, 총괄이사는 강상욱입니다.(웃음)"

-직원들에게는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은가.

"과정은 어떻든 간에, 직원들이 자기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런 상사요. 그 과정이 엄할 수도 있고 따뜻할 수도 있고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저도 직원들에게 '미디어캐슬에 와서 신경환 대표, 강상욱 이사에게 일을 배우면 최소한 내 미래는 보장이 되겠구나' 하는 그런 믿음을 주고 싶죠.(웃음)"

-'너의 이름은.' 흥행 열풍과, 그 이후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요즘의 최대 관심사는 어떤 것인가.

"요새 최대 관심은 '너의 이름은.'의 히트 이후에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도 예전, 2000년대 초반처럼 일본 영화들에 대한 관심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죠. 지금 제작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안녕, 티라노')이 전에는 없던 시스템이라, 이런 프로세스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이 성공을 하면 한국에서도 좀 더 나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日 영화에 대한 시장 바뀐 것은 아냐…신중히 접근해야"

-원래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관심이 많았던 것인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 같다. (미디어캐슬 사무실에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 관련 다양한 물건들이 깔끔하게, 또 빼곡히 정리돼 있었다)


"그렇죠. 그런데 어릴 때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요?(웃음) 여기 있는 만화는 저도 집에 다 갖고 있어요. 8천권 정도 될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았다는 것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렸을 때는 분명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다른 또래보다 더 좋아한 건 맞아요. 그렇지만 이것을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거든요. 단지 좋아하는 취미였을 뿐이었고, 대학도 전혀 상관없는 곳을 갔을 뿐더러 심지어는 취업 후에도 전혀 무관한 일을 했으니까요. 대학원까지도 그랬었는데, 눈을 뜨고 돌아보니 취미가 직업이 돼 있더라고요."

-마치 운명처럼 이 쪽 일을 하게 됐다는 느낌이 든다. '덕업일치'라는 말도 있지 않나.(웃음)

"그 말이 요즘 유행을 하는 모양인데, 저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된 것이라서…(웃음). 저는 사실 약간, 심하지 않은 사회비판론자 쪽이에요. 염세주의적이기도 하고요. 운명이나 이런 단어에 대해서도 그렇고, 신(神)의 존재를 사실 믿지도 않고요. 그런데 나이가 마흔이 넘고, 40대 중반에서 50으로 달려가는 지금 이 때 보니까(강상욱 이사는 1972년생이다) '운명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상상도 못했던 직업을 갖고 있는 거예요. 단지 어렸을 때 취미로 여겼던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소름이 끼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인생은 조물주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고, 그래서 조금은 운명이라는 것을 믿게 됐어요.(웃음)"

-일 할 때 가장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재미예요. 제가 봐서 재미있는 것? 감정의 상태라든지 영화를 볼 때의 느낌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있어서 제가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정규교육을 받고 사람과 어울리면서 느낀 보편적 정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재밌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다고 그렇게 얘기하진 않아요. '신 고질라'도 사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는 콘텐츠거든요."

-'신 고질라'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보니 할 얘기가 많아 보인다.(웃음)

"(주위에도) 분명히 얘기해요. '재미가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괴수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좀 더 깊게 볼 수 있고 의미가 있다'고요. 안타까운 것은 그 작품의 관객 수가 적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분명 일본(약 1억 2670만 명)의 반에 가까운 인구(약 5092만 명)가 존재하잖아요. 다양한 생각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고, 제가 생각한 보편적 정서에 부합하는 재미가 아니더라도 날것으로 이 영화를 봤다면 분명히 저 같은 재미를 느꼈을 관객이 있었을 것이라는 거죠.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약간 여론몰이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어요.

스스로의 어떤 주체적인 판단보다는 그것에 의존하는 분들이 많고, 그것에 따른 것이 이런 상업적인 극장 분위기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이런 영화를 정말 보고 싶은 사람들은 숨죽여가면서 VOD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죠. 그게 안타까워요. '신 고질라'의 경우도 보지 않은 사람들의 평점은 엄청나게 낮지만, 실 관람객의 평가는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의 콘텐츠에 대한 판단 기준 같은 것은 없고요, 제 머리와 감정에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재미있다고 말하면 그건 일단 재미있다고 보고 수익적인 분석에 들어가죠. 사업하는 사람으로서는 '어떤 부분이 누구에게, 어떻게 재미있어서 이걸 극장에서는 어떻게 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요. 매우 현실이죠."

-영화 투자·배급 시스템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던 중 "모든 감독의 인생작은 전작이 아닌 차기작"이라고 얘기한 내용도 봤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실제로 차기작이 인생작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모든 감독은 자기 인생작이 차기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건 관객이 판단하는 것이죠. 일본은 아무리 작은 영화, 좌석점유율이 낮은 영화라고 할지라도 극장에서 4주를 보장해줘요.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는 영화중에서도 4주만 보장해주면 입소문으로 잘 될 영화들이 굉장히 많아요. 저는 이런 시스템 자체가, '욕심이 과하다'라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한 작품이 극장을 점령하는 것에 대해서) '실패하는 작품에 대한 기회비용'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타율 10할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그런 가치가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싫죠. 그래서 얼마나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좁은 땅덩어리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좋은 콘텐츠들이 나오는 것일 텐데 말이죠."

-지금까지 많은 작품들과 함께 해 왔다. 다 내 자식 같은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가장 애틋하고 아쉬운 작품을 꼽아 본다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는데, 가장 아픈 손가락은 '고 녀석 맛나겠다 2'에요. 부모를 잘못 만났다? (웃음) 부모가 잘못 판단했다. 그런 느낌이요. 예를 들면, 이 아이는 예능에 굉장히 재능이 있는 아이인데 의대를 가라고 공부를 시킨 것 같아요. 캐릭터들이나 내용에 대해서, 제가 좀 많이 미안한 부분이 있어요. 대신 저 영화를 계기로 여러 가지 보완할 상황들을 많이 만들었고, 교훈도 얻었죠.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았고요. 지금 준비하는 애니메이션을 해외 쪽에 아웃소싱으로 주게 된 것도 그 이유가 있어요.

제일 아쉬운 작품은 지금 상황에서는 '분노'에요. 어린 아이들로 예를 들자면, '너의 이름은.'은 참 잘 생기고 일도 잘하고 그런 큰 아들, 집안의 모든 재산을 모아 유학을 보냈더니 엄청 잘 돼 돌아온 그런 아이요.(웃음) '분노'는 '너의 이름은.'보다 훨씬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고 멋진 아이인데 부모가 '야, 너는 그냥 한국에서 공부해' 이렇게 해서 빛을 못 본 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장 아쉽죠. 또 기특한 아이는, '고 녀석 맛나겠다' 1편이요. 저를 영화 쪽으로 완전히 들어오게 해줬던 제 인생의 가장 첫 번째 아이죠."

-'너의 이름은.' 개봉 당시를 비롯해서, 온라인상에서 영화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저는 지금도 이야기 하는 것이, '너의 이름은.'의 실 관객은 250만 명에서 300만 명 정도라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60~70차례 재 관람한 팬들 있어서 가능했다고 보거든요. 정말 내게는 소중한 팬들이니까 안아줘야 될 필요성을 느껴요. 소위 '오타쿠'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관을 하거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굉장한 능력이 많거든요. '분노'같은 작품들을 보면서 '일본영화의 역습'이라는 말을 떠올렸어요. 일본의 저변에는 '혼모노'나 '오타쿠' 같은 사람들이 문화의 밑바탕을 떠받치고 있잖아요.

영화라는 것이 만들면 누군가 봐줘야 될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일본은 어떤 독특한 영화 콘텐츠라도 소비하는 층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것이 문화적인 자양이 돼요. 실제 일본의 예전 유명한 감독들을 보면 사실, 로만 포르노나 핑크무비 출신의 감독들도 있거든요. 그런 것은 감독들이 어떤 제한을 두지 않으니까 그걸 찍으면서 작법이나 카메라 앵글 이런 것들을 배우게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 영화들이 요새 막 뜨는 것이라고 하면, '일본 영화는 깊고 넓다'는 게 지금의 전 세계적인 생각이지 않을까 싶어요."

-'너의 이름은.'의 경우도 그렇고, 최근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내에서 다시 일본 영화 시장이 부활할 수 있을까.

"일본 영화에 대한 것은, 저는 요즘 일본 영화들을 보면서 저력을 느끼거든요. 요새 일본 영화들이 여운이 남는 작품들이 꽤 돼요.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되고, '한 번 관람으로는 부족한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작품들이 좀 있더라고요. '너의 이름은.'으로 일본 영화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은 맞는데, 시장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봐요. 굉장히 신중하게 일을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계기는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시장은 그 허들도 매우 높고 어려워요. 이럴 때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마케팅도 잘 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무분별한 개봉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죠.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똑같은 실수나 실패는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제가 앞으로도 일본 영화를 계속 할 것이지만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한국시장을 잘 파악해서 진행하려고 되새기고 있어요."

-일과 개인 생활은 잘 조율하고 있나. 이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인간 강상욱'에게 힐링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진짜 너무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건강도 중요한데, 삶의 여유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일과 개인생활의 조화는 없는 것 같네요.(웃음) 개인 생활은 주말에 야구를 보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있죠.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하는 것도 좋아해서 예전에는 사회인 야구도 잠시 했고요. 좋아하는 팀은 두산이에요. OB베어스 시절부터 쭉 그랬죠. 일본에 출장 가서도 늘 하이라이트는 챙겨 봐요. 야구와 영화, 둘 다 인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야구엔 각자 역할이 분명히 주어져 있잖아요.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면 리스크가 크고, '홈', '홈런'이라는 말처럼 결국에는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야구의 기본이기도 하고요. 인생이야말로 각자의 위치에서, 뭘 해도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영화는 그게 어떤 형식이 됐든, 누구나 알다시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이 하나의 인생을 사는데, 야구와 영화를 좋아하면 세 개의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하반기에도 준비하고 있는 일들이 많다고 들었다.

'분노'(3월 30일 개봉)는 스크린 수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관객 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있고요. 가깝게는 5월 4일 '간츠:오'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Full CGI 애니메이션이 개봉하죠. 또 5월 11일에는 오다 유지가 나오는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6개월 시한부를 선고 받은 남자가 자신 대신 가족을 지켜줄 아내의 새로운 남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도 준비하고 있고요. 저는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네요. 굉장히 재미있는 설정인데, 그 상황과 오다 유지의 기막힌 연기가 어느새 보다 보면 관객들을 펑펑 울게 만들어요. 올해 일정은 매우 타이트하고. 내년에는 지금 제작하고 있는 애니메이션들이 또 완성되고, 2019년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 나오니까 또 준비를 해야겠죠."


* 강상욱 이사의 잇(IT) 아이템

평소 일을 할 때 꼭 사용하는 물건을 꼽아달라는 이야기에 강 이사는 3색 볼펜과 시계를 얘기했다. 이 3색 볼펜은 뒤에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알찬 설명까지 덧붙인다.

"일할 때는 두 가지를 꼭 갖고 다녀요. 볼펜이랑 시계요. 저도 아이패드를 당연히 쓰고 있긴 한데, 그것으로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노트에 적거든요. 아직까지도 노트를 쓰고 있는 타입이죠. 또 저는 회의를 오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실제 회의가 많기도 해서 시간을 맞추려고 시계를 꼭 챙겨요. 애플워치라고 해서 이게 제가 전화기를 무음으로 해놓아도 어디에서 전화가 왔는지 연동해서 알 수 있더라고요."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간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 강 이사는 "의도한 바는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서예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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