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안세영이 새해 첫 대회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한 가운데 배드민턴을 대표하는 레전드 리총웨이가 안세영을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 1위 안세영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말레이시아 오픈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안세영은 11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타 아레나에서 시작된 2026 BWF 말레이시아 오픈(슈퍼 1000)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계 2위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0(21-15 24-22)로 눌렀다.
한 게임(세트)도 내주지 않았으나 게임 내용을 들여다보면 안세영이 연달아 짜릿한 역전드라마를 쓰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마지막 뒷심에서 강한 안세영이 웃었다.
이로써 안세영은 2024년, 2025년에 이어 이 대회 3연패 쾌거를 일궈냈다.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단식 3연패는 지금까지 배드민턴 역사상 최고의 여자단식 선수로 불리는 수시 수산티(인도네시아·1993~1995년),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여자단식 2연패를 달성한 장닝(중국·2004~2006년), 214주간 여자단식 세계 1위를 기록했던 타이쯔잉(대만·2017~2019년) 등 3명만 찍었던 기록이다.
레전드 중의 레전드만 걸었던 길을 안세영도 밟고 있는 셈이다.
반면 왕즈이는 지난해 안세영에게 당한 8전 전패의 치욕을 씻지 못하고 상대전적 9연패 늪에 빠졌다.
이날 결승에선 1게임부터 안세영의 괴력이 유감 없이 드러났다. 초반엔 왕즈이가 기세를 올리며 6-1까지 달아났으나 이후부터 안세영이 대반격을 펼쳤다.
8-8 동점을 만든 안세영은 10-11에서 7연속 득점을 찍으면서 순식간에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 이후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1게임을 6점 차로 넉넉하게 이겼다.
2게임은 더욱 짜릿했다. 왕즈이가 강하게 달라붙으면서 안세영은 8-14까지 리드를 내줬다. 11-18까지 밀려 왕즈이가 2게임을 따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왕즈이가 적극적으로 공격하기보다 안세영의 실수를 기다리며 3점을 더 채우고 3게임에 돌입하려는 것으로 작전을 바꾼 순간 안세영의 대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안세영은 기어코 20-20 듀스까지 쫓아가더니 24-22로 2게임마저 집어삼키고 말았다.
안세영도 힘들었는지 우승 직후 괴성을 지르며 우승 감격을 누렸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왕즈이와 만나기 전 3경기를 이겼다. 지난 6일 1회전에서 세계 12위 미셸 리(캐나다)를 2-1로 이긴 안세영은 16강에서 일본의 베테랑 오쿠하라 노조미(세계 30위)를 2-0으로 눌렀다. 8강에선 세계 26위 리네 케어스펠트(덴마크)와 붙어 34분 만에 2-0으로 낙승했다.
준결승에서 만나기로 했던 '최대 강적' 천위페이(중국·세계 4위)가 어깨 부상을 이유로 기권을 선언하면서 안세영은 결승에 무혈입성했다.
왕즈이도 2-0으로 제압하면서 그야말로 '퍼펙트 우승'을 다시 한 번 달성했다.
세계배드민턴이 그야말로 안세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안세영은 배드민턴 역사에 남을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77경기 중 73승을 거두며 승률 94.8%를 기록, '전설' 린단(2011년 92.75%)과 리총웨이(2010년 92.75%)의 단일 시즌 최고 승률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월드투어 파이널을 포함해 무려 11개의 우승 트로피를 쓸어 담으면서 여자 단식 최초 11관왕 역사를 썼고, 남녀 통틀어서도 2019년 일본의 모모타 겐토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배드민턴 종목 역대 최강 반열에 올랐다.
안세영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올해 지지 않고 끝내는 것이 어렵지만 나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2026년 '시즌 무패'를 선언했는데 첫 대회에서 그 목표가 허황된 것이 아님을 알렸다.
이번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안세영의 뒤집기 쇼를 본 이 중엔 리총웨이도 포함돼 있었다.
리총웨이는 린단과 함께 2010년 전후로 세계 배드민턴 남자단식을 양분했던 최고의 전설이다.
2008년과 2012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올림픽 은메달을 따냈으며 199주 연속 기록을 포함해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를 총 349주에 걸쳐 찍었다.
2023년 5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올림픽 은메달만 3개 갖고 있다보니 2008년과 2012년 올림픽 연패를 달성한 린단(중국)과 함께 '배드민턴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불릴 정도다.
지난 2018년 은퇴한 리총웨이는 이번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남자단식 시상자로 나서 스위치(중국·세계랭킹 1위)에 기권승을 거둔 쿤라부트 위티산(태국·세계랭킹 2위)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는 등 레전드 행보를 펼쳤다.
그러면서 현지 언론에 우승자들에 대한 코멘트를 남겼는데 안세영에 대해서도 극찬을 보냈다.
12일 중국 '왕이닷컴'에 따르면 리총웨이는 "안세영이 코트에서 내뿜는 실력과 지배력은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안세영은 여자 배드민턴에서 리총웨이를 넘어 린단의 수준까지 오를 수 있는 '젊은 G.O.A.T(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리총웨이의 코멘트를 통해 안세영이 세계 배드민턴사에 큰 족적 남길 수 있는 엄청난 스타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