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푸른 피의 에이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자신이 나고 자란 달구벌에서 팀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놨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삼성 3승1패) 5차전에서 KT 위즈를 12-1로 완파했다. 1차전 패배 후 4연승을 질주, 트로피를 품었다.
원태인은 이날 선발투수로 출격, 5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KT 타선을 잠재웠다. 지난 4일 2차전에서 1⅔이닝을 던지고 사흘 휴식 후 선발등판에 나서 최고구속 148km/h를 찍은 패스트볼을 앞세워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5차전 데일리 MVP 수상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원태인은 우승 직후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 "올 시즌도 그렇고 참 많은 아픔이 있었다. 타이 브레이커부터 시작해서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도 실패했던 기억이 있다"며 "이렇게 또 라팍에서 우승을 결정짓고 싶은 마음이 컸다. 미디어 데이 때도 팬들께 약속을 했는데 지킬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삼성이 암흑기에 빠져 있던 2019시즌 1차 지명으로 입단,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데뷔 첫해부터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고, 3년차였던 2021시즌 26경기 158⅔이닝 14승7패 평균자책점 3.06으로 활약하면서 팀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다.
삼성은 원태인의 활약을 앞세워 2021시즌 상위권 도약을 이뤄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KT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인 끝에 76승59패9무로 동률을 기록했고,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1위 결정전이 열렸다.
원태인은 대구 홈에서 열린 1위 결정전 선발투수로 등판했지만, 6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에도 삼성이 패배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당시 강백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등판을 마치고 분을 이기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던 모습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원태인은 5년 전 아픔을 우승으로 씻어냈다. 삼성 역시 2026시즌 전반기를 1위로 마친 뒤 후반기 KT에 밀려 2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던 가운데 멋지게 복수에 성공했다.
원태인은 "사실 우리가 올 시즌 KT에 강했는데 마지막 3연전을 무기력하게 내준 뒤 많은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며 "선수들끼리 '꼭 한국시리즈에 가서 KT와 붙고 싶다'는 말도 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붙은 KIA도 정말 강팀이었는데 KIA를 잡고 한국시리즈로 가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힘입어서 이렇게 업셋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삼성은 이번 플레이오프 직전 2026시즌 세이브왕 김재윤이 부상으로 낙마, 큰 타격을 입었다. 원태인이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마무리를 맡는 헌신을 보여주면서 고비를 넘겨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원태인은 "불펜에서 정말 힘들었다. 아픈 게 아니라 팔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던지는 느낌이었다. 팔이 잘 안 돌아가더라. 그래서 오늘 어떻게든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자는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다. 3회쯤 되니까 팔이 말을 안 듣더라. 그래서 강민호 형 미트만 보고 열심히 던졌다"고 설명했다.
또 "민호 형이 전날 '가을은 원태인이다'라는 말을 해주시면서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하더라. 오늘 그 말씀이 생각났다. 5회까지만 어떻게 버티다 보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고, 우승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버텼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승이라는 걸 정말 너무 하고 싶었고, 부러워했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제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삼성은 2010년대 초반 우승이 당연하다는 느낌을 받는 왕조였다. 올해가 그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대구, 김한준·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