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길고 길었던 암흑기를 완벽하게 끊어내고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왕좌를 탈환했다. 육성과 투자의 조화, 사령탑의 확고한 야구 철학이 어우러지면서 'V9'을 이뤄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삼성 3승1패) 5차전에서 KT 위즈를 12-1로 제압했다. 1차전 패배 후 2차전부터 내리 4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삼성은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을 제외하고 오랜 시간 '무관'의 설움을 느꼈다. 2002년 그토록 고대하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뒤 2005, 2006년 2년 연속 통합우승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류중일 감독이 2011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KBO리그 역사상 최강의 팀이 탄생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4년 연속 통합우승으로 '왕조'를 건설했다.
삼성은 2015시즌에도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 KBO리그 최초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과 통합우승을 겨냥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직전 주축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탓에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두산 베어스에게 1승4패로 무너지면서 준우승의 쓴맛을 봤다.
'강팀'의 이미지만 있었던 삼성은 2016시즌부터 추락했다. 페넌트레이스 9위로 체면을 구긴 뒤 2017시즌에도 9위에 머무르면서 고개를 숙였다. 2018시즌 6위까지 반등하면서 이듬해에는 가을야구를 기대하게 했지만, 2019시즌 8위로 떨어졌다.
2020년대 초반에도 삼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0시즌 8위로 여전히 정상은 멀게만 느껴졌다. 2021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두산에 덜미를 잡혀 한국시리즈 진출이 불발됐다. 2022, 2023시즌 2년 연속 '야구' 없는 가을을 보냈다.
삼성의 비상은 2024시즌부터 시작됐다. 부임 2년차를 맞은 박진만 감독은 강도 높은 수비, 체력 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렸다. 김지찬, 김영웅, 이재현 등 젊은 야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줬고, 성장을 끌어냈다. 팀의 기둥 구자욱, 강민호도 제 몫을 해주면서 통합 준우승과 함께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25시즌에는 후반기 초까지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막판 무섭게 치고 올라가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잡은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SSG 랜더스를 업셋하고 플레이오프까지 나아갔다. 팀 전체가 값진 경험과 자신감을 얻어 2026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2026시즌을 앞두고는 '리빙 레전드' 최형우를 11년 만에 다시 데려왔다. 올해 만 43세가 되는 선수에게 2년 총액 26억원, 보상금 포함 51억원을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최형우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매년 성장세를 보여줬던 김영웅, 이재현이 슬럼프에 빠졌던 상황에서 최형우가 중심 타선을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페넌트레이스 2위도 쉽지 않았다. 최형우는 가을야구 기간에는 주장 구자욱이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외야 수비 소화가 어려워지면서 선발 좌익수로 뛰는 투혼까지 발휘했다.
삼성은 지도자의 뚜렷하고 확고한 운영 철학, 유망주들의 성장, 구단의 투자가 하모니를 이룰 때 우승의 결실을 맺는다는 걸 보여줬다. 구단 역사상 첫 업셋(Upset) 우승이었기에 더 가치가 있었다.
사진=대구, 김한준·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