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김지수 기자) 삼성 라이온즈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쓰라린 피홈런의 아픔을 딛고 팀이 한국시리즈로 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2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삼성 1승1패) 3차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6-4로 이겼다. 지난 27일 2차전 8-3 승리의 기세슬 몰아 시리즈 2연승을 기록,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원태인은 이날 삼성이 4-3으로 앞선 6회말 이닝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팀 사정상 플레이오프 기간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뛰게 된 가운데 9회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피칭을 시작했다.
그러나 원태인은 선두타자 나성범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 고개를 숙였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된 게 뼈아팠다. 다만 이후 삼성이 6-4로 앞선 7회말 2사까지 1⅔이닝을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삼성 벤치는 여기서 원태인을 이승민으로 교체했다. 원태인의 투구수가 30개를 넘어선 가운데 4차전 투입을 고려해 과감하게 남은 이닝을 다른 투수들로 막는 결단을 내렸다.
원태인은 교체 과정에서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코칭스태프의 결정에 수긍하고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뒤이어 등판한 투수들이 2점의 리드를 지켜내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원태인은 3차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원래 오늘 등판 전에 최일언 수석코치님께서 6회부터 끝까지 던질 수 있게 준비하라고 하셨다. 사실 오늘 안 던지면 내일 4차전 선발등판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경기 중 감독님께서 이승민과 다른 투수들을 믿고 남은 이닝을 맡긴 뒤 (나를) 4차전에 쓰시는 걸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짧게 던질 줄 알았으면 6회와 7회에 모든 걸 다 쏟아붓고 내려왔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겼기 때문에 모든 게 다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은 뒤 "솔직히 7회에 투구 밸런스가 잡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김도영과 승부해 보고 싶었는데 최일언 코치님이 투수를 바꾼다는 제스처를 하면서 올라오시길래 장난치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교체라고 하셔서 의아한 표정이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2026시즌 세이브왕 김재윤이 플레이오프 직전 부상을 당하면서 가을야구를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승부수로 플레이오프 기간 원태인을 불펜으로 돌리는 결단을 내렸고, 원태인 역시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 중이다.
원태인은 2019년 신인 시절부터 줄곧 선발투수로만 커리어를 쌓아온 까닭에 불펜 대기도, 연투도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마운드를 밟을 수 있다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원태인은 "이렇게 불펜에서 던져본 경험이 없어서 힘들긴 하지만, 재미있는 것 같다. 감독님께서 나를 제일 믿으시니까 이렇게 비밀병기로 기용하신다고 생각한다"며 "4차전에서도 던지면 고등학교 시절 이후 첫 연투다. 사실 내일은 팀이 큰 점수 차로 이겨서 내가 나갈 일이 없더라도 전혀 미련이 없을 것 같다"고 장난 섞인 진심을 전했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