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리빙 레전드' 최형우가 11년 만에 푸른 유니폼을 입고 나선 가을야구 무대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지난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삼성 1패) 2차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8-3으로 이겼다. 전날 패배를 설욕하고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삼성의 이날 2차전 가장 큰 승부수는 최형우의 5번타자 겸 좌익수 기용이었다. 간판타자 구자욱이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외야 수비를 소화할 수 없어 지명타자로만 나서야 해 기존 고정 지명타자였던 최형우가 1차전에서는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박진만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과감히 좌익수 최형우 카드를 빼들었다. 삼성팬들은 물론 미디어에서도 최형우가 수비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최형우는 올해 6경기, 43이닝 좌익수 수비를 소화하긴 했지만, 수비가 중요한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타격에만 전념해왔다. 최형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 수비에 나섰던 건 KIA 소속이었던 2018시즌 와일드 카드 결정전 이후 8년 만이었다.
결과적으로 최형우의 선발 좌익수 기용은 삼성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최형우는 일단 2회말 첫 타석에서 삼성의 2차전 마수걸이 안타를 쳐낸 데 이어 삼성이 삼성이 4-1로 앞선 5회말 2사 만루에서 KIA 좌완 파이어볼러 이의리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 밀어내기로 귀중한 한 점을 팀에 안겼다.
최형우는 기세를 몰아 삼성이 7-2로 앞선 7회말 좌완 김범수를 울리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을 기존 만 40세 10개월 12일에서 만 42세 10개월 11일로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최형우가 가장 번뜩였던 순간은 의외로 수비였다. 삼성이 5-1로 앞선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IA 카스트로가 좌측 펜스 상단을 때리는 장타를 날렸을 때 침착하게 타구를 잡아 재빠르게 2루 송구를 연결, 2루타를 노렸던 카스트로를 보살로 잡았다.
삼성 벤치는 마치 역전 만루 홈런이라도 나온 것처럼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3루쪽 삼성 응원석도 최형우의 보살에 열광하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최형우는 2차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홈런보다) 수비가 100배 기쁘다. 카스트로를 그냥 잡을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2루 송구가 너무 내가 봐도 말도 안 되게 잘 갔다. 운 좋게 아웃 시킨 것 같다"며 "수비 부담은 지금도 계속 있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단기전이라서 실수 하나로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어서 계속 부담감은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진만 감독이 오는 29일 3차전에서도 좌익수 기용을 예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이야기는 그렇게 하셨는데 내가 전화를 한 번 드려야 할 것 같다. (대구보다) 야구장이 커지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진 뒤 "수비 때 자신감도 떨어지고 나이가 있다 보니 판단이 쉽지 않다. 예전에는 나가면 어느 정도 잡는 데 지금은 공도 좀 흔들리고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팀 사정상 이어지는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도 선발 좌익수를 맡을 것이 유력하다.
삼성팬들은 수비 때 부지런히 외야를 누비는 최형우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평범한 뜬공을 처리했을 때도 마치 호수비가 나온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최형우는 "1회초에 팬분들께 감사한 게 쉬운 뜬공을 잡았는데 너무 크게 환호해 주셨다. 타구를 잡으려고 뛰어 갔다 왔는데 수고한다고 박수쳐주시더라. 노인 우대해 주는 것처럼 너무 감사했다"고 웃었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