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재현이 상대 팀에 흐름을 내줄 수 있는 상황에서 호수비로 팀을 구했다.
박재현은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 2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박재현은 이날 타석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기습번트를 시도했지만 출루에 실패하는 등 경기 내내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달랐다. 박재현에게 타격 부진의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KIA가 5-1로 앞선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유격수 박민이 르윈 디아즈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포구 실책을 범했다. 자칫 삼성 쪽으로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박재현이 동료의 실수를 지웠다. 1사 1루에서 박승규가 친 타구가 왼쪽 담장 근처까지 날아갔고, 워닝트랙까지 달려간 좌익수 박재현이 타구를 잡아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재현은 2사 1루에서 강민호의 타구까지 몸을 날려 낚아채며 그대로 이닝을 끝냈다.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수비였다. 박재현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현했다. 이후 KIA는 4점 차 리드를 지켜내며 시리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재현은 "그냥 어떻게든 잡으려고만 했다. 타구 2개 모두 글러브 안으로 들어와 줘서 정말 다행"이라며 "무조건 잡겠다는 각오로 뛰어갔다. 슬라이딩하지 않았다면 허리를 숙이는 과정에서 공이 글러브에 맞고 튕겨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다. 그래서 슬라이딩했는데 공이 잘 들어와 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동료의 실수를 만회해 줬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수비였다. 박재현은 "앞에서 (박)민이 형이 실수를 한 상황에서 좋은 수비가 나왔기 때문에 민이 형이 정말 고맙다고 해줬다. 나도 실수를 많이 해봤고 그럴 때 형들이 이렇게 도와줬다. 나도 똑같이 민이 형을 도와줬다고 생각한다"며 "이건 고마워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플레이다. 평소에도 민이 형이 수비를 너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좋게 넘어갔다"고 얘기했다.
사실 박재현도 이번 가을야구에서 뼈아픈 수비 실수를 경험했다. 지난 17일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중견수 김호령과 콜 플레이 과정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포구 실책을 범했다. 이후 수비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욱 집중했다.
박재현은 "한 번 공을 잡아서 다음 수비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워낙 오늘 타석에서 안 좋은 모습만 보여줘서 어떻게든 수비에서만큼은 실수를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며 "첫 경기부터 팀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호수비를 하니까 그래도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리머니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타격감 회복이다. 박재현은 "닷새의 휴식 때문에 못 쳤다고 하는 건 너무 핑계인 것 같다. 해럴드 카스트로와 (김)도영이 형은 똑같이 쉬었는데도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런 걸 보면 휴식은 핑계고 그냥 내 실력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수비에서는 정말 많이 집중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내일 경기에서는 타석에서도 그 집중력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남은 시리즈에서는 쌀쌀한 날씨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역시 경기 시작 후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떨어지면서 선수들이 추위를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재현의 마음만큼은 뜨거웠다. 박재현은 "기온은 떨어졌지만 내 마음의 열기는 뜨거웠기 때문에 전혀 춥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