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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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굳이 근친상간을 이야기한 이유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4.01.23 19:00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선산' 연상호 감독이 극 중 '근친상간' 설정을 넣은 이유를 밝혔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의 기획과 각본을 맡은 연상호 감독과 엑스포츠뉴스가 만났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에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영화 '정이'까지 특유의 K-장르를 개척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선산'으로 또 한 번 한국만의 토속신앙, 가족 스릴러로 돌아왔다.

'선산'을 표현하는 주요 키워드 중 유독 눈에 띄던 '가족'이라는 단어. 연상호 감독은 작품을 통해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던 것일까.

연상호 감독은 '근친상간'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을 극에 넣은 이유를 설명했다. 극 중 윤서하(김현주 분)은 존재도 알지 못했던 작은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산을 상속받게 된다. 그러다 알게 된 이복 동생 김영호(류경수)를 만나게 되는데. 



김영호의 정체는 가히 충격적이다. 그는 윤서하 아버지 윤명호의 아들이자 윤서하 고모 윤명희의 아들이었던 것. 친남매의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의 등장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다.

연상호 감독은 한국적이면서도 색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재로 '선산'을 떠올렸고, 단어가 주는 가족적인 이미지에 맞게 가족 이야기로 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선산' 속 모든 인물들은 가족에 의해 아파하고 웃고 분노하고 죽고 죽이기까지 이른다. 

연 감독은 "서사가 이성적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방향으로 가는 원동력이 '가족'이었다. 가족이 종교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업보, 액막이, 죄의 대물림이라는 가족적인 단어가 무속 이미지와도 맞는다고 생각해 만들어내게 됐다"며 근친상간의 당사자이자 굿을 하는 승려 캐릭터를 설립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이어 "캐릭터들이 다 가족과 엮여 있어서 정상적인 판단과는 다른 판단을 한다. 시청자들은 이성적으로 내리기 힘든 판단이겠지만, 또 그게 가족을 위한 선택이니 납득이 갈 것"이라며 "'가족'이라는 존재 덕분에 예상 안되는 방향으로 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는 이 깊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연 감독은 "영호는 통념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였고, 엄청난 사랑으로 인해 태어났다. 이는 가족의 사랑에 대한 극단적인 형태다. '선산'은 이를 윤서하가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렸다"고 근친 설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선산' 마지막 장면에서 김현주는 윤명호와 윤명희를 한 묘에 묻으며 이들의 관계에 의문을 품는 이장 전문가에게 "가족이에요. 가족"이라고 답한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의 마지막 대사가 관객에게 어떻게 들릴 것인가, 이게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을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설정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극 중 윤명희는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아들이 손가락질 받을 것을 우려해 절에 함께 숨어 지냈다. 물론 호적에도 그를 올리지 않았다. 또한 이 모든 일들이 경찰에게 발각 될 위기에 처하자 그녀는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유전자 정보도 나오지 않을 새까만 재가 되어 버린다. 

연 감독은 "극에 나온 상황들이 사실 통념과 멀지만 이해가 갔으면, 그녀(윤명희)의 마지막 선택이 가슴에 남았으면 했다. 우리의 통념과는 멀지만 그녀를 쓰레기 취급하는 게 아닌 다른 감정이 들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 '정이', '부산행' 등에는 항상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해왔다. 그는 다른 작품을 하던 당시에도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기에 '선산'으로 그 염원을 이뤄냈다. 

근친상간이라는 자극적인 소재, 이는 미친 짓이 아닌 사랑이라고 호소하는 윤명희의 울부짖음은 공개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낳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와 가장 핵심으로 이야기 나눈 게 마지막 '가족이다'라는 대사다. 그 톤이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게 다른 톤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조심스럽게 촬영 비화를 전했다.

그는 "그 한 마디로는 완벽하게 질문을 던지기 쉽지 않더라. 후시녹음 할 때도 여러 톤들이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저희가 선택한 톤을 지금 작품에 넣었다"며 "저희는 결말이 정답처럼 들리질 않기를 바란다. 관객마다 다르게 느낄 그 톤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가족'을 주제로 한 담론이 나올 수 있는 대사를 만드는 게 저희의 의도였다"며 결말에 대한 호불호 또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음을 밝혔다.

한편, '선산'은 19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사진 = 넷플릭스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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