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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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칭 신화의 아쉬운 몰락

기사입력 2007.03.28 14:25 / 기사수정 2007.03.28 14:25

이준목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준목 기자] '캐칭 신화'도 결국 팀을 구원하지는 못했다. 춘천 우리은행이 아쉽게 2007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4강전에서 ‘라이벌’ 삼성생명과 격돌하며 최종 3차전까지 치르는 명승부를 연출했으나 아쉽게도 막판 2%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우리은행이 타미카 캐칭과 함께했던 시즌에 우승컵을 놓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캐칭은 우리은행에서만 무려 세 차례의 우승컵을 안기며 ‘우승청부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올해도 여전히 그녀만큼은 ‘명불허전’이었다. 경기당 평균 28.5점(2위). 13.4리바운드(3위), 3.1도움, 2.95 가로채기(1위)에 이르기까지, 캐칭은 우리은행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그러나 캐칭 효과의 ‘약빨’은 예전만 못했다. 정규시즌에서 우리은행은 14승6패로 ‘레알’신한은행(17승3패)의 벽에 막혀 2위에 그쳤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삼성생명에 덜미를 잡혀 1승2패로 결승진출에도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정규시즌에서 3승1패의 우위를 차지했던 삼성생명이기에 충격은 더했다.

우리은행에서 캐칭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캐칭을 보좌해줄 수 있는 확실한 도우미가 부족했다는 게 뼈아팠다. 여름리그 이후 국민은행으로 이적한 김영옥의 공백은 확실한 정통 포인트가드의 부재로 이어져서 시즌 내내 경기운영의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드러냈다.

박명수 감독은 김진영과 이경은, 김은경으로 이어지는 ‘플래툰 시스템’으로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했으나 역시 역부족이었다. 정규시즌에서 국민은행, 신세계 같은 약체 팀들에게 의외의 고전을 거듭한 것이나, 삼성생명과의 4강전에서 무릎을 꿇은 이유도 고비마다 가드진의 결정적인 턴오버와 공격력 부재에 원인이 있었다.

공격 제2옵션의 역할을 수행해주어야 할 김은혜와 김계령의 활약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김은혜는 정규시즌 경기당 10.4점, 3점슛 2.35개(36.2%)을 기록했지만 전반적으로 기복이 너무 심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김은혜는 130개(47개 적중)의 외곽슛을 구사한 반면, 3점 라인 안쪽에서의 야투 시도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60개(24개 적중, 40%)에 그쳤다. 돌파나 포스트업같은 다양한 공격루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외곽슛에만 편중된 공격은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이후 WNBA 진출이 확정된 김계령(8.9점. 5.8리바운드)은 간간이 중거리슛으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으나, 신장에 비해 포스트에서의 수비나 리바운드 능력이 기대이하였다. 특히 삼성과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이종애와 로렌 잭슨의 장신벽에 막혀 자신감을 상실한 듯 소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다. 정은순과 정선민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팀의 주전센터이자 파워와 탄력에서 앞선 WNBA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좀 더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캐칭은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 올해의 우리은행은 캐칭이 센터임에도 3점 라인까지 내려와서 볼배급을 담당하거나, 외곽에서 1대1 돌파를 통한 마무리 혹은 킥아웃으로 공격의 활로를 여는 모습이 세트 오펜스의 주류를 이뤘다. 물론 캐칭은 이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월등한 기량을 지닌 선수였지만, 매 경기마다 계속된 지나친 과부하는 팀 공격의 창의성을 가로막고, 선수들이 캐칭에게만 의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올 시즌 우리은행은 승패와 상관없이 여러 차례 명승부를 연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상대전적에서 1승3패로 뒤졌으나 신한은행과의 정규시즌 1~4라운드 대결은 매 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이었다. 삼성생명과의 PO 2차전에서 여자농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4쿼터 13점차의 리드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두는 장면도 올해 겨울리그를 대표하는 명승부중의 하나라고 부를만했다.

우리은행은 다가오는 여름 시즌부터 거센 변화의 한가운데 놓이게 된다. 내년 여름리그에는 외국인 선수가 뛰지 못하게 된다. 토종 센터의 자존심이라 할만한 김계령마저 WNBA에 진출하며 전력의 약화를 피할 수 없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팀의 간판이라 할만한 김은혜와 홍현희,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우리은행의 행보는 험난할 전망이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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