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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노크] 김광현 영화사 하늘 대표 "마케터, 늘 새로운 도전"

기사입력 2017.07.19 11:27 / 기사수정 2017.07.19 10:07


[김유진의 노크]는 영화계 안팎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숨은 일꾼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엑스포츠뉴스의 고정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여섯 번째 주인공은 영화 홍보사 하늘의 김광현 대표입니다. 하늘에서는 '어바웃 타임'(2013)과 '이미테이션 게임'(2014),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연평해전'(2015)을 비롯해 올해 '히든 피겨스', '비정규직 특수요원', '프리즌', '박열' 등을 홍보·마케팅했습니다.

김광현 대표는 지난 6월 23일,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Korean Film Marketers Association,KFMA)의 제3기 회장으로 선출되며 앞으로 2년 동안 영화마케터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일에도 앞장서게 됐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빌딩 4층에 자리잡은 영화사 하늘. 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다른 사무실의 공사를 위해 옮겨지는 물건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하늘은 빌딩 안의 수많은 사무실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는 중에도, 10년째 꾸준히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광현 대표는 "건물이 굉장히 많이 바뀌고 있는데 저희만 계속 이렇게 있네요"라고 따뜻한 웃음과 함께 첫 인사를 건넸다. 이내 "그 때도 각오하고 들어온 것이거든요. '우리도 사람답게 일 좀 해보자'고 생각해서요. 일하기엔 이 정도가 딱 좋은 느낌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영화 이야기를 시작했다.


▲ "마케터 업무 환경, 개선해나가는 과정…좋아질 것이라 믿어"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의 새로운 회장이 된 것을 먼저 축하해야 할 것 같다.(웃음)


"사실 각자의 일이 많은 상황에서 회장직을 맡는다는 것은 중압감이 큰 일이잖아요. 다들 어렵게 생각하는 자리인데, 지난 기수 때 제가 오가면서 '이번 한 번만 봐주시면 다음에 하겠다'고 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정말 정확하게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저도 '이번쯤에는 내가 되겠구나' 생각한 부분도 있었고요. 나이나 경력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제 차례가 됐다고 생각했었어요. 기분 좋게 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죠."

-회장으로 선출됐던 지난 총회에서 "나이, 경력, 회사의 규모 등에서 중간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 잘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회장직을 승낙하게 됐다"고 말했었다.

"사실은 제가 딱 중간이라기보다는, 제 밑으로 좀 더 많긴 해요. 그러다 보니 사실, 그 친구들이 예를 들면 경력이 높으신 분들(올댓시네마 채윤희 대표, 영화인 신유경 대표 등)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거든요. 이미 본인의 막내 시절에 대표를 하시고, 또 그 분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던 그런 사람들인데 어려운 점이 당연히 있죠. 혹시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의견을 잘 못내는 경우도 있고, 이쪽에서는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인데 혼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요. 그런 간극이 크다 보니 후배들도 편하게 생각하고, 선배들도 편하게 무언가를 시키는 제가 그 부분에 있어서 소통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웃음)"

-지금 눈앞에 있는 가장 큰 미션은 무엇인가.

"지난주에도 저희 부회장들(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 머리꽃 송윤영 대표)과 만나서 회의를 했거든요. 이야기가 새벽까지 이어졌는데, 이것도 저것도 고쳐야 할 것이 정말 많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근무 환경 개선이죠. 직원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특히 개인적으로는, 지금 영화마케팅사협회가 시작한지 4년이 넘었는데 아직 회의 때 모든 사람들이 모인 적이 없어요. 처음 만들어진 날부터 시작해서 한 번씩 있는 총회, 이런 것을 할 때 모두요. 최대한 많이 모이게 하려고 아침 8시에도 시작을 해보고 했는데, 모든 회사 중 한두 군데는 항상 뭔가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부분은 양해를 받아서 정말 한 번쯤은 모든 회사가 다 모이는,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회사마다 규모나 업력, 이런 부분이 차이가 있다 보니 각자 갖고 있는 고민들이 다 다르잖아요. 각 회사의 대표 분들이라도 꼭 만나서 소통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저 역시 한동안 회사를 어렵게 경영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편하게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홍보, 마케팅이라고 하면 화려해 보이는 이미지도 떠오른다. 사람들이 홍보·마케팅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가 있을까.

"그동안 협회사 수가 많아졌어요. 그런데 인원은 거의 변동이 없죠. 그만큼 작게, 소규모로 하는 회사들이 좀 많아진 것 같아요. 지금 22개 회사, 100여 명이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에 가입돼 있거든요. 회사가 많아졌다고 하면, 뭔가 '요즘 마케팅사들이 잘 되나 보구나, 다 돈을 버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인원은 정말 그대로고, 오히려 조금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저도 고민을 해 본 결과, 이 문제는 경력이 어느 정도 된 사람들의 이탈이 많이 생기고, 또 그 빈자리의 경력직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까 계속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인원은 줄고 회사는 늘어나고, 이런 식으로요."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은 홍보·마케팅사에서도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맞아요. 쉽지 않죠. 이쪽에서 일을 잘 하던 친구들이 기업 홍보로 가는 경우도 있고, 너무 힘들어서 아예 업계를 떠나기도 해요. 잘 키운 훌륭한 인재들을 계속 잡아둘 수가 없는 시스템이죠. 예를 들어 저희 회사 실장급 직원이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해서 휴가를 간다고 하면, 그 밑에 있는 4명의 직원이 실장 없이도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거예요. 큰 회사에서는 한두 명이 빠져도 서포트를 해 줄 수 있지만, 정말 소규모 회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하다못해 한 명이 휴가 가면 모두 그 사람 몫까지 해야 되는 상황이니까요. 그런 근본적인, 평생직장으로 절대 불가능한 부분들이 고민이죠.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요. '왜 이것이 어려울까, 왜 항상 우리(직업)는 어느 정도 일하다 옮기기 위한 그런 회사밖에 안될까'란 생각이 들긴 해요."

-하늘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었다는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15년 전 다른 회사에서 받았던 홍보 대행료와, 협회가 생기면서 받았던 대행료가 똑같은 것 같아요. 15년~20년 동안 한 번도 안 변한 것이죠. 저는 그 때 심지어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회사를 차렸는데, 막상 들어오는 영화 라인업이 거의 없는 거예요. 그때 직원들도 나름의 드림팀을 꾸려서 왔거든요. 정말 훌륭한 직원들이 있는데 영화가 없는 거죠. 요즘과는 약간 반대에요. 지금은 거의 모든 회사가 영화는 많은데 사람이 없거든요. 그 때는 진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있는데 영화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까, 일을 하는데도 계속 빚이 쌓이는 거예요. (회사를 차리고) 5년 정도 고생했죠. 그렇게 (수익과 빚의 균형이) 제로(0)가 된 것이 2~3년 전 쯤이예요. 그래서 그 때 직원들과 다 같이 술 마시고 그랬었죠.(웃음)"

-협회가 여러 가지 면에서 든든한 힘이 돼 줄 수 있는 부분 같은데.

"그래서 신생 홍보사에도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그 때는 협회라는 울타리가 없었고 지금은 있는 것이잖아요. 신생 홍보사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사실 있거든요. 5명 이하의 신생 회사는 한 번 받아야 할 돈이 안 들어오면 정말 큰일 나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돈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구력이 있는 회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작은 회사의 경우에는 또 라인업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협회라는 울타리를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영화사 하늘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것인지.

"다른 직원들도 많이 물어보는데, 사실 큰 의미는 없어요.(웃음) 그렇지만 제가 하늘을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아요. 사진 같은 것도 거의 하늘만 많이 찍고요.(웃음) 제 ID에도 블루(BLUE)라는 말이 많이 들어가죠. 예전에 직원들과 해외 워크숍을 갔을 때에는, 옷을 갈아입는데 제가 가져간 옷들이 다 하늘색 계열이었나 봐요. 저도 모르고 있었는데, 직원들이 "대표님은 하늘색 옷밖에 없으세요?"라고 해서 그 때 알아차리기도 했죠.(웃음)

-사실 모든 영화의 시작이 홍보·마케팅에서 이뤄지지 않나. 너무나 중요한 그 역할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다.

"사실은 지나고 보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할 때가 많은 과정인데, 진행 중인 입장에서는 시간을 돌리고 싶거나 멈췄으면 하죠.(웃음)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그 과정들이 항상 재미있었고, 심지어 잘 되지 않은 영화조차도 즐겁게 일했던 기억들이 있으니까 하는 것인데, 흔히 요즘 말로 '젊은 친구들' 입장에서는 "왜? 굳이? 이 고생을 하면서 해야 되나"란 생각이 들긴 할 것 같아요. 사실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서 공고를 내면, 유료 광고를 하지 않아도 200명, 많이 몰릴 때는 400명 넘게 지원자가 생겨요. 그만큼 이 일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죠. 그런데 며칠 동안 서류를 보고 면접도 많이 보고 해서 뽑아도, 한 달 안에 그만두는 친구가 더 많아요. 처음에는 저도 직원들이 그만둘 때마다 송별회를 하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거든요. 그 때 당시만 해도 월급이 밀리는 경우도 많았고 제가 못나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속상함 때문에요. 나중에는 초연해지더라고요.(웃음) 어쨌든 저희도 협회가 생기고 나서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 기업에 비하면 급여, 복지 같은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결국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업계 전체가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자부심이 없으면 버티기 어려운 직업인 것 같기도 하다.

"맞아요. 지금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90% 이상이 그 이유를 갖고 있지 않을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죠. 저희가 하는 일들이 사실 서류(글자)로 봤을 때는 '이 정도 일을 하는구나' 느낄 수 있는데, 거기에 서류로 표현이 안 되는 일들이 정말 많거든요. 저희 회사 실장을 예로 들면, 클라이언트, 매니저, 기자까지 하루에 100통화씩은 하는 것 같아요. 그 100통화가 한 사람과 수십 통을 왔다 갔다 할 때도 있고, 시간을 따져보면 하루에 전화 시간만 5시간 정도가 되는 것이죠. 그 와중에도 해야 할 회의는 다 해야 하고요. 실장급 뿐만 아니라, 막내들도 관련 업체에 전화하고, 시사회와 관련한 관객들 컴플레인도 받아야 하고요. 하다못해 퀵서비스 직원에게 길을 설명하는 이런 것까지 하면,(웃음) 말로 표현되지 않는 일들이 정말 많아요."

-하늘의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현재 홍보를 맡고 있는 작품과 앞으로의 라인업을 간단히 알려준다면.

"직원 수는 총 11명이고요. 실장급을 중심으로 팀이 나뉘어져 있어서 일하기에는 좀 나아졌어요. 최근에는 '박열'(6월 28일 개봉)을 홍보했고, '장산범'(8월 17일 개봉) 개봉도 기다리고 있죠. 또 뤽 베송 감독의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기억의 밤', '리틀 포레스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맡고 있어요. '박열'이나 '장산범'처럼, 이런 작품이 개봉일이 조금씩 조정되면서 일이 왔다 갔다 하게 되거든요. 단점이라고 한다면 일이 언제 끝나고 또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까,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휴가 같은 경우도 미리 잡아놓는다면 좀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걸 못해요.(웃음)"

-(그렇게 될 수 없는 일이지만) 영화들이 연초에 모두 '이 때 개봉하겠다'고 날짜를 확정하고 안 바꾼다면 좀 더 수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그건 안 되죠.(웃음) 그런 부분에 대한 것도 계속 노력은 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각자의 입장들이 있는 것이니까요. 지금도 예를 들면 영화 하반기 라인업들이 들어오는데, 개봉 시기를 보면 10월, 11월이라고 하는 작품들이거든요. 작품을 겹치게 받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데, 알아서 (개봉일이) 흩어지는 경우도 있고, 흩어져서 받았는데 모이는 경우도 있고 그래요.(웃음) 저희는 원래 1월부터 4월까지 한두 달에 세 편 정도씩, 차근차근 라인업을 정말 이상적으로 짜놓았거든요. 그런데 결국엔 3월에 5편을 했어요. 한 주에 3편씩 개봉하고.(웃음) 그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현장에서 일하는 남자 마케터의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그렇죠. 1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안 될 수도 있고요.(웃음) 현실적인 급여 문제 같은 경우가 있거든요. 남자라고 급여를 더 많이 줄 수도 없는 것이고요. 그런데 보통 남자들이 결혼 같은 것까지 생각하면 어려운 점이 더 보이죠. 일터에 여자 비율이 높아서 신경이 쓰이는 이런 것보다는, 오히려 급여적인 부분의 문제가 더 큰 것 같아요. 저처럼 좀 일찍 시작한 친구들이 보통 좀 오래 버텨요. 25살 전후로 시작하면 여자들과 차이도 별로 나지 않고, 또 그만큼 빨리 클 수도 있으니까요. 남자이기 때문에 가지는 장점도 있죠. 일단 힘쓰는 일을 할 수가 있고요.(웃음) 또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기본적으로 여자들이 많은 회사에 남자가 한 명 있으면 분위기가 유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섬세함이 떨어지는 대신에 넓은 느낌이 약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케터로 일하며 피부로 와 닿는 힘든 부분도 좀 더 언급해 줬으면 좋겠다.

"제일 힘든 것은 결국 자진 야근이죠.(웃음) 자진 야근으로 생기는 사생활의 포기요. 전화 노이로제는 없냐고요? 저는 전화를 굉장히 싫어해요.(웃음) 문자나 모바일메신저(카카오톡)를 더 좋아하지, 전화 받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미친듯이 전화가 오고 그러면 싫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죠. 또 저희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은데, 나빠도 나쁘다고 못하는 통화가 많잖아요. 물론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대행사'라는 이름 자체가 가진 입장, 그 부분에 대한 감정적인 소모도 분명히 있어요. 저희가 '을'이긴 하니까 어쩔 수는 없는데, 좋은 환경에서 떳떳하게 대우받는 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인 것이죠."


▲ "매일 매일이 새로워…마케터 꿈꾼다면 과감히 도전하길"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25~26살 시절에 홍보사 영화인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원래부터 영화 쪽 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인가.


"저는 사실 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스포츠지 기자가 되고 싶었죠. 그 때 스포츠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해서, 영화 기사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방법도 잘 몰랐고, '일반 기업에 취업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었죠. 고향은 충남 청양이고, 대학교 때 서울로 오게 됐어요. 서울에서 영화를 보는데, 완전 신세계인 거예요.(웃음) 그래서 진짜 일주일에 한 번씩, 그 때 영화 정말 많이 봤던 것 같아요.(웃음) 영화 일을 정말 하고 싶은데 그때는 영화라고 하면 감독, 이런 쪽 밖에 알지 못했죠. 마케팅이라는 일이 있는지도 당연히 몰랐고요. 기자를 해보자고 하다가 구직사이트에서 우연히 영화인 모집 공고를 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 때 신유경 대표님을 만나게 됐죠. 그 자리에서 대표님이 "내일부터 출근해"라고 하셔서 방학 동안 일을 했는데, 대표님이 저를 잘 봐주셨는지 "학교에 가지 말고 회사를 다녀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제가 졸업해야 된다고, 난리 난다고 했더니 그럼 3일을 학교에 가고 3일을 일하자고 하셨어요. 실제 월급도 꽉 채워서 주시고, 그렇게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병행했어요. 그래서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는 경력이 긴 편이죠."

-신유경 대표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정말 이 일을 하면서 뭔가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신 대표님이시죠. '저 분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줬구나' 이런 마음이요. 스승님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스승의 날에 해마다 찾아가고 있고요.(웃음) 신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 일을 안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예전 제 별명이 '꿈도 야망도 없는 놈'이었거든요.(웃음) 신 대표님이 제게 "넌 그래서 뭐 될 거니?"라고 물으시면 제가 "아무 생각 없는데요" 이렇게 답하곤 해서 절 그렇게 부르셨었죠.(웃음) 그러다 제가 "저 대표님처럼 될 거예요"라고 하니 약간 기분은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웃음)"

-기자의 꿈은 그 때 접은 것인가.(웃음)

"네.(웃음) 당시에 아르바이트였는데도 기자들과 술은 진짜 많이 마셨어요. 일주일 내내 마셨을 거예요. 또 주유소에 현수막도 걸러 다녔었어요. 지금은 현수막 같은 것을 달아주는 대행업체가 있는데, 그 때는 저희가 다 달았거든요. 영화인에 처음 갔을 때도 마케터로 뽑은 게 아니라 현수막 달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고.(웃음) 그 당시 대리님 두 분과 계속 돌아다니면서, 입사 후 일주일 동안은 계속 현수막 걸러 다녔던 기억이 나요. 예전에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 했을 때만 떠올려 봐도, 사람들이 서울극장 앞에 다 모였었거든요. 그 앞에서 축하도 하고 동정도 하고 격려도 하고요.(웃음) 주말에 개봉하면 항상 사람들이 가는 냉면집과 중국집을 찾아서 낮부터 술도 마시고.(웃음) 그런 추억들이 떠오르네요. 그때만 해도 온라인 예매 시스템이 없으니까, '공동경비구역 JSA'같은 영화가 개봉할 때는 정말 사람들이 만든 줄이 극장을 휘감았거든요. 이번에 '옥자'가 서울극장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은 온라인 예매가 있어서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영화인에서 7년 정도를 일하고 독립을 했다.

"영화인과 하늘 사이에 또 다른 회사에 잠시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곳을 벗어나니 잘 적응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낯설고 그렇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린 신 대표님과 하늘을 만들게 해 주신, 돌아가신 정승혜 대표님 두 분이 제가 스승으로 여기는 분들이죠. '왕의 남자' 홍보 일정이 끝났을 무렵에 정 대표님이 "너는 지금 이직을 할 게 아니라, 회사를 차리는 게 낫다"고 하셨어요. 그 때는 그 말씀을 안 듣고 이직을 했는데, 막상 정말 이직을 하고 나니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이 계속 맴도는 거예요. 그 당시 '왕의 남자' 홍보를 하면서 제가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 것이에요. 어깨도 이렇게 올라가고, '내가 천만 마케터다' 이런 생각도 하고요.(웃음) 그런 자신감이 있을 때 '너 너무 건방져'이런 게 아니라 '해도 돼, 회사 차려봐. 네가 누구 밑에 있을 능력은 아니다'라고 용기를 계속해서 주셨죠.

-마케터로 일하며 어떤 의미에서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아쉬운 작품을 꼽아본다면.

"시작점이 됐던 영화는 '패트리어트: 늪 속의 여우'(2000)에요. 시사회도 진행해보고 그랬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지금 생각에서는 '박열'이라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또 작년에 저희 회사 설립 10주년이어서 파티를 했었는데, 그 때 사람들이 말해준 내용과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모았을 때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1등을 했었거든요. 하늘의 예쁜 자식 같은 느낌이랄까요.(웃음) 그 정도 스코어(480만 명)까지는 아니지만, 저희는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밀어붙였던 부분이 분명히 있고요. 또 아쉬운 작품은 최근작인데, '비정규직 특수요원'이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감독님과 배우들, 제작사 대표님까지 이렇게 다 소통하면서 작업을 했던 것이 흔치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이, 무대 인사에 가서 배우들과 저녁을 먹는데 배우들이 저희 막내 이름을 부르면서 얘길 하더라고요. 보통 사실 그렇게까지는 알기 어렵잖아요. 감독님, 제작사 대표님도 마찬가지고요. '뭔가 여기는 굉장히 특이한 팀이구나' 싶었죠.(웃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정말 좋았고,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는데 잘 되지 못해서 안타까운 자식 같은 느낌이 있어요."

-마케터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제가 그렇게 선택할 입장은 아니지만,(웃음) 일단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그 사람 때문인 것 같아요.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도와줘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요. 만약 누가 봐도 안 될 작품이라면, '최대한 적게 안 될 수 있게 하는' 그런 마음이죠. 또 일하면서 좋은 기억이 많은 사람들, 저희 직원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혹여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해요.(웃음) 영화까지 좋다면 당연히 더 좋은 것이고요.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사람이 불편하고 그러면, 그건 못할 것 같거든요."

-영화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도 굉장히 많다. 현실적인 시선으로 이 직업을 설명해준다면.

"저는 이 일은 정말 정말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백 번을 돌아가도, 이 일을 해야 할 것 같고요.(웃음) 이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정말 좋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수치나 그런 것으로 표현이 안 되는 막연한 행복, 또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되는 행복감도 있고요. 또 늘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잖아요. 그래서 이 일에 대한 꿈을 꾸는 친구들이 요즘 들어서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은데, 정말 좋아하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봐요. 그리고 점점 발전하는 사업이라고 보거든요. 시장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 근무환경이 발전하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 꿈은, 이 업계에 있는 회사가 들어오면 나가기 싫은 회사,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협회에서도 10년~20년 동안 끌고 가면서 할 일이 그게 아닐까 싶어요. 사실 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100명의 마케터들이 알리고 있는 것이잖아요. 얼마나 대단한 정예요원들인가요.(웃음) 이 사람들이 진짜 여기서 이렇게 고생하면서 얻은 대가를 받아가면서 오래오래 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회사를 이끌어 온지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어떤 대표, 리더가 되길 바라는지.

"저희 회사에 실장으로 일할 친구가 한 명 더 오는데, 그 친구가 하늘 회사를 열고 3년 좀 넘게 다녔다가, 남자이기도 하고 결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기업 쪽으로 이직을 했었어요. 그러다 최근 연락이 와서 '다시 영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서 제가 같이 일해보자고 했죠. 저희 회사가 큰 회사도 아닌데, 이렇게 다시 오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볼 때 좀 뿌듯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나갔던 회사를 다시 온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는 다른 조건들을 거부하고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면 대단한 것 같고요. 회사 운영은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웃음) 제가 바라는 목표 하나는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있는, 그것이면 괜찮을 것 같아요. 하반기에는 휴가도 많이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웃음) 제 스타일이 칼같이 출근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회사에 오래 있는 타입도 아닌데 대표가 된 후부터는 제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을 계속 안고 있어서 휴가도 안 가고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휴가를 가도 회사에는 아무 일이 없더라고요.(웃음) 오히려 직원들은 좋아할 수도 있고요.(웃음) 저 역시 개인적으로도 영화 일을 시작하면서 15년 동안은 저만의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갔거든요. 지난해부터 업계 사람들, 친한 친구들과 1년에 두세 번 정도 일본, 동남아시아 같은 곳을 다녀오고 있는데, 갈 때마다 '난 왜 이 곳을 어릴 때 못 와봤을까'라는 후회를 많이 해요.(웃음) 일로는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는데, 개인적으로 여행을 간 것은 2년 전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좀 더 자주 갈 수 있을 때 가보려고요."


* 김광현 대표의 잇(IT) 아이템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을 하나 더 추가하며 누구보다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김광현 대표의 휴대전화 일정란은 빼곡한 메모로 가득했다. 휴대전화는 김광현 대표와 늘 함께 하는, 가장 중요한 물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까운 당장의 일정을 묻자 "내일과 모레는 술을 마실 것 같고요"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그래서 오늘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라는 너스레를 떨었다.

하늘이 위치한 논현동에서 자택 개포동까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김광현 대표는 "회사에서 집까지 20~30분이면 도착하거든요. 버스 타기 굉장히 좋은 노선이에요. 운전이요? 술을 많이 마셔서…"라고 다시 한 번 너털웃음을 지으며 "차를 사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네요"라고 미소를 보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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