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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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백 자처' SK 힐만, 선수의 능력을 끌어내는 방법

기사입력 2017.04.18 05:07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는 선수를 향한 시선이 곧 선수의 능력을 끌어내는 열쇠였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팀 간 2차전 경기, SK가 10-2로 앞서있는 8회초 대타로 들어선 정의윤은 한화 윤규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그리고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던 정의윤은 힐만 감독의 가슴에 펀치를 날렸다.

선수에게 감독은 마냥 어려운 존재라고 인식되는 한국 정서상 선수가 감독의 가슴을 가격하는 그 장면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튿날 취재진과 만난 힐만 감독은 정의윤의 펀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경찰을 부를까 고민했다"고 유쾌하게 운을 떼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내 정의윤의 주먹을 받아들인 이유를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힐만 감독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의 선수들을 풀어주기 위해 감독을 때리라는 주문을 했었다"면서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잘 하고 싶어서다. 열심히 야구에 임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고안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힐만 감독은 "시즌 초반 정의윤과 그런 약속을 하고 덕아웃 뒤에서 나를 때리라고 했는데, 그가 '좋은 기운을 주고 싶다'며 홈런을 치게 되면 그 때 때리겠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정의윤은 10일 만에 시즌 2호 홈런을 쏘아올린 뒤 그 약속을 지켰다. 또 감독을 가격한 다음 16일 정의윤은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부활을 알렸다.

힐만 감독은 이 방법에 대해 "대부분 선수들이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를 때리는 것은 아무 문제 없다. 선수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팀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 "선을 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웃었다. 최근 방망이가 잠잠한 최정은 이 방법을 쓰지 않냐는 질문에는 "선수들 중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유형이 있고 아닌 유형이 있다. 최정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만약 했다면 내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최정의 1경기 4홈런 기억을 떠올리며 유쾌하게 말했다.

힐만 감독이 샌드백을 자처한 이 '착한 펀치'는 힐만 감독이 짧은 시간 내 선수들의 기량은 물론 성격까지 선수단의 곳곳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중의 하나다. 지도자들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끌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다그치고 몰아세우거나, 아니면 무조건적인 신뢰로 기다린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선수들의 성격을 파악하고 조금이나마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쪽을 택했다.

승리를 위해서는 상대 선수보다 '우리 선수들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는 힐만 감독이었다. 힐만 감독은 "리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서는 한 시즌 내내 배워야 할 지 모른다. 그래서 우선 우리 선수들을 100% 아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상대에 대한 정보는 코치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있다"면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넣으려고 하면 빠른 판단이나 그에 따른 오류가 나올 수 있다. 먼저 우리 팀을 운영하는데 중점을 두고, 다른 팀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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