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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에서 콘텐츠로…한국 가요계의 새로운 중국 공략법

기사입력 2014.09.22 09:00 / 기사수정 2014.10.08 17:09

한인구 기자
JYJ가 21일 중국 상해에서 아시아투어 콘서트를 열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JYJ가 21일 중국 상해에서 아시아투어 콘서트를 열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상해(중국), 한인구 기자] 19일 푸동공항에서 만난 상해의 첫 얼굴은 흐린 날씨만큼이나 회색빛이었다. 공항 주변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논 사이로 숨 가쁘게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건물을 짓기 위한 기중기와 철제 뼈대가 얽힌 투박한 건물 구조물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공항을 출발해 20분이 지나자 상해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반겼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황포강을 중심으로 동방명주탑 등 하늘을 찌를 듯한 최첨단 건물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상해에 역사적인 위상을 내세울 만한 것은 거의 없다. 다른 대도시에 비해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2년 아편전쟁 이후 외국에 개항하면서 선진화됐다. 태평양 앞바다를 건너온 각종 문화를 받아들이고 혼합하는 거대한 용광로로 변한 것이다.

그 흔적들은 쉽사리 찾을 수 있었다. 명품관이 줄 서 있는 도로를 지나 서양인들이 거주했던 조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옆 구역에는 세련된 유럽식 상점과 상해 옛 건축양식인 석고문 가옥이 있는 신천지가 있었다. 400년 전 만들어진 상해의 유일한 전통 정원인 예원은 현대와 과거를 살며시 이어줬다.

상해 도심에선 한류도 느낄 수 있었다. 인민광장 주변에는 한국 대기업의 로고 간판이 큼지막하게 서 있었다. 고급 호텔 옆에는 한국 가수를 모델로 세운 의류 판매장이 고객들을 유혹했다. 버스 정류장에는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전지현이 모델로 등장하는 음료, 화장품 광고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상해는 쉬지 않고 발전하는 도시였다. 과거의 흔적을 품은 채 서양의 문물에 이어 한국의 문화도 먹성 좋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급성장하는 경제력 속에서 자연스레 문화의 소비 욕구가 커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혼재는 중국의 대중문화 속에서도 느껴졌다.

JYJ의 아시아 투어 상해 공연은 지난 20일 메르세데즈 벤츠 아레나에서 열렸다. 1만 1천 여명의 현지 팬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우며 성황리에 진행됐다.

시작 전부터 공연장 주변 10대 소녀팬들은 4년 만에 상해를 찾은 JYJ를 기다렸다. 공연장을 들어서기 위해서는 중국 공안의 확인을 받아야 했다. 몸수색을 시작해 플라스틱 물병과 라이터는 반입이 금지됐다. 중국의 일반적인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접하지 못한 낯선 풍경이었다.

또 공연장 주요 위치에는 공안이 항상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설렘 가득 공연을 기다리는 팬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경직된 분위기였다.

이날 행사에는 10대와 20대 여성 팬이 대부분이었다. JYJ 콘서트가 시작되자 무대 앞좌석은 혼란스러워졌다. 팬들은 좌석을 밟고 일어나 서서 공연을 즐겼다. 더 가까이에서 JYJ를 보기 위해 자리다툼도 치열했다. 지정석이었지만 의미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JYJ 콘서트가 열린 메르세데즈 벤츠 아레나는 2010년 상해 세계박람회를 위해 지어졌다. 타원형 모양의 이 공연장에서 빅뱅, 엑소 등도 공연했다. 웅장한 크기만큼 최신 시설 등이 갖춰진 장소다.

중국은 경제 발전 만큼이나 뜨거운 문화 소비 욕구가 있는 곳이다. ⓒ 엑스포츠뉴스DB
중국은 경제 발전 만큼이나 뜨거운 문화 소비 욕구가 있는 곳이다. ⓒ 엑스포츠뉴스DB


JYJ 콘서트 현장에서도 현재 중국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보이는 듯했다. 급속도로 발전한 시설에 비해 팬문화와 이를 관리하는 측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겼다.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문화를 누리고 싶어하는 욕구는 높아졌지만,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경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 했다.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도 쉽지만은 않다. 불필요한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JYJ 김재중은 상해 공연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국에서는 장비적인 문제를 비롯해 나라마다 공연을 위해 곡을 제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소방법 때문에 연출에 제약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가수들은 지금까지 주로 공연 수익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활동해왔다. 인구가 많은 중국 대도시의 티켓 파워는 대단했다. 또 중국에서 성공한 그룹은 동남아 등 주변국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중국 내 음반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도 콘서트에 무게를 두게 된 계기가 됐다.

신현태 대중가요평론가는 "중국에서 음반은 판매수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중국인들은 한 앨범에 20~30곡 있어야 앨범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가수들도 공연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소기획사들의 공연을 중심으로 한 중국 활동도 줄을 잇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중국의 진입장벽은 낮지 않다. 그래서 중소기획사들이 쉽게 진출하지만, 막상 현지에서는 소소하게 활동하다가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쉬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것도 많지만 중국 현지 프로모션 측과의 갈등을 빚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국 프로모션 측에서 계약과 다르게 일을 처리하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돈만 챙긴 채 사라져 한국 기획사들이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반대로 한국 가수 측에서 고가의 출연료를 제시하거나 요구사항을 터무니없이 제시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공연을 하면 '대박'이 나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로 현지 팬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별에서 온 그대' OST를 부른 가수 린이다. 린은 별다른 현지 활동 없이도 드라마 삽입곡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정덕현은 "중국에서 성공의 확률을 거는 것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가수들이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린이 중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이 중국에서 이목을 끄는 것처럼 이제는 가수들도 콘텐츠가 뜰 때 주목받는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국 가요계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공연을 펼치기보다는 독자적인 콘텐츠로 힘을 기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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