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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멋있는 남성으로 남고 싶어요" [낡은 노트북]

기사입력 2021.02.07 10:00 / 기사수정 2021.02.07 09:04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10년 후 나의 모습이 어떤 가수나 어떤 배우가 돼 있어야 겠다' 이런 것은 없어요. 다 떠나서, 그냥 어떤 이들이 봐도 멋있는 남성으로 남고 싶죠. '멋있는 남성' 그 단어에 굉장히 많이 포함돼 있는 그런 게 있는데, 저도 그걸 아직 찾지는 못했어요." (2016.02.02 '순정' 인터뷰 중)

도경수(EXO 디오)는 가수, 그 중에서도 아이돌로 활동을 시작해 배우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입니다. 디오라는 활동명 만큼이나 도경수라는 본명으로도 전혀 어색함 없이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죠. 2012년 가수 데뷔 후 '카트'(2014)로 영화까지 발걸음을 넓혔던 도경수는 2016년 개봉한 '순정'으로 첫 주연까지 꿰차며 영화계에 안착합니다.

도경수를 비롯해 일명 '연기돌'로 불리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팀으로 활동했던 상황과는 또 달리 온전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움을 느꼈던 경우가 많습니다.

'카트' 개봉에 앞서 도경수의 존재감이 주목받았었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까지 그의 연기 활동 병행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그에게 시선이 꽂혔던 때는 2015년 단 2회의 특별출연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드라마 '너를 기억해'(2015)였죠.

사이코패스 살인마 이준영 역으로 변신한 도경수가 프로파일러 이중민(전광렬 분)을 향해 "사람은 왜 사람을 해칠까요. 사람은 왜 사람을 해치면 안 되는 건가요"라며 태연한 얼굴과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읊조리던 얼굴이 기억납니다. 분명 알고 있던 사람의 모습임에도 '저 사람이 엑소 디오 맞아?'라고 놀랐었고요.


마침 그 당시가 도경수를 포함한 1993년 생 배우들이 한창 주목받고 있던 시기였기에, 캐스팅 전문가에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성장 가능성 등을 취재해 기사로 쓰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관계자는 도경수에 대해 "20대 배우들 중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는 인물로 손꼽히는 것이 당연하다"며 "'가수 출신'이라는 편견은 연기력을 통해 이미 깼다. 본인 스스로도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기에 연기를 통해 아이돌에 대한 이미지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얘기했었죠.

이후 반 년 정도가 지나 '순정' 개봉 전 인터뷰를 통해 도경수의 다양한 이야기를 더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순정'에서는 무뚝뚝하지만 일편단심 한 소녀만을 향한 순정을 보여주는 범실 역으로 김소현,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 등과 풋풋한 청춘의 얼굴을 보여줬죠.

'순정' 5총사 중 맏형이었던 도경수는 "연기 경력은 제가 가장 적다"면서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다들 경험이 너무나 많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 친구들의 센스나 에티켓에 정말 많이 놀라고 배웠다"라고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동료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던 중, 도경수는 김소현과 친해지기 위해 연준석, 이다윗과 '소현이를 웃겨라' 프로젝트를 위해 개인기 열전을 펼쳤다는 에피소드를 꺼냈죠.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지고, 미소가 더해진 때이기도 했습니다.

"다 같이 닭을 잡는 신을 찍어야 했는데, 서로 너무 안 친했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남자 배우들 세 명이서 얘길 하게 됐어요. '소현이를 웃겨라'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했죠. 그런데, 보통 성대모사같은 개인기가 하나씩 있을 법도 한데 없었어요.(웃음) 그래서 찾다찾다 보니까, 다들 신체에 약간 이상한 부분들이 하나씩은 있더라고요?"


이내 도경수는 큼직한 눈동자를 끔벅이면서 취재진을 향해 "이거 한 번 해보시겠어요?"라고 두 손을 테이블 앞으로 모았습니다. 도경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노트북 키보드를 바삐 두드리던 취재진의 손도 어느새 도경수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죠.

"손을 이렇게 모으시고, 중지를 검지에 넣어보세요. (손을 움직이는 취재진을 가만히 바라보다) 안 되시죠? 그러니까 이런 이상한 것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에요.(웃음) 이런 일들을 서로 보고 느끼면서, 이후에는 다행히 더 많이 친해질 수 있었어요."

현장의 공기를 꽉 채우는 박장대소는 아니었지만, 대화 내내 도경수는 자신만의 웃음 포인트가 나올 때면 엉뚱하면서도 은은한 미소로 기뻤던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또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대답으로 소신을 드러냈죠.

연기 이야기에는 설레는 목소리가 더해졌습니다. 도경수는 바쁜 가수 활동과 연기 병행이 마냥 '재미있다'면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해요. 노래와 연기를 하면서 받는 희열이 있어요"라고 말했죠.

당시 스물네 살, 데뷔 5년차였던 도경수에게 '엑소로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는데, 배우 도경수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도경수는 "'10년 후 나의 모습이 어떤 가수나 어떤 배우가 돼 있어야 겠다' 이런 것은 없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다 떠나서, 그냥 어떤 이들이 봐도 멋있는 남성으로 남고 싶죠. '멋있는 남성' 그 단어에 굉장히 많이 포함돼 있는 그런 게 있는데, 저도 그걸 아직 찾지는 못했어요. 예를 들면 약간 이런 것이 있잖아요. 그 인물을 보면 '저 사람 진짜 멋지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요. 연기를 잘 하는 것이나 다른 것 다 상관 없이, 그런 멋있는 남성이 되고 싶죠."

도경수가 생각하는 '멋있는 남성'이 갖고 있는 뜻이 더 궁금해진 취재진은 '본인이 생각하는 멋있는 남성의 기준'을 되물었습니다. 5초가 넘는 정적이 이어졌고, 생각에 빠졌던 도경수는 "거기에는 연륜도 포함되는 것 같아요. 하나하나 다 찾아가봐야 하는데, 저도 아직 찾지는 못했어요. 항상 같은 모습의 사람이라면, 그런 부분이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려워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뭐라고 해야 하지?"라며 머릿속 생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꺼내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당시 영화 '쿵푸팬더3'로 내한했던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 이야기를 꺼낸 도경수는 "이번에 잭 블랙 씨가 왔잖아요. 멋있는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분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어떤 것이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요. 음… 조지 클루니나 조인성을 볼 때의 느낌도 그런 것 같아요. 그냥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느낌? 그게 진짜 어려운데, 그것을 또 찾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도 들고요"라는 답을 내놓았죠.


'순정' 이후에도 '긍정이 체질'(2016), '백일의 낭군님'(2018) 등 드라마는 물론 그에게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안겨준 '형'(2016), '7호실'(2017)과 원일병 역으로 주목받았던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 '스윙키즈'(2018)까지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도경수는 2019년 7월 입대해 지난 1월 25일 전역하며 국방의 의무까지 마쳤습니다.

병장 시절이던 지난 해 11월에는 '자랑스럽군' 챌린지에 나선 근황이 공개됐는데, 활동 당시와 전혀 다를 것 없는 비주얼에 많은 누리꾼들이 감탄하는 일도 있었죠. 특히 전역 소식이 알려지기 전 10월에는 설경구와 함께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가제)' 캐스팅을 알리며 일찌감치 차기작 행보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충무로 기대주'로 불렸던 20대 초반의 도경수는 스물아홉 살이 된 지금 이미 기대주를 뛰어넘는 활약과 함께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죠. 5년 전 그가 말한 '멋있는 남성'의 답을 지금은 좀 더 구체적으로 찾게 됐을지, 작품과 함께 도경수의 이야기들을 다시 들을 수 있을 시간을 기다려봅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영화 스틸컷, KBS 방송화면, 병무청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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