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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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배성우 "'더 킹', 또 다른 공부가 됐던 시간"

기사입력 2017.02.20 06:30 / 기사수정 2017.02.19 18:0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1999년 뮤지컬('마녀사냥')로 데뷔 이후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빼곡하게 채워온 필모그래피. 그 속에서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은 배우 배성우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더 킹'은 지금까지의 출연작 중 가장 많은 출연회차를 자랑하는 작품이었다. 그만큼 스크린 속에서의 그의 존재감 역시 돋보인다. 1월 18일 개봉한 '더 킹'은 연초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며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개봉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5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더 킹' 개봉 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성우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 짜릿했다"고 시원하게 웃었다.

"시나리오가 재밌었다고 계속 얘기했었는데, 정말 '짜릿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읽다가 중간에 한재림 감독에게 전화할 뻔 했어요.(웃음) 그 전부터 알고 지내는 편한 사이여서 말을 놓거든요. 커피숍에서 읽다가 정말 육성으로 웃음이 터질 정도였죠. 용기가 있다는 느낌보다는, 재미가 있었어요. '사명감으로 이걸 해야지' 그런 건 아니었고요. 이 정도가 용기를 내야 할 정도의 얘기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죠. 어차피 블랙코미디고,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가 싶었어요."

배성우는 "'더 킹'이 104회차인데, 제 분량이 60회차 정도였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 분량 상으로는 가장 많죠. 그리고 영화가 부산 같은 곳에서 지방 촬영을 많이 했는데, 중간에 쉬는 날이 있어도 다시 서울에 올라오기가 애매하니 부산에서 계속 갈매기들과 외롭게 시간을 보내고.(웃음) 제 신이 없어도 지방 촬영장에도 많이 가 있었고요. 그만큼 투자한 시간이 많았죠"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우성, 조인성, 류준열 등 '더 킹'에 함께 한 이들과의 남다른 조화는 영화가 소개되는 내내 기분 좋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배우들끼리 너무나 친해진 것도 있고,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도 컸고요. 또 저희 영화가 후반작업이 많이 필요했거든요. 리듬감과 호흡이 중요해서, 그만큼 퀄리티를 잘 살려야 했어요. 이렇게 제가 캐스팅부터 해서 후반작업까지, 소위 말하는 공정 과정을 같이 겪다 보니 정말 많은 공부가 되더라고요. 물론 그 전의 작품들도 대강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려고 기를 쓰는 편이니까요. '더 킹'은, 그렇게 더 지켜보면서 찍다 보니까 정말 피부로 느껴지는 공부가 많이 됐던 작품이었죠."


영화는 조인성(박태수 역)의 목소리로 흐르는 내레이션을 통해 설명이 전해진다. 한국 영화에서는 많이 보지 못한 흐름이지만 배성우는 외국 영화를 통해 자주 접했고, 또 평소 본인이 좋아했던 스타일이었기에 더욱 애정이 갔다고 얘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도를 안 하지만, 외국영화에선 많이 나오는 스타일이고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봐 왔어요. 감독과 친해진 이유도 서로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이 비슷해서였거든요.(웃음) 저희끼리 무슨 얘길 하겠어요. 남자 둘이서 사랑을 나눌 수도 없고.(웃음) 그러다 보니 주로 하는 얘기가 영화 얘기인데 대본 받기 전에 이 내용을 먼저 들었고, '정말 재미있겠다, 사람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했었죠."

배성우가 연기한 양동철은 박태수를 권력의 세계로 이끄는 인물이다. 배성우는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사실 양동철도 전형적인 검사로 느껴졌었거든요. 가만히 살펴보니 그 모양새들이 재미있는 거예요. 누구나 신분 상승 하고 싶고, 잘 먹고 잘 살고 싶겠죠. 양동철도 그런 스타일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전형적인 검사의 톤으로 인물을 잡아나가는 게 아니라, 주인공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니 편하고 살갑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나중에 뭔가 인물간의 균열이 생기고 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 훨씬 더 사나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원했죠. 그럼 낙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설명을 이었다.

늘 '적정수위를 어디까지 지켜야 할까'에 대해 고민을 이어갔던 시간이었다. 영화 곳곳에 드러나는 '더 킹'만의 리얼함과 디테일함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보려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력이 합쳐져 이뤄질 수 있었다.

"감독과 배우들, 다른 스태프들도 다 뭔가를 더 뽑아내기 위해서 애썼죠. (현장의 사람들은) 다 소심하고 예민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것을 두려워하는 스타일인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합심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재미가 컸어요.(웃음)"


많은 관객들은 '더 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펜트하우스에서 정우성(한강식), 조인성, 배성우가 모여 함께 클론의 '난' 댄스를 추는 신을 떠올린다.

배성우는 극 중 정우성이 부른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었는데 좋아하게 됐어요. 노래방 가면 꼭 부르게 되더라고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댄스 장면 이야기에도 과거 재즈 무용단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전하며 "저는 두 분(정우성, 조인성)과는 레벨이 달라요"라고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손 끝 각도부터 다르지 않나요. 리듬을 타는 것도 꽉 채워서 타야 해요. 오히려 세 사람이 칼군무가 아닌 것이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고요. 연습생 출신도 아닌데 칼군무면 이상하잖아요.(웃음) 사실 이 신을 정우성 씨가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웃겼어요.(웃음) 정우성 씨가 가져가는 신이라고 생각했죠. 다시 봐도 그 표정 같은 것들이 너무나 재미있더라고요."

'더 킹'으로 탄탄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내비친 배성우는 '다작요정'이라는 평에 "지난해에는 사실 '더 킹'과 '꾼' 두 작품밖에 하지 못했다"고 얘기하면서 "사실 다작을 할 때나, 지난 해처럼 한 두 작품을 할 때나 일하는 시간은 비슷해요. 노력은 다 똑같이 하거든요. 예전에 연극을 10년 가까이 꾸준히 했었는데, 그 때도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하면 굉장히 즐거우니까, 거의 놀러가는 것처럼 일을 했었어요. 그 때나 지금이나 쏟는 에너지는 비슷한 것 같아요. 특별히 지치거나 하지는 않죠"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배우도 창작자"라고 정의한 배성우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더욱 신경이 쓰이고, 많은 고민이 된다면서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얼마 전 '꾼' 촬영이 끝났는데, 다음 작품 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배역의 분량을 떠나서, 이다음에 어떤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서 연기해야 저와 관객의 시간들을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연기를 잘 하는 것만큼, 그런 고민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야 할 부분이겠죠."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서예진 기자,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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