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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를 못한 브라질과 잉글랜드

기사입력 2006.07.04 08:30 / 기사수정 2006.07.04 08:30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 뉴스=손병하 기자]  산수에서 1+1은 반드시 2란 결과가 나오게 되어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그런 기본적인 산수가 반드시 적용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4강전 두 경기를 포함해 앞으로 단 4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2006 독일 월드컵. 16강전이 끝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변이 없는 대회여서 흥미가 반감된다는 얘기가 나왔던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은 8강에서 터지고 말았다.

8강전 4경기 중에서 두 경기는 이변이라 불릴만한 결과가 나왔고, 그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던 브라질과 잉글랜드는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1+1=2’이란 지극히 당연한 결과를 만들지 못한 팀들이었다.

잉글랜드는 지난 2일 열렸던 포르투갈과의 8강 세 번째 경기에서 공격수 웨인 루니의 퇴장 공백을 잘 막았지만 결국 승부차기에서 패하면서 40년 만의 우승 행진을 멈춰야 했고, 브라질은 '우승후보 0순위'라는 닉네임이 무색하게 프랑스에 덜미를 잡히며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1+1=0’을 보여준 대표적인 팀, 잉글랜드


▲ 승부차기 패배에 허탈해하고 있는 잉글랜드 선수들  ⓒ fifaworldcup.com

월드컵이 있기 전, 많은 전문가는 우승 후보로 개최국 독일과 최강 브라질 그리고 잉글랜드를 지목했다. 잉글랜드에는 웨인 루니라는 무서운 신예가 있었고, 그의 파괴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할만한 네 명의 걸출한 미드필더들이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오래전부터 그 걸출한 네 명의 미드필더의 조합과 조직력에 있어서는 문제점이 제기되었지만, 그래도 월드컵에서 보여줄 그들의 활약을 무시하기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제라드와 램퍼드가 버티는 중원에 베컴과 조 콜이 펼치는 양 날개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조합이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환상적이라 믿고 싶었던 그 조합으로 인하여 결국 짐을 싸야했다.

제라드와 램퍼드는 소속팀에서 훌륭한 앵커맨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했던 선수들이다. 매끄러운 공-수 연결은 기본이고 탁월한 경기 조율과 해결사 역할까지 그야말로 미드필더의 다재다능함을 모두 보여주었던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묶어 놓자 그런 다재다능함이 엉키면서 혼란만 불러왔다.

소속팀에서 램퍼드는 마케렐레와 에시앙이라는 훌륭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덕분에 편안하고 집중력 높은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지만, 대표팀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든든한 후방이 없으니 활동 폭이 분산되어 어느 한쪽에도 효과적인 지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리버풀의 캡틴인 제라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캡틴 기질이 배여 있는 이들의 플레이는 팀에 기여하는 움직임을 잃어버린지 오래된 듯했다. 공격시엔 자신이 해결하려는 모습이 역력했고, 수비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홀딩이나 압박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중원에서 효과적인 조직력이 나오지 않으니 잉글랜드는 당연히 비효율적인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포르투갈과의 4강전에서도 상대 미드필더의 핵인 데코가 결장해 부담을 덜었고, 이런 이들을 보완하기 위해 하그리브스라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따로 배치해 봤지만 이미 오랜 습관처럼 타성에 젖은 플레이로 일관한 이들의 경기력을 바꿀 수는 없었다.

정말 최고의 선수 조합이라며 내놓은 제라드와 램퍼드 그리고 베컴과 조 콜의 미드필더라인은 서로 융합하고 보완하지 못해, 더 좋은 경기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호나우두+호나우지뉴+아드리아누+호비뉴=1??


▲ 프랑스전 패배에 괴로워하고 있는 호나우지뉴  ⓒ fifaworldcup.com

‘뚱보’란 오명을 듣긴 했지만 호나우두의 득점 감각을 나무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 브라질의 신성인 호비뉴와 이탈리아 세리아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아드리아누는 그야말로 최고의 공격진이었다. 여기에 이들을 지원할 ‘마법사’호나우지뉴까지 포진한 브라질의 공격력은 모든 팀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축구황제’ 펠레를 비롯해 자일징요 게르손 등이 활약했던 지난 1970년대의 브라질 대표팀을 능가하는 팀이란 찬사를 받았고, 축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공격 조합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의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우승 가능성에 대한 논쟁보다, 그들의 유니폼에 새겨 질 여섯 번째 별이 어떻게 새길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들렸었다.

하지만, 모두가 우승후보라고 지목했던 브라질이 '늙은 수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프랑스에 0-1로 덜미를 잡히고 말았고, 여섯 번째 별을 포함한 모든 꿈과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호나우두와 아드리아누 혹은 호비뉴의 공격 조합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호나우두+호나우지뉴 또는 아드리아누+호나우지뉴는 분명 일을 냈어야 할 특급 조합이었다. 헌데 최고라고 믿었던 이들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너무나도 초라했다. 특히 호나우지뉴의 부진은 이들 공격 라인의 위력을 반감시키고 말았다.

호나우두는 세 골을 넣으며 월드컵 통산 최다골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아드리아누와 호비뉴도 골 맛을 보긴 했지만, 호나유지뉴의 마법을 받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득점도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협력에 의한 것들이기보다는 전체적인 전력차에서 나온 골들이었다.

호나우지뉴의 마법이 이번 월드컵에서 나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역시 조합 때문이었다. 유연함을 잃어버린 호나우두는 호나유지뉴의 패스를 받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호나우두와 호비뉴 사이에 껴버린 아드리아누는 욕심이 앞서 효과적인 팀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었다.

공격수 모두가 저마다의 움직임만을 위해 뛰었고 호나우지뉴 역시 그들의 움직임을 지원하기보다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집하다 보니,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좋은 패스도 이름에 걸맞은 화려한 공격력도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효과적인 협력을 펼치지 못했던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1+1=1’이라는 제자리걸음만을 보여준 팀이었다.

1+1=2라는 분명한 결과는커녕 되려 퇴보하는 답만을 내놓았던 브라질과 잉글랜드.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였던 이들 두 팀은, 색다른 산수의 묘미는 고사하고 정확한 산수의 기본조차 보여주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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