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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타이완 리포트] 기본 소홀했던 대만, 타오위안의 눈물

기사입력 2013.11.18 11:51 / 기사수정 2013.11.22 14:25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타이중(대만), 김덕중 기자] 2013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 대만 프로야구가 체면을 구겼다. 국가적 차원에서 야구 부활을 추진했던 대만 야구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대만 프로야구는 지난 1990년 4팀으로 출범해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했다. 1997년에는 7팀으로 확장되며 정점을 찍었고 지난 2003년에는 TML(대만메이저리그)과 CPBL(대만프로야구연맹)의 합병으로 100만명 돌파라는 폭발적인 관중을 유치했다. 그러나 승부조작 스캔들이 되풀이됐고 스타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대만 프로야구는 팬들의 관심을 잃었다. 현재는 다시 4팀으로 줄었으며 2012시즌 경기당 평균관중수는 고작 2,000명을 넘는 수준이었다.

위기의 대만야구를 살린 건 올해 초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었다. 자국서 열린 본선 1라운드에서 만반의 준비를 했던 대만은 한국을 탈락시키고 도쿄에서 개최된 본선 2라운드 티켓을 거머쥐었다. 일본을 상대로도 연장 끝에 3-4로 석패했으나 7회까지 2-0으로 앞서는 등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당시 대만의 야구 열기는 뜨거웠다. 쇼핑몰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생중계했고 주요 야구장에도 적지않은 인파가 몰려 대만 대표팀을 응원했다.

이러한 관심과 열기가 고스란히 대만 프로야구로 이어졌다. 썰렁했던 관중석이 모처럼 붐비기 시작했다. 대만 프로야구는 지난 2005년 이후 8년 만에 1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다. 대만을 떠났던 스타 플레이어도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LA 다저스에서 활약했던 후진롱이 대표적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타자였던 매니 라미레즈도 올시즌 대만 프로야구에서 뛰었다. 비록 3개월의 짧은 경력이었으나 대만 프로야구의 부활에 큰 기여를 했다. 

이번 아시아시리즈에도 참가한 이다(EDA) 라이노스의 창단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팀의 혁신적인 행보가 대만 야구의 변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후진롱, 라미레즈를 불러온 주역이 이다였다. 최근에는 LA 다저스에서 활약했던 궈훙즈의 영입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대만 프로야구의 영원한 숙제인 승부 조작과 관련해서도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강경 발언으로, 팬들에게 강력한 의지를 보였고 굳건한 신뢰를 심었다.

이번 아시아시리즈가 대만 야구 변화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했다. 대만 정부는 물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수많은 스폰서가 대회를 후원했고 각종 스포츠지는 물론 종합지에서도 아시아시리즈 관련기사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멋드러진 그림의 대회 엠블렘이 곳곳에 걸려있다. 각종 기념품부터 티셔츠까지 대회 홍보에 여념이 없다. 애초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할 계획이 없던 다나카 마사히로의 대만 방문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대만 팀의 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다. 대만은 외국인선수까지 포함한 100% 전력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먼저 B조의 이다가 조별예선 첫 탈락팀이 됐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일본)전에서 9회 와르르 무너졌고 캔버라 캐벌리(호주)에게도 무기력하게 0-2 패배를 당했다. CPBL 챔피언인 A조 퉁이 라이온즈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그러나 퉁이 역시 17일 타오위안 야구장서 열린 삼성전에서 4-5로 패하며 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퉁이의 준결승 상대는 라쿠텐이다.

타오위안에서 열린 삼성-퉁이전에 대한 대만 팬들의 기대는 상당했다. 경기 시작 전 야구장 입구에서는 관중들에게 '필승'이라고 적힌 녹색 머리띠를 배포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4시간이 넘는 경기시간 내내 대만 팬들은 서서 응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틈만 나면 대형 대만 국기가 관중석을 덮었다. 퉁이가 삼성을 꼭 이기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동안 빈 틈 없이 준비했던 아시아시리즈를 통해, 그들의 야구 부활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삼성-퉁이전을 지켜본 야구인은 "대만 야구가 늘 그렀다. 주자가 있는 상황서 타자는 진루타를 치기 위한 배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하다. 기본을 무시하면 발전은 없다"고 말했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타오위안 구장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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