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삼성 라이온즈 우완 이재희가 가을야구의 가장 높은 곳에서 '인생투'를 펼쳤다. 벼랑 끝에 몰릴 뻔했던 사자군단을 구원, 우승 트로피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삼성 2승1패) 4차전에서 KT 위즈를 10-5로 이겼다.
이재희는 2⅔이닝 4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4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 상금 100만원도 함께 챙겼다. 데뷔 후 첫 한국시리즈 등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언터쳐블'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재희는 4차전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오늘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승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게임 초반에 상황이 왔을 때 올라가도록 역할을 받아서 급하게 몸을 풀지는 않았다. 어렵게 생각 안 하고 올라가서 한 타자 한 타자 막으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삼성은 7-1로 여유 있게 앞서가던 5회초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그러나 사토시와 배찬승의 난조 속에 순식간에 7-4로 스코어가 좁혀졌고, 1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박진만 감독은 이 고비에서 이재희 카드를 빼 들었다. 이재희는 긴장감과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심장' 기질을 뽐냈다.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KT의 공격 흐름을 끊어놨다. 146km/h짜리 직구로 김상수를 윽박질렀다.
이재희는 기세를 몰아 계속된 2사 만루에서 허경민까지 힘으로 이겨냈다. 김상수에 이어 허경민까지 직구로만 승부했고, 허경민을 2루수 뜬공으로 솎아 내고 5회초의 문을 닫았다.
이재희는 6회초와 7회초를 모두 삼자범퇴로 봉쇄, KT의 추격을 꽁꽁 묶었다. 삼성은 이재희의 호투를 발판삼아 5회말 2득점, 7회말 1득점으로 승기를 굳힐 수 있었다.
이재희는 "5회초 1사 만루 막고 내려갈 때 강민호 선배가 '공 좋다, 가운데로 들어와라'라고 하셨다. 맞더라도 상관없이 가운데로 빨리빨리 승부한 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민호 선배가 좋으니까 꼬지 말고 가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또 "강민호 선배가 내 공이 좋다고 가운데로 들어오라고 해주셔서 거기서 스스로를 향한 믿음이 더 커졌다. 이럴 때 양쪽 꽉 차게 해서 볼넷 주는 것보다는 솔로홈런 내주는 게 템포가 나을 것 같아서 승부했다"며 "사토시 형과 배찬승이 내게 고맙다고 했다. 게임이 끝나고 페덱과 후라도가 나를 안아주면서 '테무산 오타니'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재희는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열혈팬으로 유명하다. 현재 투구폼도 오타니의 폼을 모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이재희는 "오타니 야구 실력에 빠졌는데, 알면 알수록 인간성이나 사람 대하는 태도가 좋아서 본받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재희는 2021년 대전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특급 유망주였다. 다만 부상과 성장 정체로 삼성이 최근 가을야구를 밟았던 2021, 2024, 2025시즌 모두 야구장 밖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이재희는 "박승규 형과 작년 이맘때 재활군에 같이 있으면서 가을야구를 '우리도 (내년엔) 한번 잘해보자'라고 말했다. 그랬던 승규 형과 이렇게 같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니까 감회가 새롭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