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과거 황의조가 뛰었던 팀이자 몇 년 전까지 프랑스 리그1에서 경쟁했던 지롱댕 보르도가 6부리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구단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팬들의 열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축구 계정 '울트라스클립스'는 최근 보르도의 홈 경기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을 보면 6부리그 경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보르도 서포터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에는 무려 1만1163명의 관중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르도는 지난 26일(한국시간) 프랑스 보르도 스타드 아틀랑티크에서 열린 2026-2027시즌 레지오날1 B조 스타드 몽투아와의 홈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레지오날1은 프랑스 프로축구 6부리그에 해당한다. 리그1, 리그2는 물론이고 샹피오나 나시오날, 나시오날2, 나시오날3보다도 아래에 위치한 지역리그다.
이날은 보르도가 6부로 떨어진 뒤 스타드 아틀랑티크에서 치른 첫 홈경기였다.
경기 전부터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경기 하루 전 이미 1만장의 입장권이 예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은 이를 두고 "6부리그 첫 홈경기를 앞두고 나타난 '이례적인 열기'"라고 조명했다.
4만2000석이 넘는 스타드 아틀랑티크 전체가 만석을 이룬 것은 아니었지만 좌석을 열어둔 구역엔 팬들이 가득 찼다.
특히 보르도의 강성 서포터들이 자리한 구역은 빽빽하게 들어찼다.
SNS를 통해 공개된 현장 영상에서도 한쪽 골대 뒤를 가득 메운 보르도 팬들이 거대한 배너와 깃발을 펼친 채 선수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기록된 공식 관중 수는 1만1163명으로 프랑스 6부리그 경기에서 나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이다.
팬들의 응원에 선수들도 화답했다. 보르도는 먼저 실점했지만 이후 네 골을 몰아치며 4-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보르도는 낯설지 않은 팀이다.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황의조가 유럽 진출 이후 처음 몸담았던 프랑스 구단이기 때문이다.
황의조는 2019년 감바 오사카를 떠나 보르도에 입단했다. 당시만 해도 보르도는 당연히 프랑스 최상위리그인 리그1 소속이었다.
황의조는 보르도 소속으로 리그1에서만 92경기 29골을 기록하며 팀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했다. 특히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면서 한국인 공격수가 유럽 5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황의조가 뛰던 마지막 시즌부터 보르도의 몰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르도는 2021-2022시즌 리그1 최하위에 머물면서 리그2로 강등됐다. 이후 승격에 실패했고, 경기장 밖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터졌다.
오랜 기간 누적된 재정난이었다. 프랑스 축구 재정감독기구 DNCG는 보르도의 재정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았고, 2024년에는 재정 문제로 하부리그 강등 처분까지 이어졌다.
리버풀 소유주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과 진행했던 인수 협상마저 무산되자 보르도는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고, 1937년부터 유지했던 프로 구단 자격도 반납해야 했다. 프랑스 축구를 대표했던 명문의 믿기 어려운 추락이었다.
보르도는 프랑스 1부리그에서 무려 6차례 우승한 전통의 강호다.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장 티가나, 알랭 지레스, 빅상트 리자라쥐 등 프랑스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거쳐 간 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정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보르도는 2024년 이후 나시오날2에서 재기를 추진했지만 2026년 여름 다시 재정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DNCG가 새 시즌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모든 전국 단위 리그에서 제외됐다.
결국 프랑스축구협회(FFF)의 결정과 법적 다툼 끝에도 전국리그 복귀에 실패하면서 2026-2027시즌을 지역리그인 6부리그에서 시작하게 됐다.
재정적으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보르도는 최근 1유로(1480원)에 매각되며 부활의 기치를 높게 들었다. 부채가 180억원에 달하다보니 사실상 '공짜 매각'이 이뤄졌는데 새 주인이 등장한 만큼 향후 어떻게 과거 영광을 찾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