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중국이 한국 탁구에 예상밖 참패를 당하자 시끄럽다.
특히 한 게임(세트)에선 2-11로 무너지는, 중국 입장에선 상상하지 못한 결과여서 상당히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혼합복식 간판 조합인 임종훈-신유빈 조가 이 종목 세계 1위인 중국의 린스둥-콰이만 조를 격침시키면서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파이널스 홍콩 2025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WTT 파이널스는 남자단식과 여자단식, 혼합복식 등 세 종목에서 한 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16명(남여단식), 8개 조(혼합복식)만 초청받아 치르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세계 탁구 1강인 중국 선수들이 각 종목에 고루 포진하고 있고, 특히 이번 대회는 중국 안방이나 다름 없는 홍콩에서 열렸는데 임종훈-신유빈 조가 만리장성을 그야말로 와르르 무너트렸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임종훈-신유빈 조는 13일 홍콩의 홍콩 콜리세움에서 열린 대회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린스둥-콰이만 조를 맞아 게임스코어 3-1(6-11 11-6 11-2 14-12) 대역전승을 거뒀다.
그냥 승리가 아니었다. 1게임을 내준 뒤 2게임부터 경기 분위기를 바꿔 중국 선수들을 공략한 끝에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고 거둔 환상적인 역전 드라마였다.
1게임을 6-11로 내준 임종훈-신유빈 조는 2게임을 고스란히 11-6으로 갚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게임에선 3-5로 뒤지던 상황에서 한국 벤치가 작전 타임을 요청한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6-5로 역전에 성공한 임종훈-신유빈 조는 이후 상대 득점을 한 점으로 틀어막고 5점을 뽑아내 게임스코어 1-1을 이뤘다.
3게임 승리가 압권이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둘의 톱니바퀴 같은 호흡이 맞아떨어지면서 순식간에 7-1로 달아난 것이다.
임종훈의 포핸드와 신유빈의 백핸드가 세계 1위 조합을 쉴새 없이 두들겼다. 린스둥의 서브 범실까지 나오면서 중국은 자멸했다. 임종훈-신유빈 조가 11-2로 상대를 완파했다.
4게임은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5-7로 뒤지면서 최종 5게임에 돌입하는 듯 했으나 임종훈의 백드라이브가 먹혀들면서 4연속 득점으로 9-7 리드를 잡았다. 이후 10-10, 11-11, 12-12 등 세 차례 듀스 끝에 임종훈-신유빈 조가 두 점을 더 따내 34분 대혈투를 3-1 승리로 마무리했다.
중국 언론은 일제히 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임종훈-신유빈 조의 저력을 인정하면서 린스둥-콰이만 조가 낙승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물론 경기 내용에서도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완패한 셈이 됐다.
중국 포털 넷이즈는 13일(한국시간) "세계 1위 조합이 와르르 무너졌다"며 "린스둥-콰이만 조는 첫 게임을 따내고는 경기 리듬을 완전히 잃었다. 특히 3게임 2-11은 중국 탁구에서 보기 드문 참패였다"고 질타했다.
중국의 다른 포털 소후는 "2게임에서 한국은 작전 타임이 아니라 마법을 부렸다. 린스둥-콰이만 조는 조별리그에서도 왕추친-쑨잉사 조에 0-3으로 지더니 이번 대회 중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다른 나라 선수에 패하는 일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같은 날 오후 10시 결승에 올라 한국 탁구사 첫 그랜드 파이널스 우승에 도전한다.
임종훈-신유빈 조의 결승 상대는 역시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로 결정됐다. 왕추친-쑨잉사 조는 마쓰시마 소라-하리모토 미와 조(일본)를 맞아 게임스코어 3-0(11-6 11-8 11-4)로 쾌승했다. 22분 만에 세 게임을 모두 마쳤다.
왕추친-쑨잉사 조는 혼합복식 세계랭킹이 3위지만 이는 둘이 단식에 보다 전념하느라 혼합복식 조로 국제대회에 자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왕추친과 쑨잉사는 각각 남자단식과 여자단식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개인 기량 면에선 린스둥-콰이만 조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임종훈-신유빈 조는 오랜 콤비네이션으로 이번 대회에서 한계를 극복했다. 결승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위대한 도전에 나서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 신화통신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