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발표'부터 '통역 쇼크'까지…오타니의 서울 일주일, 역대급 센세이션이었다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야구팬들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잊지 못할 일주일이 지나갔다. 한국행을 고대했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많은 팬들의 관심 속에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20~21일(이하 한국시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 2연전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를 소화했다. 첫날 경기에선 다저스가 5-2로 승리했고, 이튿날에는 치열한 난타전 끝에 샌디에이고가 15-11로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KBO리그 시절 5년 동안 고척스카이돔 그라운드를 누빈 김하성에게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샌디에이고는 특별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할 정도로 김하성을 집중 조명했다.

하지만 시리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단연 오타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오타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에 계약,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그리고 데뷔전 장소는 바로 한국이었다.



▲열렬한 환호 속에 입국한 오타니

오타니는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태극기 이모지를 자주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다저스 데뷔전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오타니다.

하지만 팬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건 단체사진 한 장이었다. 오타니는 14일 입국을 앞두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 전세기 탑승에 앞서 활주로에서 팀 구성원들과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엔 오타니를 비롯해 팀 동료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야마모토의 통역, 오타니의 통역을 맡고 있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부부 그리고 오타니의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오타니는 지난달 29일 SNS를 통해 깜짝 결혼 발표를 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아내는 정말 평범한 일본인"이라며 아내의 신상에 대해 함구한 바 있다. 오타니 측에서도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는데, 한국에 들어오기 전 자신의 배우자를 공개한 것이다.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오타니는 아내 다나카와 발걸음을 옮겼다. 일찌감치 공항에 나와 오타니와 다저스 선수단을 기다리던 한국, 일본 팬들은 가장 먼저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온 오타니의 등장에 열광했다.

오타니가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수많은 카메라와 팬들이 그를 따라붙었다. 오타니가 게이트를 나와 다저스 선수단 버스까지 50여m를 총총 걸음으로 빠져나가자 환호성이 울렸다. 오타니가 들어오기 전부터 공항에서 울려퍼졌던 일부 팬들의 "렛츠 고 쇼헤이, 렛츠 고 다저스"가 다시 한 번 나왔다. 오타니 역시 손을 흔들며 짧은 시간 팬들의 응원에 답례했다.



▲연습경기에서 잠잠했던 오타니, 멀티히트로 성원에 화답

16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오타니는 "(2012년에는) 고등학생이라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한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에서 다시 뛰게 돼 정말 기쁘다. 야구를 통해 한국에 돌아와서 무척 특별하다"고 밝혔다.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뒤 12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됐다.

결혼 관련 질문을 받기도 한 오타니는 "(미국 외에) 이렇게 같이 해외에 나온 게 처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면서 "한국에서 야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무척 기대된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이미 지난달부터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하며 다저스의 일원으로 시범경기를 치렀지만, 많은 팬들 앞에 서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본 게임에 앞서 진행된 17~18일 스페셜 매치에도 관심이 쏠렸다.



개막전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에 나선 다저스는 17일 키움 히어로즈, 18일 팀 코리아를 상대로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했다. 오타니도 당연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2경기 도합 성적은 5타수 무안타. 첫날 키움 선발 아리엘 후라도에게 삼진 2개로 아쉬움을 삼킨 오타니는 팀 코리아와의 맞대결에서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곽빈(두산 베어스), 이의리(KIA 타이거즈), 오원석(SSG 랜더스)를 만나 안타는 물론이고 출루도 하지 못했다.

개막을 앞두고 연이은 부진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지만, 오타니는 20일 샌디에이고와의 서울시리즈 1차전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오타니의 합류로 완성된 '역대급 상위타선' 무키 베츠-오타니-프레디 프리먼이 위력을 과시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폭탄 테러 위협'에 '통역 배신'까지, 혼란스러운 일도 있었다

사실 1차전을 앞두고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20일 새벽 '고척스카이돔에 고성능 폭탄을 터트려 LA 다저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 등을 해치겠다'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벤쿠버 총영사관 직원이 메일을 받은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어로 쓰인 이 메일은 한 페이지 분량으로, 메일 발송지는 일본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곧바로 메일을 보낸 용의자 추적에 나섰고, 특공대 30명과 기동대 120명을 투입해 폭발물 설치 여부 등을 확인했다. 다행히 폭발물이 감지되는 등의 위험 상황이 일어나진 않았다. 다만 경찰은 안전 강화를 위해 기존 경비 인력 외 추가 인원을 배치했으며, 순찰 횟수를 늘렸다.



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 건 21일 새벽이었다. 다저스 구단이 1차전 이후 오타니의 통역이었던 미즈하라를 해고했기 때문이다. 미즈하라는 입국 이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타니의 통역을 담당 중이었고, 20일까지 계속 모습을 드러냈다. 미즈하라가 팀을 떠나게 된 이유는 바로 절도 및 도박 혐의 때문이었다.

미국 매체 'LA타임스'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자금에 손을 댔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와 관한 조사가 이뤄지던 중 오타니가 큰 피해를 입은 게 확인됐는데, 잇페이가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미국 매체 'ESPN'은 절도 금액이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오타니가 빅리그 진출할 때부터 통역 등의 업무를 맡았던 미즈하라는 오타니만큼 팬들의 관심을 몰고 다녔다. 202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선 오타니의 순서 때 미즈하라가 포수로 등장하며 큰 화제가 됐다. 또 지난해 12월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기자회견 당시에도 파란색 계열의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 것부터 유창한 영어 실력까지 주목을 받았다.

일본도 충격에 빠졌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미즈하라의 해고 소식 이후 팬들은 '무슨 일이야', '전날까지만 해도 오타니 옆에 있었는데...', '가짜뉴스였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으며 '미즈하라의 해고 이후 오타니의 정신건강이 걱정된다', '오타니는 괜찮은가', '앞으로 오타니의 통역을 누가 맡을 것인가' 등 팬들 사이에선 오타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소개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0일부터 이틀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를 소화했다. 첫날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 이튿날 5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폭탄 테러 위협, 통역 해고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무사히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엑스포츠뉴스 DB

▲오타니는 프로답게 마지막까지 제 몫 다했다

21일 서울시리즈 2차전에 앞서 오타니의 통역에 관한 질문을 받은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죄송하지만 여러분들이 다 알고 있는 그 이슈(오타니 통역의 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나는 아무런 코멘트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침묵했다. 야외 훈련을 건너 뛴 오타니는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오타니는 흔들리지 않았다. 첫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조 머스그로브의 초구를 공략해 안타를 때려낸 데 이어 2회초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이후 타석에선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으나 타구를 외야 멀리 보내며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오타니를 포함한 다저스 선수단, 또 샌디에이고 선수단은 경기 이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한 뒤 한국을 떠났다. 그렇게 오타니는 짧은 여정을 마무리했다. 좋은 일도, 아찔한 일도 있었지만 한국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 오타니다.

한편 다저스는 25~27일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 이후 29일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