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서울에서 옆에 있었는데"…'오타니 통역', 도박+절도 혐의 '일본도 충격'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수년간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옆을 지키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도박 및 절도 혐의로 오타니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침부터 해당 소식을 접한 일본도 충격에 빠졌다.

'LA타임스'와 'ESPN'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은 21일(한국시간) "다저스 구단이 미즈하라를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스포니치 아넥스' 등 일본 언론도 일제히 미즈하라의 해고 소식을 전했다.

다저스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이라며 "현재로선 미즈하라가 해고됐다는 것 이외엔 더 이상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오타니와 함께 미국에서 머물던 미즈하라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되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를 위해 한국으로 향했다.

전세기에 탑승하기 전에는 오타니 부부, 오타니의 팀 동료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함께 사진을 촬영한 모습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됐다. 입국 이후엔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미즈하라의 아내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미즈하라는 한국에서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타니의 통역을 담당 중이었다. 16일 공식 기자회견부터 오타니와 일정을 소화 중이었고, 20일 열린 서울시리즈 1차전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미즈하라는 21일 경기부터 다저스와 함께할 수 없게 됐다.




1984년생인 미즈하라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자랐으며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생활을 보냈다. 대학 졸업 이후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오카지마 히데기의 통역을 맡았고, 2013년부터 오타니의 소속팀이었던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 외국인 선수의 통역을 담당했다. 

오타니가 2018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계약하면서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개인 통역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빠르게 빅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미즈하라가 늘 오타니를 따라다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미국 현지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202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선 오타니의 순서 때 미즈하라가 포수로 등장하며 큰 화제가 됐다.

오타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가치를 더 끌어올렸고, 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자연스럽게 오타니가 미디어와 접촉할 일이 많아지면서 미즈하라의 역할도 더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이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오타니가 LA 다저스로 이적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할 때도 미즈하라의 존재감이 주목을 받았다. 기자회견 내내 오타니의 옆을 지킨 미즈하라가 파란색 계열의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 것부터 유창한 영어 실력까지 모든 게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런 미즈하라가 오타니와 팬들을 실망시킨 건 절도 및 도박 혐의 때문이다.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진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자금에 손을 댔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와 관한 조사가 이뤄지던 중 오타니가 큰 피해를 입은 게 확인됐는데, 잇페이가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ESPN'에 따르면, 절도 금액은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규정에 따르면,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팀 구성원이 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 불법 베팅을 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스포츠 도박에 관한 법이 조금씩 다른데, 캘리포니아주는 스포츠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타니의 변호인 측은 잇페이를 고발했고, 다저스 구단도 해고 조치를 내렸다. 대리인의 도박에 관한 처벌이 규정에 명시돼 있는 건 아니지만, 구단으로선 지금의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

법무법인 웨스트 할리우드의 버크 브레틀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조사 과정에서 오타니가 대규모 절도의 피해자라는 걸 발견한 뒤 사법당국에 사건을 넘겼다"고 알렸다.

지난달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이후에도 줄곧 오타니를 따라다녔던 미즈하라였지만, 수년간 자신과 함께했던 오타니의 믿음을 저버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더구나 자신의 혐의에 대해 ESPN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바꾸는 등 언론 대응에 있어서도 팬들을 실망시켰다. 결국 미즈하라는 20일 서울시리즈 1차전 이후 다저스 선수단 앞에서 사과했고, 오타니의 곁을 떠나게 됐다.




일본 언론도 서울시리즈 도중 해고된 미즈하라의 도박 및 절도 혐의 소식을 빠르게 다뤘다. ESPN이 전한 내용을 인용한 '스포니치 아넥스'는 "미즈하라가 거액을 절도한 혐의로 팀에서 해고됐다. 불법 도박으로 빚을 지면서 연방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일본 매체 '스포츠호치'는 "미즈하라는 늘 오타니와 함께 있었다. 오타니와 경기장 이외의 장소도 다니면서 오타니의 미국 생활을 지원했고, 일본과 미국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미즈하라를 소개했고, '풀카운트'는 "미즈하라가 자신이 2021년 국제 축구 경기에 베팅하기 시작했으나 야구 경기엔 베팅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보이어를 통한 베팅이 합법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닛칸스포츠'는 "통역을 넘어 지원 역할로 (오타니를 위해) 늘 힘쓰는 걸로 알려져 있고, 2021년 오프시즌엔 에인절스 구단으로부터 '최우수 통역상'을 수상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즈하라의 연봉은 30만~50만 달러였다"고 미즈하라에 관한 내용을 전했다.




미즈하라를 응원했던 일본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미즈하라의 해고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 팬들이 (피곤한 모습 등을 비춰봤을 때) 미즈하라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즈하라의 혐의가 알려진 뒤 '무슨 일이야', '전날까지만 해도 오타니 옆에 있었는데...', '가짜뉴스였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으며 '미즈하라의 해고 이후 오타니의 정신건강이 걱정된다', '오타니는 괜찮은가', '앞으로 오타니의 통역을 누가 맡을 것인가' 등 팬들 사이에선 오타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팬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새 통역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오타니는 다저스에서의 첫 정규시즌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오타니는 20일 서울시리즈 1차전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제 몫을 다하면서 팀의 5-2 승리에 기여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미·일 팬들은 오타니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열광했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도 환한 미소를 보였다.

오타니는 17일 키움 히어로즈, 18일 팀 코리아와의 스페셜 매치에서 각각 2타수 무안타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전에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21일 진행되는 서울시리즈 2차전에서도 2번 지명타자로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과 다저스의 상위타선을 책임질 전망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P, UPI,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