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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선수들의 안전이 뒷전인 세계선수권은 불필요

기사입력 2011.03.14 10:15 / 기사수정 2011.04.06 23:5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제' 김연아(21, 고려대)가 1년 만에 복귀하는 무대인 '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11일 일본 북동부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대회가 열리는 도쿄시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강진이 발생한 11일, 일본빙상경기연맹은 "대회 장소인 일본요요기 국립체육관은 피해가 없었다. 대회 개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ISU의 옥타비오 친콴타 회장도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대회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ISU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일본 쪽의 피해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ISU도 한걸음 물러선 자세를 취하고 있다. 12일, 친콴타 회장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일본빙상연맹의 뜻을 존중해왔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유출이 진행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일본 여행을 삼가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번 대회 개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교도통신도 "대회가 취소될 수 있다"고 대회 취소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했다. 일본 현지의 심각한 상황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 대회에 출전하기로 예정된 몇몇 선수들은 대회 강행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했다.

독일빙상경기연맹은 선수들을 일본에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독일 피겨를 대표하는 페어팀인 사브첸코-졸코비 조는 "일본에 방문하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또한, 올 시즌 전미선수권 남자 싱글 우승자인 라이언 브래들리(미국)는 유니버셜스포츠를 통해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강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일본은 피겨 스케이팅보다 중요한 일이 많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지의 피겨 스케이팅 전문 기자인 필립 허쉬도 "이러한 상황에서 관객들이 이벤트를 즐길지도 의문이다. 전 세계에서 일본 방문을 자제하도록 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회 개최가 강행되어야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ISU가 천재지변이 일어난 상황 속에서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이번 대회 14개의 스폰서 중, 일본사가 11곳이기 때문이다. 대회가 취소된다면 이들 스폰서들의 피해는 막대하다.

일본은 지난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최 이후, 4년 만에 다시 개최권을 가져왔다. 전 세계에서 피겨 흥행이 가장 잘되는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은 막대한 자본과 11개의 스폰서를 앞세워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중요한 핵심은 선수들의 안전에 귀결된다. 대회는 자본이 없으면 이루지지 않지만 선수들 없이도 치러지지 못한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닌 '선수'들이다. 현재까지 선수들의 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코멘트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강진의 진원지 센다이는 도쿄에서 380㎞ 떨어져 있다. 그러나 도쿄는 여전히 여진의 위협을 받고 있고 교통 마비와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선수들의 안전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단순히 대회가 열리는 요요기국립체육관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만 내세우는 점은 대회 강행에 대한 명분이 떨어진다.

또한, 국가적인 피해 복구에 들어간 현재까지도 여전히 여진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골프 등 대부분의 스포츠가 이러한 점을 우려해 취소됐지만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는 여전히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회의 명분은 서지 않는다. 피겨 스케이팅은 단순히 점수로만 매겨지는 스포츠가 아니다. 선수들의 안전이 보장된 무대가 이뤄져야 비로소 김연아를 비롯한 출전 선수들이 참된 연기를 펼칠 수 있다.

[사진 = 김연아, 라이언 브래들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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