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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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그가 도태되지 않는 이유(인터뷰)

기사입력 2015.05.30 14:57 / 기사수정 2015.05.30 14:57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배우도 극한 직업이죠."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예상치 못한 말을 먼저 꺼냈다. '극한직업'. 흔히 배우라는 이름이 주는 화려한 명성과는 상반된 단어지만 주지훈은 충분히 납득할 수있게 이야기를 꺼냈다. 성공한 일부가 아닌 전체의 시선으로 봐야한다는 것.  

"배우는 3D 직업이에요. 직장인도 그렇지만 잘 돼있는 사람만 보면 안되는 거 아닐까요. 저도 신인 일 때가 있었고, 오디션을 200번 넘게 떨어질 때가 있었어요. 퍼센테이지로만 본다면 그 어떤 직업보다는 극한이에요. 고용이 불안정한 편입니다."

'극한직업'안에서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그는 이번 영화 '간신'에서 간신 중의 간신 임숭재에 도전했다. 매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어느 순간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다. 임숭재는 연산군(김강우)를 위해 전국 팔도에서 1만 여명의 운평을 채홍해 바친다. 어쩜 이리도 악독한 간신이 있을까 싶지만 주지훈의 설명은 다소 달랐다.

"임숭재를 연기할 때 제 이득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왕을 사랑하고 있고, 왕이 태양이란 존재며 왕이 편해야 정치가 똑바로 간다고 봐서 보필을 그렇게 하는 것이죠. 국민을 배제한 보필방식입니다."

국민이 배제된 방식이지만 임숭재의 목적은 왕을 위한 것이라고 차분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말에는 신기할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그가 얼마나 임숭재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자신만의 정의를 갖고 연기를 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우리도 지금은 '월요병'을 이애하며 회사 가기 싫다 이런 글들을 많이 쓰지 않나요? 지금 이시대에도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당시에는 실수하면 목이 날아가버려요(웃음). 권세가조차도 한번에 삼족이 멸족 당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죠. 실제로 연산군 조차도 반정으로 갈렸습니다. 임숭재도 그 안의 나약한 사람일 뿐이에요. 사리사욕을 탐하는 것도 있겠지만 연기를 하며 제가 생각한 건 나약한 방식으로 인간과 나라를 지키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지훈이 갖고 있는 연기론 또한 확고했다. 감독이 필요로 하다면, 어떤 장면이건 투정은 부릴지언정 모두 해낸다. 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고민하는 대신에 일단 뛰어드는 적극적인 스타일이다.

"제 장점이자 단점은 빨리 집중한다는 점이죠. 배우들은 가끔 더 좋은 연기를 위해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해서 몰입을 하는 과정을 갖기도 해요. 감독과 토론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거죠. 저는 토론을 할 시간에 그냥 찍자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잘못으로 연기의 퀄리티가 깎이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더러 있어요. 운동하기전에 커피 한잔을 마시면 카페인 작용 때문에 도움이 되지만 밤에 잠이 안올 수도 있듯이 동전의 양면같은 부분이라고 봅니다."

'배우'로서 변화를 해야한다는 생각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 '궁'으로 시작해 '마왕',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나는 왕이로소이다', '다섯 손가락', '결혼전야'는 물론 '간신', 최근 시작한 드라마 '가면'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온 주지훈 다운 고민이었다.

"취향, 대중, 사상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만큼 배우로서 저도 적응을 해야해요. 예를 들어 '효'라는 것도 예전에는 정성스럽게 선물 하는 대신 돈만 드렸다면 불효자였을 거에요. 반면 지금은 현찰이 최고죠(웃음). 옛날 무성영화의 연기론이 나쁘지 않아요. 그 매카니즘에서는 충분히 좋은데 지금은 변해야 하죠. 자칫 도태될 수 있어요. 스타일을 지키되, 자신의 품위와 명예를 가지고 가야하는 숙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기면서 그의 작품 선택에도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도, 타인이 추천해주는 작품도 모두 함께 생각해보게 됐다. 다만 너무 타인의 의견을 듣게 되면서 자신의 기준과 가치관등이 흔들리게 되는 것은 아닐지도 함께 생각하고 있었다.

"작품을 선택하는 제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과거에는 하고 싶다고 했지만, 지금은 남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요. 타인의 취향도 있고, 제가 특화된 부분도 있을테니까요. 예전에는 너무 재밌지 않으면 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는 타인에게 묻게 됐어요. 일반인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재밌다고 하는 것과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작품은 다시 보게 되는 거죠. 다만 그런 것들이 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흥행을 맛보기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던 그에게 이번 영화의 흥행은 꽤 중요한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단순히 영화의 손익을 넘어서 그가 앞으로도 하고 싶은 영화들에 도전하기 위해서 상업 영화의 흥행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결국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었다.

그와 김강우가 나선 '간신'은 청소년관람불가라는 핸디캡을 딛고 있지만 꾸준히 관객을 불러 모으며 일정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개봉 2주차에 접어 들어 어느덧 70만 관객도 넘어섰다.

"흥행은 아주 상관있는 부분이에요. 저예산영화일 떄는 크게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요. (흥행할) 확률이 적고 소재 자체가 잘될 소재가 아니지만, 만들어지는 영화들도 있어요. 저는 그런 영화들도 하고 싶어요. 그렇기에 제가 맡은 상업 영화들이 흥행이 돼야 해요. 그래야 제가 하고 싶은 영화들도 또 할 수 있습니다."

휴식이 지루하다는 그는 '워커홀릭'이었다. 오랜 시간 쉬는 것보다는 일하다가 잠시 생긴 휴식을 더 좋아한다는 주지훈은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연기를 하는 것 뿐인 꽤 단촐한 생활 방식을 갖고 있었다. 그의 일상 대부분을 연기가 차지하고 있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 영역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아주 특화된 액션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진한 멜로 장르를 빼곤 다 해본 것 같네요. 언젠가는 앵글도 내용도 리얼리티로 가는 작품도 하고 싶어요. 모두가 찐하게 공감할 수 있는 그냥 사는 이야기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주지훈ⓒ김한준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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