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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전향' 오장훈, 절실함이 이끈 마운드 [인터뷰]

기사입력 2015.09.05 07:00 / 기사수정 2015.09.05 06:18

이종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프로 7년 차. 급격한 변화보다는 가지고 있는 내실을 다지기 바쁜 시기에 오장훈(31,두산)은 큰 결단을 내렸다. 바로 방망이를 쥐고 타석에 나서는 것이 아닌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었다.

오장훈은 지난 2008년 롯데 육성 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고대하던 1군 무대를 밟아 3경기에 나와 6타수 3안타를 쳤다.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그는 그 해 1군 무대에 다시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1군 무대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12년. 롯데 유니폼이 아닌 두산 유니폼을 입고 였다. 2011년 두산으로 이적한 그는 두산에서도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올시즌 6월 큰 결심을 했다. 당시 2군 총괄코치였던 한용덕 투수코치의 권유에 따라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하는 것이다.

그는 "프로에 입단할 때 투수로 왔다. 2~3달 정도하다가 작은 부상도 있었고, 팀 사정상 2군에 야수가 많이 없어 살아남기 위해서 야수로 전향했다. 그리고 다시 투수로 바꾼 것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다"라며 변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던 절박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두 달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타자 오장훈'은 완벽하게 '투수 오장훈'으로 변신했다. 지난달 19일 LG와의 퓨처스 경기에서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을 삼진 한 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막았다. 그리고 확대엔트리가 시행되는 9월 1일. 그는 야수가 아닌 투수로 다시 1군 무대에 올라왔다.



"투수 첫 데뷔, 긴장 안 할 줄 알았는데…."

김태형 감독은 1일 오장훈 등록 당시 "히든 카드다. 한 번 지켜보기 위해서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장훈은 이틀 뒤인 3일 마산 NC전에서 1군 마운드에 처음으로 올랐다.

4-15로 크게 지고 있던 8회. 투수 데뷔 무대에 나선 오장훈은 첫 타자 용덕한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이어 박민우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오장훈의 데뷔전은 '악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반전투'를 선보였다. 최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오장훈은 조영훈까지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괴물타자' 테임즈에게는 약점인 몸쪽 높은 공을 정확하게 던져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1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투구수 15개. 데뷔전치고는 훌륭한 성적이었다.

다음날인 만난 오장훈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 "긴장을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운드에 서니까 기분이 떴다. 그러다 보니 공도 안 눌러지고 뜨게 됐다"며 초반 고전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용덕 투수코치님이 직구가 뜰 때는 변화구로 타이밍을 끊고 가라고 조언해주셔서, 그 때부터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고 들어가면서 밸런스가 조금씩 좋아졌다"며 "힘으로 계속했다면 결과가 안좋았을텐데,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공이 내려왔다"고 극복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리그 최고의 타자 테임즈를 초구에 잡아낸 것은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성과였다. "테임즈가 타석에 들어설 것을 계산하지 않았다. 흔들리다보니 주자가 나갔고, 테임즈를 만났다. 오히려 테임즈니까 더 붙어보자고 생각했다. 테임즈에게 홈런 맞았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야수를 하면서 가장 힘이 빠졌던 것이 안타맞고 홈런맞아 실점하는 것보다 볼넷을 내주는 것이었다. 마침 재훈이도 몸쪽 높은 공을 요구했다. 그 공이 내가 그날 던졌던 공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공이었다"



"내 무기는 묵직한 직구. 변화구 장착은 과제다."

이날 오장훈이 던진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h. 연습 당시 146km/h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오장훈은 "긴장을 해서 그렇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내 직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체중이 많이 나가서 그런건지, 다른 투수들보다 웨이트를 많이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비교적 공이 묵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보면 한용덕 코치님도 그거 하나 보시고 투수 전향을 권하셨던 것 같다"고 덧붙이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내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싶다. 코치님 역시 여러가지 변화구를 던지는 것도 좋지만 너의 장점을 최대한 잃지 않는 선에서 변화구 연습을 하라고 이야기하셨다. 나 역시 묵직한 공이 내 무기인 만큼 거기에 중심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장훈은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러나 일반적인 슬라이더가 아닌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컷 패스트볼 식의 공이었다. 오장훈은 이 공에 대해서 "타자를 하면서 느낀 것이 변화구가 눈에 보이면 치게 됐다. 타자를 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커터나 투심처럼 직구처럼 들어오다가 휘는 공이었는데, 노경은, 오승환, 윤석민이 잘 던지는 공이었다. 나도 투수로 연습할 때 이런 공을 던져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제구가 잘됐다"며 "슬라이더는 슬라이더인데 약간 빠른 변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로 연마할 변화구로 '포크볼'을 꼽았다. "원래 아마추어 때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던졌다. 커브를 던질 수도 있지만, 커브는 나와 잘 안 맞는 것 같다. 포크볼을 더 열심히 연습해서 슬라이더와 포크볼은 어떤 상황에서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인 것 같다" 그만큼 오장훈의 올 겨울은 분주해질 예정이다.



"타석에 들어서기가 두려웠다. 주도권 가지고 있는 투수가 좋다."

7년 동안 쥐었던 배트를 놓게 돼 아쉬움이 남을 법도 했지만 그는 미련을 남기지 않았다. "방망이를 놓은 이후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다"는 그는 "만약 나중에 대타로 나갈 일이 있어도 안할 것 같다. 타자를 할 때 타석 박스 안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다. 항상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변화구를 공략하지 못하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을 극복 못해 타자로 실패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타석에 서는 것이 너무 두려워서 거기서 내가 졌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투수로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오장훈은 "투수는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던질 수 있고, 정면승부도 내가 할 수 있다. 일단 자신있게 승부를 펼친다면, 결과는 그 이후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항상 자신감있는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

새로운 출발. 자신이 그리고 있는 모습에 대해 묻자 그는 "정면승부를 펼치는 투수"라고 답했다. "내가 스무살 꿈꾸는 나이는 아니지만 30대 넘어서 투수로 바꾸면서 어떤 훌륭한 투수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매일 매일 도전을 하고, 항상 정면승부를 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야구장에 오면 항상 그 생각을 하고, 그 마음이 변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그는 "항상 자신감 있는 투구를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공을 잘 던지는 투수가 많지만, 대체로 강한 멘탈을 가진 선수가 공을 잘 던지는 것 같다. 기술이 뛰어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강한 멘탈이 좌우하는 것 같고, 나 역시 그런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개인적인 목표 역시 '마음껏 던지는 것'을 들었다. 그는 "목표에 대해서 따로 수치로 정한 것은 없다. 야구장에서 마음껏 던지고 피하지 않고 승부를 하다보면 얻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가족 위해 더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

오장훈은 지난 8월 결혼 4년 만에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됐다. 그는 "마운드에 올랐을 때가 아기를 낳고 한 달이 딱 됐을 때다. 경기 후 아내와 통화를 하는데 괜찮다고는 이야기하는데 아무래도 울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도 아들을 야구시키고 가장 기쁜 날이었던 것 같다고 하셨다"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보답하는 길인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제 그를 바로보는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리고 이는 그의 직구가 좀 더 묵직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bellstop@xportsnews.com / 사진=오장훈 ⓒ두산 베어스

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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