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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SUN, 그리고 '안치홍 사건'의 전말

기사입력 2014.10.26 06:10 / 기사수정 2014.10.26 00:49

나유리 기자
선동열 전 감독(왼쪽)과 안치홍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선동열의 타이거즈'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시끄러운 이별은 마지막을 아프게 만들었다.

KIA 타이거즈는 25일 돌연 선동열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을 알렸다. 지난 19일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도중 2년 재계약 소식을 알렸던 KIA는 이날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치러지는 와중에 자진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6일만에 벌어진 일이다.

재계약과 자진 사퇴 사이의 6일은 선동열 감독 자신에게도 KIA에게도 시련의 시간이었다. 지난 3년간 거둔 성적에 실망한 팬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사퇴를 종용했다. 선동열 감독이 직접 남긴 팬들에게 보내는 글도 소용이 없었다. 일부 팬들은 프런트에 끊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업무가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 할 만큼 후폭풍이 거셌다.

이런 와중에 24일 오전 군입대를 앞둔 KIA의 주전 2루수 안치홍과 관련된 보도가 나오면서 KIA는 한층 더 시끄러워졌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KIA는 이번 시즌 종료 후 주전 선수들 중 유격수 김선빈의 군입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선빈은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예년같지 못한 성적을 남겼고, 아시안게임 발탁 기회가 일찌감치 물거품이 되면서 더 늦기전에 군대를 다녀오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안치홍도 자진해서 입대 의사를 밝혔다. '커리어 하이'로 최고의 한해를 보낸 안치홍이지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그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신인 시절부터 줄곧 1군 붙박이 멤버로 활약해온 만큼 현실적인 판단을 내려 경찰 야구단 입대를 결정했다.

당연히 구단 입장에서는 김선빈과 안치홍을 동시에 군대에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두 사람이 빠진 내야는 '베테랑' 김민우나 박기남 아니면 '신인' 박찬호, 강한울이 메워야 한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이 감독실로 안치홍을 불러 개인 면담 시간을 가졌다. "안치홍의 마음을 돌려달라"는 구단의 부탁에 힘입은, 회유 의도가 강했다. 군입대를 조금 더 미루는게 어떻겠냐는 의중을 가지고 면담을 시작했다. 지난 9월말에 일어난 일이다.

안치홍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충분히 이유가 있는 일이었다. 군 입대를 미루지 않고 해결한 후 자신의 야구를 더 깊게 해보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때 선동열 감독은 "우리는 프로 선수 아니냐. 프로야구 선수는 결국 소모품이다. 최악의 경우 구단에서 임의탈퇴까지 생각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구단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해달라는 뜻이었지만, 이때 나온 '임의탈퇴'라는 단어가 씨앗이 됐다. 선동열 감독의 이야기가 진지한 협박이거나 온전한 진심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제대로 된 단어 선택을 하지 못한 '실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묘한 상황이 펼쳐졌다.

면담을 마친 이후 당황한 안치홍은 프런트와 대화에 나섰다. 구단 관계자들은 "임의탈퇴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 감독님도 그런 의도로 하신 말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결국 안치홍 역시 프런트와의 대화 후 선동열 감독의 의중을 이해했다. 그리고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됐다. 안치홍은 경찰 야구단에 지원서를 썼고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한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 안치홍과 선동열 감독의 이야기가 알려졌다. 결국 선동열 감독의 자진 사퇴 결심의 기폭제가 됐고, 입대를 앞둔 안치홍도 마냥 마음이 편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여러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만 잔뜩 낸 이별이 됐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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