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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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와 깊이의 만남…오마이걸 ‘데스티니’ #퀸덤

기사입력 2019.10.01 12:59 / 기사수정 2019.10.01 19:51

[엑스포츠뉴스닷컴] 지난 9월 26일 '퀸덤'에서는 큰 화제를 모았던 2차 사전 경연의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발표 결과, ‘Destiny’(나의 지구)를 한국적인 테마로 풀어낸 오마이걸이 자체 평가-스페셜 평가단 투표-관객 투표 합산 1위를 차지했다.



이번 글은 현재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오마이걸, ‘Destiny(이하 데스티니)’ 그리고 오마이걸 ‘데스티니’에 대한 이야기다.

유튜브 영상이 조회수 500만을 넘겼고, 음원이 주간차트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아이돌 경연곡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노래. 여기에 칭찬 한 스푼 더 얹는 것이 타이밍상으로는 다소 늦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럼에도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 이번 글을 쓰게 됐다. 

그럼 본론 들어가겠다.
 


#데스티니


먼저 ‘데스티니’.

이 노래는 러블리즈를 대표하는 시리즈 ‘어 뉴 트릴로지’ 3부작 중 시작점에 해당하는 곡이다. ‘데스티니’를 수록한 앨범의 이름 자체가 ‘어 뉴 트릴로지’다.

이 3부작은 ‘데스티니’, ‘WOW!’, ‘지금, 우리’로 구성돼 있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지금, 우리’로는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사람마다 해석하기 마련이긴 하나 이 3부작은 낙담→극복→결실 정도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데스티니; 속 화자의 갈등이 ‘지금, 우리’에서 완전히 해소된다는 이야기.

이 ‘데스티니’는 발매 당시에도 이과감성을 문과감성으로 풀어낸 가사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작사가 전간디가 과학적 사실을 문학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곡.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데스티니’ 발매 전 러블리즈의 노래인 ‘안녕’과 ‘아츄’ 등과 비교했을 때 ‘데스티니’의 가장 큰 특징은 분명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안녕’과 ‘아츄’의 경우에는 노래 속 등장인물이 화자와 사랑하는 이 딱 둘 뿐인데, ‘데스티니’의 경우에는 ‘짝사랑 2단 콤보’라는 아주 크고 구체적인 장벽이 등장한다. 화자(달)가 짝사랑 중인 상대(지구)도 짝사랑(태양)을 하고 있는 중이고, 이 사실을 달도 알고 있기 때문에 고백시도 자체가 강제로 봉인된다.

그렇기에 ‘데스티니’ 속 화자의 감정은 상당히 처절하다. 러블리즈 역대 타이틀곡 중에서는 단연 가장 처절하고, 수록곡들까지 포함해서 봐도 최고 수준이다. 그 처절한 슬픔을 원피스(윤상)팀과 전간디가 상당히 정성들여 표현한 곡으로, 그 정성은 ‘어 뉴 트릴로지’의 인트로곡인 ‘문라이즈’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문라이즈’는 “이제부터 슬프고도 아름다운 달의 사랑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로, 들어보면 인트로 단계에서부터 원피스팀이 얼마나 치밀하게 이야기를 빌드업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문라이즈’와 ‘데스티니’는 실질적으로 한 몸이어서, 두 곡을 연이어 감상하는 것이 팬클럽 러블리너스의 주요 감상법이다.

주로 청순 걸그룹이라 불리고, 실제로도 그러한 러블리즈. 이 팀은 청순 걸그룹이 표현하는 감정 중 특히 슬픔을 주전공으로 하는 걸그룹이다. ‘슬픔의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팀’이 러블리즈가 시장 안에서 가지는 가장 큰 개성 중 하나다.

그 러블리즈의 슬픔 중에서도 감정의 깊이가 가장 깊고, 감정의 표현방식에도 상당한 정성이 들어간 작품이 바로 이 ‘데스티니’. 러블리즈가 표현하는 슬픔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싶다면 이 노래를 듣고, 무대를 보면 된다.


‘데스티니’ 파트를 끝내기 전에 여담 하나만 살짝 하나 덧붙이고 마무리하겠다.

발매시기로부터 벌써 약 3년 정도 지난 곡이라 여러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릿해졌을 수도 있겠으나, 이 당시 ‘데스티니’ 무대 의상은 색깔이 달의 여러 모습(보름달부터 월식까지)를 표현한 것으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바가 있다. 패션, 멜로디, 가사 등등 모든 측면에서 달의 사랑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



#오마이걸

그 다음은 오마이걸.

오마이걸이 퀸덤 무대를 통해 보여준 컨셉, 편곡, 무대소화력들을 보고 글쓴이도 많이 놀랐다.
다만 그것은 ‘아웃풋’에 놀란 것이지 오마이걸이 ‘실험(도전)을 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 아니다. 오마이걸은 언제든 이번 ‘퀸덤’ 무대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도전정신, 실험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었다.

오마이걸은 ‘대중의 마이걸이 되겠다’는 의미로 팀 이름이 지어진 팀이지만, 역대 발매곡들을 보면 (검증된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고 평가할만한 행보를 제법 보여줬다.

청순 걸그룹이기는 한데 원조 청순 걸그룹인 S.E.S.-핑클 활동시절부터 구축된 성장 시나리오를 그다지 따르지 않는 팀이라는 것이 오마이걸의 특징 중 하나.

이들은 데뷔 첫 해에 세상 상큼한 곡인 ‘큐피드’로 데뷔했으나, 바로 다음 활동곡을 엄청나게 진지한 곡인 ‘Closer’로 선택한 걸그룹이다.

올해에는 비장한 노래인 ‘다섯 번째 계절’로 활동한 이후에 쉽고 상큼발랄한 노래인 ‘번지’를 선보였다. 초반엔 상큼&큐티하게 가다가 점점 성숙한 면모를 선보인다는 일반적인 공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




특히 ‘Closer’는 오마이걸 노래 중에서는 물론이고, 역대 케이팝 아이돌 활동곡을 통틀어 봐도 진지하기로는 단연 상위권인 노래다. 막 데뷔한 신인 걸그룹이 선보일 노래라고는 도저히 보기 힘든 곡. 노래 발매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봐도 안무, 뮤직비디오, 멜로디 등 모든 측면에서 '특이하다'라고 할만한 노래다. 마니아 층에게는 별자리 안무로 유명한 곡. 


오마이걸에게 ‘콘셉트 요정’이라는 별명을 선물한 노래 ‘윈디데이’는 또 어떠한가. 



‘카레맛 폭풍’이라는 별명이 있는 노래 ‘윈디데이’. 이 곡은 북유럽풍 멜로디에 인도 사운드를 섞은, 그야말로 실험 그 자체인 노래다. 사람에 따라선 ‘핑클 신곡이 나왔다고 해서 듣는데 후렴구에서 샤크라 노래가 들리는’ 정도의 충격을 느낄 수 있는 곡.

발매 초반에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가 감상할수록 중독된다는 반응이 생겨나고, 오마이걸은 이런 콘셉트도 찰떡같이 소화한다는 평가도 받으면서 ‘콘셉트 요정’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

이미 대중적으로 검증이 다 된 안전한 콘셉트와 음악만 했으면 절대 이 별명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활동곡인 ‘번지’의 경우에는 뮤직비디오에서 로봇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아이돌 뮤직비디오 촬영에 있어 로봇 카메라 활용이 보편화되지는 않은 상황에서 한 시도인데, 덕분에 일반적인 촬영으로는 얻기 힘든 좋은 구도와 장면의 역동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시도들의 과감성과 충격에는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오마이걸은 대체로 일반적이지 않은 시도, 혹은 유일하다고 말해도 될 정도의 행보를 지난 4년간 꾸준히 보여줬다.

오마이걸이라는 팀의 깊이는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을 온전히 소화해냄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오마이걸_데스티니

러블리즈가 표현하는 슬픔의 깊이가 어느 정도까지인지를 보여주는 곡인 ‘데스티니’를 꾸준한 실험과 도전으로 내공을 다져온 오마이걸이 자신들만의 깊이로 소화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 입장에서 제법 의미가 있었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는데,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의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 놀라웠다.

원본 ‘데스티니’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오마이걸 ‘데스티니’를 지켜볼 때 제일 먼저 놀랐던 것은 ‘문라이즈’의 자리인 인트로부터 완전히 곡을 새롭게 구성했고, 그게 또 좋은 퀄리티로 나왔다는 점이다. ‘문라이즈’와 ‘데스티니’의 연계성이 워낙 강해서 곡에 손을 대기 쉽지 않았으리라 여겼는데 결과적으로 잘해냈다. 만약 치밀한 기획을 바탕으로 한 편곡이 없었다면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전에 무대가 먼저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사극 콘셉트로 가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무사라고 하는 구체적인 비주얼로 도출된 것이 흥미로웠다. 아이디어가 원석이라고 하면 그걸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것이 기획인데, 기획단계에서 꽤 많은 대화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용의 눈물’, ‘무인시대’, ‘대장금’, ‘허준’, ‘해를 품은’ 달 등등이 모두 사극으로 분류되지만 각 작품이 가진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 않나. 사극이라는 소재도 꽤나 범위가 넓은 분야다보니 그 안에서 한 가지 분명한 방향(그것도 무대에 어울리는)을 도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것을 이번에 오마이걸이 해냈다.

구체적으로 도출된 이미지에 따라 춤도 새롭게 창작하고, 랩(미미)도 사극 콘셉트에 어울리는 랩으로 새롭게 만들었으며, 소품도 이에 맞춰 준비했다. 얼핏 보면 맨발처럼 보일 수 있는 색깔의 덧신을 준비한 것, 흰색 천을 멤버들과 댄서들 모두에게 쥐어주고 다양한 퍼포먼스와 연출을 선보인 것 등등도 ‘방향’에 ‘디테일’을 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리고 추측컨데, 아마 오마이걸 ‘데스티니’는 사극 콘셉트라고 하는 ‘비주얼’만 만든 것이 아니라 대략적인 ‘스토리’도 어느 정도는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가 없다면 설명하기 힘든 무대 연출이 몇 개 보였기 때문.



예를 들면 아린과 지호가 천을 내리면서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이 그러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을 보고 24부작 사극 22화 엔딩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극 막바지 복수의 서막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엔딩처럼 느껴진 것.

지호-아린의 등장에 악역이 크게 놀라는 장면 하나 넣고, 주인공(아린-지호)들의 묵화 버전 엔딩 비주얼도 하나 넣고, 묵화가 나올 때 하단에 드라마 협찬 업체들 로고까지 띄우면 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 안에 담긴 스토리에 대해 상상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좀 봤는데, 네티즌들이 쓴 이야기들이 정말 구체적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장면이 시사 하는 바가 컸기에 그런 반응이 나왔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연출을 스토리 없이 그냥 만들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활동곡들에서 선보인 실험들이나 ‘데스티니’ 무대를 채운 여러 디테일한 요소들을 오마이걸이 다 생각하고 준비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최근 타 매체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들을 도운 여러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질 높은 ‘데스티니’ 커버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사실.

다만 그럼에도 오마이걸에게 칭찬을 하는 것은 만들어진 무대를 ‘체화’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짧은 무대 안에서 잘 보였기 때문이다.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고 해서 오마이걸이 편하게 밥 숟가락만 올린 것은 절대로 아니다.

밥숟가락은커녕 오히려 오마이걸은 올해 그 어느 때 이상으로 강행군을 진행 중이다.

‘다섯 번째 계절’을 5월에 발매했는데, ‘번지’를 불과 3개월 후인 8월에 낸 오마이걸. 이 ‘번지’ 활동 기간 즈음에 ‘퀸덤’에 참여한 그들은 행사 일정 소화와 콘서트 준비까지 같이 해야 했다. 경연 참여, 활동곡 음방 진행, 행사 스케쥴 소화, 콘서트 준비 이 모든 걸 한꺼번에 해야했는데 어느 것 하나 오마이걸 입장에선 놓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결국 단독 콘서트는 연기되긴 했다)

오마이걸은 현재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를 책임지는 아이돌이다. ‘퀸덤’에서 좋은 경연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것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어느 한쪽에 아예 집중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면 모르겠으나 그럴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

사실 ‘퀸덤’에 참여한 걸그룹들 모두가 그러한 위치에 있는 팀들로, AOA는 FNC, (여자)아이들은 큐브, 마마무는 RBW, 러블리즈는 울림을 책임지고 있는 아이돌들이다. 소속사의 가장이거나, 가장에 준하는 위치를 가지고 있는 팀들이라는 이야기.

‘퀸덤’이 진행 중인 가을이 행사시장, 공연시장이 가장 활발히 펼쳐지는 시기고, 그래서 소위 현금도 많이 도는 시즌이라 이 시즌에 돈을 벌어야만 하는 아티스트들이 적지 않다. 이는 ‘퀸덤’ 참가자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에 ‘퀸덤’ 경연 감상 시 각 아티스트들이 갖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고 감상에 임하는 편인데, 오마이걸의 이번 무대는 (멤버 부상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감안‘을 할 필요가 없었다.

조금 MSG를 쳐서 표현하자면, 이번 무대를 통해 오마이걸은 근 4년간 아티스트로서 성장을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아이돌판에서 성장이란 단어는 옷을 좀 더 성숙하게 입고, 화장을 좀 더 어른스럽게 하고, 표정을 좀 더 세게 지을 때 내지 각종 차트 내지 시상식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때 많이 쓴다.

이런 부분들도 분명 성장의 한 종류기는 하지만 결국 ‘아티스트의 성장’이란 폭 넓게 인간을 이해하고 이해한 바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는 것, 보고 듣는 사람들에게 좀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선물하는 것 등을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오마이걸은 ‘성장형 걸그룹’이라는 수식어에 제법 어울리는 팀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근데 마무리하기 전에 한 가지 더 언급할게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이번 경연에서 오마이걸의 ‘마음’을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부상당한 멤버 유아에 대한 배려였고, 나머지 하나는 2차 경연 1위 확정 이후 보인 원곡자에 대한 리스펙트였다.

유아는 경연 전 부상을 당해 무대를 온전히 소화할 수 없었다. 이때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이 있을까.

1. 무리를 해서라도 다 하게 만든다.
2. 아예 무대에서 뺀다.

적지 않은 경우에 선택지는 크게 이 두 가지이리라.



근데 오마이걸은 부상당한 유아도 빛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는 선택지를 택했다. 공연 도중 단독으로 주목 받을 수 있는 파트를 따로 안배했고 세트도 준비했다. 그리고 아이돌 무대의 꽃인 ‘엔딩 요정’ 파트도 유아가 소화하게 만들었다.

이 선택은 ‘당연한’ 선택이 아니다. 단독 무대를 주더라도 엔딩 요정은 주지 않을 수 있었고, 엔딩 요정은 주더라도 단독 무대를 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함께 무대를 준비한 유아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빛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유아 단독 파트는 부상 이후 대안으로 새롭게 내놓은 방안일테니 준비할 때 더 빠듯했을 것이다. 그래도 했다.

이는 내 파트가 길고 짧고 임팩트가 있고 없고에 연연하기 보다는 무대에서 전 멤버가 함께 빛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가능한 선택이었다.



이어서 원곡자에 대한 리스펙트. 최근 방송분에서 승희는 2차 경연 1위 소감을 밝힐 때 “데스티니로 무대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원곡자인 러블리즈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이런 리스펙트가 결국 그 문화 콘텐츠를 깊이가 있는 물건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그냥 1회용 즐길 거리로 만드느냐를 결정한다.

이 글에서 언급한, 혹은 미처 담지 못한 무수한 정성과 디테일들이 ‘원곡에 대한 애정과 원곡자에 대한 리스펙트’ 없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겠는가. 

좋은 곡으로 경연에 임할 수 있음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오마이걸 ‘데스티니’ 무대를 완성하는 첫 퍼즐이자 마지막 퍼즐이었다. 글쓴이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글에서 할 이야기는 여기까지. 간단한 한줄평 남기고 글 마무리하겠다.


한줄평 : 오마이걸 ‘데스티니’, 머리에서 시작해 마음으로 완성한 무대.


+


1. 여리고 예쁜 것만 하진 않는 오마이걸을 보여주는 노래 6곡.

‘VOGUE’(정규 1집 ‘THE FIFTH SEASON’ 수록곡)
- ‘너의 맘에 드는 대신 난 그냥 나일 거야’ 이 가사 한 문장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곡. 오마이걸 노래 중에서 제일 시크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체크메이트’(정규 1집 ‘THE FIFTH SEASON’ 수록곡)
- 1회만 감상해도 ‘오마이걸은 귀여운 것만 해’라는 생각을 깨버릴 수 있는 노래. 

‘퍼펙트데이’(미니4집 ‘COLORING BOOK’ 수록곡)
- 오마이걸이 걸크러쉬를 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면 이 노래의 무대를 보면 된다. ‘컬러링북’ 앨범의 서브타이틀격 노래로 실제 방송 무대를 했었기 때문에 무대를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Knock Knock’(미니 3집 ‘핑크오션’ 수록곡)
- 소녀들 간의 우정과 질투를 다룬 노래. 가사를 음미할 수록 이 이야기가 그렇게 썩 예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친구인 A와 B가 싸우고 나서 서먹해진 이후 이야기로 해석되는 곡. C가 A와 친해진 사실에 질투심이 폭발한 B가 A에게 C의 흉을 보고 있다- 정도가 이 노래의 대략적인 줄거리로 보인다.  

‘하더라’(오마이걸 반하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수록곡)
- 오마이걸 노래 중 호불호 끝판왕으로 평가를 받는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의 커플링 곡이다. 사실 이 ‘하더라’ 가사까지 다 머릿속에 있어야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의 진짜 이야기가 보인다.
소통, 불통, 오해 나아가 왕따까지 다룬 노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와 바나나 알러지가 없는 원숭이의 진짜 정체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다. 제목을 ‘카더라’라고 읽으면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Closer’(미니 2집 ‘Closer’ 타이틀곡)
- 오마이걸과 팬클럽 미라클의 정신적 고향인 동시에 '오마이걸 세계관'의 출발점이자 종착점. 미라클이오마이걸 콘서트에 가는 이유 중 단연 첫 손에 꼽히는 노래다.




2. 러블리즈의 슬픔 이야기 6곡.

‘삼각형’(미니 3집 ‘Fall in Lovelyz’ 수록곡)
- 밝고 명랑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주 악독(!)한 '기억폭행송'이다. 가사 속 화자와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사람들에겐 트라우마 스위치나 다름없는 노래. 감상자에 따라선 토이 '좋은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다.

‘어제처럼 굿나잇’(정규 1집 ‘Girls' Invasion’ 수록곡)
- '러블리즈 발라드'를 대표하는 노래이자 러블리즈 콘서트 불멸의 엔딩곡. 이 노래가 일렉트로닉 기타로 울려퍼지는 그 시간이 러블리즈 콘서트 절정의 순간이자 마지막 순간이다.

‘그날의 너’(미니 4집 ‘치유’ 타이틀곡)
- '이별의 아픔과 이별하는 화자'를 표현하는 노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별 후 밀려들어 온 감정들로부터 완전 해방된 화자의 상쾌해진 기분을 표현한 곡. 

‘놀이공원’(정규 1집 리패키지 앨범 ‘Hi~’ 수록곡)
- 소위 ‘관람차송’으로 유명한 노래. 청순 걸그룹인 러블리즈가 작정하고 귀엽게 부른 노래이긴 하지만, 실제 가사는 상당히 처절하다. 그 유명한 '밤새도록 돌아가던 관람차' 파트가 실제로는 이별의 아픔과 괴로움이 극대화된 화자를 상징하는 파트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미니 6집 ‘Once upon a time’ 타이틀곡)
- 이별과 충분히 멀어진 사람이 '우리가 우리였던 날의 눈부심'을 추억하는 노래. 팬송은 아니지만 팬송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 추억이라는 테마가 매우 진하다는 점에서 에이핑크의 'To. us'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러블리즈의 팬이 아닌 청자라도 누군가의 팬을 하고 있다면 이 곡의 가사에 제법 몰입이 될 것이다.

‘Circle’(싱글 1집 ‘Lovelinus’ 수록곡)
- 어떤 식으로든 ‘데스티니’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듣고 자연스럽게 '데스티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김이나 작사가의 작사가로서 클래스를 느낄 수 있는 곡.

‘인형’(미니 2집 ‘어 뉴 트릴로지’ 수록곡)
- ‘데스티니’가 들어있는 앨범인 '어 뉴 트릴로지'의 수록곡으로, 하염없는 그리움과 슬픔을 몽환적으로 표현한 곡. 다소 호러스러운 면도 있어 호러무비ost에 써도 전혀 손색이 없다.



3. ‘데스티니’ 작사가 전간디가 작사에 참여한 노래 3곡.

러블리즈 - ‘WOW!’(러블리즈 정규 2집 ‘R U Ready?’ 타이틀곡)
- 2D캐릭터와 사랑을 표현한 노래라는 것이 공식적인 설명. 다만 뮤직비디오까지 보면 '팬과 아이돌의 관계'를 다룬 가사라는 해석에 좀 더 무게추가 기운다.

인피니트 - ‘태풍’(The Eye)(인피니트 미니 6집 ‘INFINITE ONLY’ 타이틀곡)
- 이별로부터 벗어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별이라는 거대한 태풍 안에 들어온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담은 가사. 화자는 태풍의 눈 안에 들어왔기에 겉보기엔 평온했던 것이고 실제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슬픔에 갖힌 상태다. 가사 중 '(너를) 눈에 담은 죄로 네 눈 속에 갇힌 나'라는 문장으로 요약 가능.

에프엑스 - ‘첫 사랑니’(Rum Pum Pum Pum)(에프엑스 정규 2집 ‘핑크테이프’ 타이틀곡)
-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아이돌 앨범인 에프엑스 ‘핑크테이프’의 타이틀곡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다.


엑스포츠뉴스닷컴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엠넷 ‘퀸덤’ 방송 캡처-인터넷 커뮤니티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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