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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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두산 불팬의 백미 '정재훈'

기사입력 2008.10.18 13:24 / 기사수정 2008.10.18 13:24

장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준영 기자] 한국 프로야구를 즐겨보는팬이라면 두산 베어스 투수 '게임오버' 정재훈(28)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05년 1승 6패 30세이브 2.09의 방어율로 그 해 구원왕에 등극했다. 올해까지 통산 111세이브를 거두며, 지난 3년간 오승환과 구원 1, 2위를 다툴 만큼 위력적인 마무리 투수였다.
 
삼성전의 기분 좋은 추억

2004년 8월 1일은 정재훈에게 잊지 못할 날이다. 99년 OB(두산의 전신)에 2차 5번 지명된 후 성균관대를 택해 대학 리그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이름을 날렸다. 2003년 두산에 입단한 후 패전 처리용으로 나섰지만 동시에 그가 두둑한 배짱과 타자를 상대하는 멘탈 싸움에 능하다는 것을 알린 한 해이기도 했다. 그러던 2004년 8월 1일 생애 두 번째 선발 등판 기회를 맞았다.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의 마지막 현역 감독시절의 삼성을 상대로 6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데뷔 승을 따냈다.
 
이후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로 보직을 받은 정재훈은 30세이브(2005년)를 따내며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등극했다. 2005년에는 한국 시리즈 무대도 밟았고, 2006년 WBC 대표팀에도 선발되며, 여타 선수들이 쉬이 범접하기 힘든 커리어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잊고 싶은 악몽

2005년 구원왕 타이틀을 따낸 정재훈은 그 해 한국 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 역전 홈런을 허용하며 팀의 4전 전패를 막지 못했다. 이듬해 열린 WBC 에서는 아시아 최약체로 평가받던 중국팀의 양슈오에 홈런을 허용하면서 이후 아시아 예선은 물론 본선에서까지 등판 기회를 잃었다. 오승환(26.삼성)이 특유의 돌직구를 뽐내며 국제무대에서 시선을 끈 것과는 달리 쑥스러운 병역 면제를 받아들었다. 그 해 절치부심 1.33 방어율 38세이브로 개인 최다 세이브를 올렸지만 구원왕은 오승환의 몫이었다.
 
또 다른 시련

2007년부터 마무리 투수로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정재훈은 그 해 선발로 보직 변경 테스트를 받는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찾았다. 그러나 선발로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로 다시 마무리로 복귀 25세이브를 기록했다.
 
2007년부터 좌우로 엄격해진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좌우 직구 구사와 변화구 코너워크를 즐겨 사용하던 정재훈은 상당한 애를 먹었다. 포크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든 구질을 좌우 코너워크에 사용하던 정재훈의 볼넷은 부쩍 높아졌고, 탈삼진 개수도 줄었다.
 
등판 후 매번 주자를 스쿼링 포지션에 보내놓고 세이브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불재훈' '정작가'등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 시작했다. 좌우 스트라이크존의 변화가 비단 정재훈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 시즌 동안 자신의 결정구로 모든 팀을 상대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의 특성상 투구 패턴의 단순화는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반전

정재훈은 2008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선발, 중간, 마무리를 모두 소화하며 두산 투수진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마무리로서의 경험과 원래 가지고 있는 두둑한 배짱, 선발 투수급의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과 정교한 제구력 등 보직이 확실히 정해져 가는 현대 야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보직이 가능한 전천후 투수로 성장했다.
 
물론 올 시즌 3.23의 방어율로 본인의 통산 방어율(2.59)에 비해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정재훈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평할 수 있는 것은 임태훈 입단 전까지 뒷문 단속을 홀로 하던 정재훈에게 작년 임태훈의 가세에 이어 올 시즌 이재우(28)까지 든든한 동료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두산의 절대적 마무리로 받은 중압감을 털어버리고 선발과 중간 마무리에서 수준급 활약을 하면서 2008 플레이오프 1차전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2차전에서도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은 정재훈이지만 3차전은 남다른 각오를 해야 할 듯 싶다. 삼성전은 3.48로 시즌 방어율보다 높다. 게다가 올 시즌 대구구장에서 두 번째로 많은 8이닝을 소화했으나 방어율은 4.50으로 좋지 못하다. 올해 허용한 두 개의 홈런 중 한 개는 삼성전에서 나왔다.
 
이러한 수치들과 모순되게도 정재훈의 원정경기 방어율은 2.36(홈경기 4.10)이다. 대구에서 열리는 3,4,5차전은 한 경기가 주간에 열리는데, 주간 경기 방어율은 9.00(야간 2.63)으로 크게 치솟는다. 수치를 놓고 봐도 이번 대전 3,4,5차전은 두산에는 물론 정재훈 본인에게도 분수령이 될 것이다.
 
삼성의 플레이 오프를 넘어선다면 SK를 상대로 두산의 한뿐만 아니라 정재훈 자신의 불명예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재훈이 남은 플레이 오프와 한국 시리즈에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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