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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하루' 김명민 "내 자신에게 관대하기 싫다"

기사입력 2017.06.19 07:00 / 기사수정 2017.06.18 22:1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김명민의 열연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가 개봉했다. 김명민은 지옥 같은 하루에 갇힌 남자로 분해 짙은 부성애 연기를 펼쳐냈다.

15일 개봉한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 준영이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변요한 분)을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김명민이 연기한 준영은 홀로 딸 은정(조은형)을 키우며 살아가는 의사. 전 세계를 돌며 의료봉사를 하느라 딸은 늘 뒷전이지만, 이번 12번째 생일만은 꼭 함께 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날 교통사고를 당한 딸을 보게 되고, 잠시 후 다시 비행기에서 눈을 뜨며 반복되는 하루를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딸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김명민의 연기가 몰입감을 더한다.

'하루'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명민은 "'하루'는 시나리오를 보고 의문점이 남지 않았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루'는 같은 시간 속을 또 다른 인물이 함께 돌며 사건을 풀어간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와 다른 점을 보인다.

타임루프라는 소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같은 소재들은 얼마든지 있고, 중복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희 영화에서는 감독님이나, 촬영감독님도 그렇고 다른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 식상한 소재라는 걸 느끼지는 못했고요"라고 말한 김명민은 "'너무 맞아떨어지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그 짜임새가 기가 막혔어요. 그 점이 저를 이끌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설명했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 촬영했던 '하루'의 현장은 그야말로 고생 그 자체였다. 준영이 놀라며 눈을 뜨는 장면은 모두 같은 날에 촬영됐다. 하지만 눈을 뜰 때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내야 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 헷갈렸죠. 첫날 상황 다 찍고 둘째날 찍고 이렇게 가면 쉬워요. 비행기 세트 안에서 일곱째 날까지 다 찍었던 거죠. 공항의 무빙워크 장면도 5일 동안 계속 그 장소에서 찍은 것이고요."

지난해 6월 말, 지열로 인해 38~39도까지 육박했던 인천 박문여고에서의 촬영도 빼놓을 수 없다.

"박문여고는 어떤 장소에서 무슨 촬영을 하든, 힘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에요.(웃음) 그 곳을 생각하면 웬만한 오지에 가서 촬영을 해도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요. 초반에 공항신이나 주차장 신처럼 반복되는 촬영을 많이 하면서 몇날 며칠을 지내다 보니까 폐쇄공포증 같은 것이 오고 너무 답답했거든요. 그 때 다들 '우리에겐 박문여고가 남아있어' 그러기에, 본의 아니게 기대가 됐어요. 도착해서 가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하더라고요. 그늘이 하나도 없어요. 사람 자체도 거의 없었고요. 스크린에서 보니까, 우리가 느꼈던 것보다는 쾌적하게 나오더라고요.(웃음) (영화로 봤을 때) 잘 모르시겠죠?(웃음)"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다. 김명민은 딸의 죽음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결국 또 다시 죽음을 볼 수밖에 없던 장면을 찍으면서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책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끈다. 김명민은 이 신을 떠올리며 "어떻게 보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데, 저는 예전부터 제 자신에게 관대한 게 싫었어요"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1996년에 '남자대탐험'이라는 드라마를 했을 때였어요. 단역으로 시작해서 (점차 비중이 늘어났고) 세 번을 출연했죠. 뭔가 가면 설정을 했었어요. '안경'을 설정했다고 하면, 제가 그 안경을 잃어버린 거예요. 그 안경이 제겐 너무나 큰 무기였는데, 그걸 놓고 왔다는 게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서 촬영장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저를 막 때렸던 기억이 나요. 누구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내 자신에게 내는 화죠."

'인물이 잘나지도 않고, 가진 게 특별하지도 않은데 나에게 관대해진다면 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마음을 다잡아 온 시간들이었다.

"'내 자신에게 냉정해져야 한다'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죠. 맨 주먹으로 바위 치던 그런 시절에 그러다 보니까, 뭔가 실수했을 때 스스로 가혹하게 구는 게 있어요. 그 때 이후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촬영장에 가서는 딸을 잃은 이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 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50%를 계산해서 갖고 오는 것이라면 50%는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부분인데, 그게 안 채워지는 거예요. 감독님도 '알아서 하시면 좋겠다'고 제일 어려운 디렉션을 주시고.(웃음) 카메라 기사님에게도 '감정 가는대로 해볼 테니까 그냥 (카메라) 잡아주세요'라고 했거든요. 간발의 차로 딸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 때, 그 모습을 보니 진짜 북받치는 감정이 들더라고요. 굉장히 즉흥적이었던 신이었죠."


김명민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소탈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사진촬영이 없던 시간이었기에 의상도 평소 자주 봐왔던 수트 차림이 아닌, 모자와 함께 힙합 느낌이 물씬 풍기는 편안한 차림으로 자리한 그였다. 김명민은 "저 평소에는 양복은 쳐다보지도 않아요"라며 웃음 지었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기와 함께 해왔다. 차근차근 한 계단씩 밟아오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고, 그만큼 탄탄한 대중의 믿음을 받게 됐다. 어느덧 현장에서는 자신의 연기만이 아닌, 현장을 두루두루 챙겨야 하는 선배의 위치에 오른 그다.

"주연배우로 할 것만 하는 게 아니라, 현장 분위기도 띄우는 분위기메이커 역할도 해야 되는 부분이 있죠. '해야 되겠다'라는 것 보다는,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기는 것 같아요. 동생들 고생하는 것 보면 안쓰럽고, 그런 것이요. 푸근해진다고 해야 하나요. 아저씨의 마음이 생기는 것 같긴 해요. 누군가가 큰 잘못을 한다고 해도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는 아량이랄까요.(웃음)"

김명민은 "예나 지금이나 꿈은 같아요. 배우들에게도 인정받는 배우요"라고 차분하게 답했다. "박수칠 때 떠날 거예요"라고 자못 진지하게 말을 이은 김명민은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못하게 됐을 때, 대중에게 필요한 연기를 하지 못하는 필요 없는 배우가 됐을 때요"라면서 앞으로도 꾸준하고 묵묵하게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GV 아트하우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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