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6:29
자유주제

박형진의 現場 이야기 - 나의 '구력'

기사입력 2008.08.28 18:36 / 기사수정 2008.08.28 18:36

박형진 기자



2006년 12월 17일자. '잉글랜드 타블로이드 훑어보기'

지금 와서 보면 기사라기보다는 방송용 원고에 가까운 이 기사가 제가 엑츠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싸커월드라는 축구동호회 사이트에서 해외축구 이적관련 루머를 퍼 나르던 제가 우연히 엑스포츠뉴스를 알게 되어 같은 글을 엑츠에 올리게 되고, 그러면서 제가 '기자'라는 생소한 직함을 얻게 된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네요.

아마 몇 차례에 걸쳐 제가 할 얘기들의 주제를 굳이 잡는다면 '현장(現場)'이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시작한 기자가 아니고, 이제 막 현장의 돌아가는 모습에 대해 깨달아가는 중이라 감히 '현장'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을듯합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다녔던 현장이 참 많기도 했고, 돌아보면 대단한 순간이었구나 싶습니다. 그렇기에 '감히' 현장에 대해 몇 마디 풀어볼까 합니다.

우선 제가 취재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취재 경력을 간단히 풀어볼까 합니다.

엑츠의 많은 기자분들이 '매니아', '서포터'로서 상당한 구력을 자랑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구력은 사실상 취재경력과 동일합니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무척 좋아하기는 했지만 밤을 새서 축구를 보고 K-리그 경기장을 찾아다닐 만큼 '매니아'가 아니었던 저는, 명함과 기자증을 준다는 엑츠 데스크의 전화 한 통에 무작정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당시 편집장이셨던 이 팀장님으로부터 '기자증과 명함을 받으면 취재를 해야한다'는 말씀을 들은 저는, 명함이 탐나서였는지 기자증이 탐나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취재를 가겠다고 덥썩 승낙해버렸습니다. 뭐 전담 구장 역시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성남을 덥석 잡아버렸고요.

그렇게 해서 저는 2007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부분의 경기를 취재한 '탄천 전담 취재기자'가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보', '믹스트존' 등 용어마저 생소했던 저였고, 개막전에 저와 동석했던 편집장님 역시 어느 때부터인가 자리에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저는 탄천이 아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취재를 가게 되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K3리그가 개막하고 서울 유나이티드가 잠실에서 경기를 갖자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얼굴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현장 취재를 잘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이에 저는 안산, 상암, 잠실, 탄천을 누비며 대표팀과 성남, 서울 유나이티드를 열심히 취재했습니다.

2007년 여름에는 굵직한 경기들이 많았습니다. 아시안컵 현장 취재를 가지 못한 저는 볼튼, 레딩 등 EPL 팀들이 참가한 피스컵 취재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믹스트존에서 지금은 선더랜드로 이적한 당시 볼튼의 디우프를 인터뷰한 추억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것만이 아니었죠. 7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방한 친선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보던 맨유의 화려한 플레이, 그리고 퍼거슨 감독과 호날두를 코앞에서 볼 수 없었던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끝날 여름이 아니었습니다. 8월이 되자 저는 중국 베이징을 찾은 바르셀로나를 만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다롄에서 당시 다롄 스더 감독을 맡고 있던 본프레레를 만날 뻔(!)도 했지만 아쉽게도 스케줄 문제로 만남이 무산되었고, 대신 베이징 궈안의 이장수 감독을 만나 잠시 인사를 나누었지요. 취재 비자가 나오지 않아 무척 어려운 상황 속에서 취재를 했지만, 호나우디뉴와 앙리 등 쟁쟁한 선수들이 다 나온 친선경기를 본 것만으로도 제게는 무척 뜻 깊은 '첫 해외출장취재'였습니다.

그 해 여름은 생각해보니 '무척' 길었네요. 그렇게 돌아온 저를 기다리던 것은 다름 아닌 17세 이하 월드컵이었습니다. 일정이 겹쳐 많은 경기를 취재하지는 못했지만, 독일의 토니 크루즈 등 젊은 유망주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뜻 깊은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 가을, 저를 기다렸던 것은 AFC 챔피언스리그였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제게 현장취재의 '절정'이었습니다. 저의 AFC 챔피언스리그 취재 첫 경기가 바로 폭설이 내린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진 성남과 동탐롱안의 경기였고, 산동 루넝과 우라와 레즈의 엄청난 응원단도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8강전 홈경기를 찾은 1000여 명의 여고생 응원단이었지만요.

새해가 밝아도 저는 여전히 노트북 가방을 들고 경기장을 누렸습니다. 2008년 3월. 데이비드 베컴의 LA 갤럭시가 방한해 한국서 친선경기를 치르면서 저의 '내가 본 유명선수 리스트'에 베컴을 추가하게 된 것입니다. 호나우디뉴, 호날두와는 또 다른 기술과 장점을 가지고 있는 베컴의 경기를 본 것은 제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한 추억이 되었네요.

제 현장취재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하나가 남았네요. 바로 잊을 수 없는 올림픽 취재입니다.

축구 대표팀 취재를 많이 다니기는 했지만, 이렇게 외국에서 오랫동안 대표팀을, 그것도 다른 신문사 선배들과 함께 취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함께 호텔에 묵으며, 버스를 타고 함께 취재장소로 이동하고, 돌아와서는 함께 식사를 하며 취재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듣는 경험하는 그야말로 '풀타임 취재'였습니다.

대표팀이 8강 진출에 실패하며 대표팀과의 일정은 상하이에서 끝났습니다. 그러나 선배 기자들과 함께 베이징과 션양에서 축구 외 다른 경기를 보며 올림픽 취재를 계속한 것은 그야말로 제 현장취재인생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특히, 메시의 맹활약이 돋보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경기는 2년 남짓한 제 취재인생 중 가장 멋진 경기였고요.

돌이켜보면 좋은 경기, 좋은 선수, 좋은 감독을 만나느라 정신없게 보냈던 저의 기자생활 2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대회를 취재했다', '누구를 봤다'와 같은 말만으로는 저의 경험을 표현하기는 어려운듯합니다. 앞으로 몇 차례의 글을 통해, 현장 취재의 숨은 얘기와 저 나름의 느낀 점을 전해보고자 합니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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