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08:29
스포츠

[클로즈 업 V] 김요한이 살아야 대표팀이 살아난다

기사입력 2008.07.19 03:35 / 기사수정 2008.07.19 03:3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아시아예선전은 중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당시 일본대표팀의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 “김세진과 신진식 중, 어느 한 선수만 없어도 우리가 3-0으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 뛰어난 두 공격수가 좌우에 배치돼 있는 점이 상당히 까다롭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심리전을 감안한 코멘트였지만 당시 한국대표팀은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고 일본과 중국을 모두 3-0으로 완파하고 시드니올림픽에 진출했습니다.

두 명 이상의 해결사를 한 팀에 둔다는 것은 팀의 전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한, 공격패턴과 스타일이 서로 이질적인 선수들로 포진돼 있는 점은 상대방을 까다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예선전과 2008월드리그에서 한국팀은 ‘해결사’의 부재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현재 월드리그 득점과 서브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성민(경기대)를 제외하면 믿음직한 공격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레프트 자리는 한국대표팀전력의 구멍으로 노출돼 있습니다. 신영수(대한항공)와 김요한(LIG 손해보험)은 리시브 불안으로 팀의 조직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공격력에서도 해결책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영수는 이번 월드리그에서 51%의 공격성공률을 보여줘 공격부분 6위에 올라있습니다. 그러나 리시브 성공률은 36.32로 저조한 기록을 보여주고 있으며 김요한 역시 리시브가 불안해 상대팀 서버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신영수와 김요한은 이번 월드리그에서 처음으로 주전 세터인 최태웅(삼성화재)과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신영수는 올림픽예선전에서도 참가했지만 당시 주전 레프트는 이경수(LIG 손해보험)의 몫이었습니다.

올림픽예선전부터 부지런하게 손발을 맞춰온 문성민에 비해 두 선수는 최태웅과의 호흡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요한의 문제점은 레프트 선수로서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김요한은 인하대 시절, 레프트포지션에서 공격에 전념하는 선수였습니다. 당시 서브리시브와 2단 연결 등은 임시형(현대캐피탈)의 몫이었고 김요한은 수비부담을 덜고 공격에 매진했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중고교 팀들과 대학팀들에서 주공격수 노릇을 하는 선수들은 수비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우선적으로 눈앞에 있는 대회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합을 대비해나가려면 철저한 기본기 훈련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집니다.

기본기 훈련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배구 훈련 시에 항상 병행되어야 하는 훈련입니다. 공격에 전념하는 선수라도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김요한이 국내리그와 이번 월드리그에서 뛰어온 모습을 살펴보면 2단 공격에서 약하고 볼을 때려내는 기술과 네트 앞에서 볼을 처리하는 센스도 부족합니다. 힘과 높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 비로소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김요한은 2단으로 연결된 볼을 때리면 홈런이 되거나 상대방의 블로킹에 철저하게 막히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습니다. 또한, 미들블로커 뒤로 돌아가서 때려내는 시간차 공격은 항상 타이밍이 늦어서 상대방의 블로킹에 차단되기 일쑤였습니다.

김요한이 지금보다 한층 위력적으로 발전하려면 빠른 세트플레이에 필요한 스피드와 기교를 익혀야 합니다. 김요한은 지난 시즌, 연봉협상 건으로 인해 프로무대에 늦게 데뷔했으며 무릎부상의 재활로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했었습니다.

우선적으로 김요한에게 필요한 것은 재활로 인해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는 것과 자신의 볼을 대각으로 깊숙이 때려내는 기교 등을 익혀야 합니다. 또한, 빠른 세트플레이에서 요구하는 스피드를 갖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LIG 손해보험의 박기원 감독은 어깨가 유난히 넓고 하체가 튼튼한 김요한의 신체를 보고선 동양인의 체구가 아닌 유럽선수의 체구라고 평가했습니다. 

LIG 손해보험이란 팀을 보면 김요한 같은 공격수보다 유광우(삼성화재)같은 세터가 더 필요할 텐데 박기원 감독은 김요한은 선택했습니다. 바로 신체적인 장점으로 인한 가능성을 가진 김요한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대표팀의 신치용 감독도 “김요한이 성장해야만 대표팀의 전력이 발전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넓은 어깨와 서구형 체격을 가진 김요한은 레프트에서 깊은 각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으며 지금보다 빠른 스피드를 갖춘다면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리그에서 배구 팬들에게 가장 원성을 사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요한입니다. 대학시절의 라이벌인 문성민이 일취월장해서 세계적인 공격수로 성장했지만 여기에 비해 김요한은 아직도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지난 시즌, 부상과 훈련부족이 있었던 점은 김요한의 성장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김요한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할 출발점에 다시 섰습니다. 첫 번째로 부상의 잔해를 이기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또한, 소속팀의 박기원 감독과 대표팀의 신치용 감독이 의도하는 대로 탄탄한 기본기를 익혀서 한국대표팀의 레프트를 책임질 수 있는 공격수로 성장하기는 김요한의 과제입니다.

[사진 = 김요한 (C) 엑스포츠뉴스 김금석 기자]



조영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