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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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김원석 작가, '태양의 후예'라는 높은 파도 위에서

기사입력 2016.04.26 14:45 / 기사수정 2016.04.26 14:54



[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태양의 후예' 하면 많은 이들이 김은숙 작가를 떠올리지만, 사실 이 드라마의 원안은 김원석 작가가 만들었다. 김원석 작가에게 '태양의 후예'는 높은 파도 위에 올라선 느낌을 주는 드라마였다. 

KBS 2TV '태양의 후예'는 국내는 물론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전역에서 화제를 모았다. 14.3%(전국기준, 닐슨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마지막회였던 16회에서 무려 38.8%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다. 그 이후 방송된 스페셜 방송 3편도 모두 10%를 훌쩍 넘는 시청률로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입증해냈다.

'태양의 후예'는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가 원작이다. 원래 김은숙 작가를 만나면서 의사 유시진이 대위 유시진으로 바뀌었고, 김은숙 작가 특유의 멜로가 입혀졌다. 그리고 송중기가 유시진을, 송혜교가 강모연을 연기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송송커플'이 탄생했다.

드라마 종영 후 김원석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김은숙 작가와의 공동집필부터 배우들과의 협업, 그리고 불사조 논란, 엔딩과 시즌2에 대한 생각까지 가감없이 털어놨다. 다만 그는 "드라마는 드라마로 평가받았으면 한다. 작가들의 설명보다는 시청자들이 받아들인 그대로가 드라마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원석 작가와의 일문일답.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 즐거웠고 행복하기도 하고, 무섭고 떨리기도 했다. 너무 잘되니까 신기하더라. '이렇게 높은 파도 위에 올라 보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원작에서 유시진은 의사였다. 김은숙 작가를 만나면서 바뀌었는데.

"김은숙 작가님께서 원작 모니터를 해주셨었다. 20부 대본을 완성은 해놨는데 드라마화 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영화 쪽 연출부 출신이다보니 드라마에 대한 레퍼런스가 너무 없었다. 이후 '여왕의 교실'이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벽에 부딪혔는데,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 지 배워보고 싶었다. 아는 드라마작가는 김은숙 작가님 밖에 없어 '나중에 보조작가 깍두기라도 시켜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드라마 제작사 대표님이 전화를 주셨다. 김은숙 작가님이 '자꾸 그 작품이 생각이 난다. 같이 해봐도 괜찮겠냐'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는 거다. 그래서 '숨도 안쉬고 '좋다'고 얘기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원안을 쓸 때도 초반에 많이 막혔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내 교과서고 선생님이 됐던 게 김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그렇게 작업을 하게 됐다" 

-공동작업을 하며 작업분배는 어떻게 했는 지 궁금하다.

"원안을 놓고 해체 재구성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남자주인공이 군인으로 바뀐 것이고, 재밌는 얘기들만 뽑아서 거기부터 새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원작이 있으니 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본을 다시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나는 원작자이기도 하지만 공동작가다. 제목은 같이 회의했는데 김은숙 작가님이 얘기하신 걸로 안다. 구상안을 만들 때는 보조작가들까지 포함해 난상토론을 함녀서 의견을 내고 이렇게 종합해보고, 저렇게 종합해보면서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으로 결정해나갔다. 그 과정 속에서 신들이 탄생을 했다. 역시 김은숙이 김은숙인 이유는, 구상안의 초고를 쓰고 재고를 쓰고, 재재고를 쓰며 완성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추가되는 것들로 읽는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만든다. 다 아는얘기인 나 역시도. 마법같은 일이라고 기억한다"

-김은숙 작가에게 배울 점이 있었다면.

"가장 크게 배운 건 공동작업이다. 평소에도 늘 그렇게 작업을 하시는데, 모두가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는 작가실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모니터를 하시고  진심으로 반영해내려고 하셨다. 나는 작업하면서 김 작가님을 존경했고, 김 작가님은 나를 존중해주셨다. 그게 공동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자 시너지다"

-엔딩을 가지고 말이 많았다.

"유시진과 강모연의 사랑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고, 군인으로서, 의사로서의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또 꽁냥꽁냥 하는 멜로신을 좋아하시는 분이 있는 반면에 킥킥거릴 수 있는 코미디신을 좋아하시는 분도 있다. 모든 분들을 만족시킬 순 없다고 하면 너무 변명일 거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못 짚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지만 반성을 했다. 사건과 상황들의 개연성 부분에 있어 짚어드리지 못한 점, 멜로를 포함한 감정들에 대해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까워하시는분들이 많아 그런 분들에게 죄송하다"

-원래 윤명주(김지원)가 죽는 새드엔딩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랬던 적은 없다. 재난, 분쟁, 전염병같은 무겁고 불편한 소재들을 다뤄나가야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희망적인 엔딩을 주자'라는 것이 시작이었다. 어떤 곳에서는 필요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죽어나가야지만 슬픔이 전달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슬픔을 잘 표현하고, 죽는 인원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극 중에서 죽는 인물은 고반장 밖에 없다"

-유시진의 불사조 논란이 있었다. 배우들의 의견은 어땠나.

"대본에 대해 모든 배우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주셔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 감사하다. 이야기 개연성이나 감정선은 전적으로 대본의 책임이다. '잘 짚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불사조라고 느껴지게 한 건 잘못한 게 맞는 것 같다. '이건 드라마니까 어느정도 이해를 해주세요' 하면서 진행을 하면서 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드라마적으로 좀 더 감정을 잘 짚었어야했다는 마음이다.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사려깊지 못했던 것 같다"

-군 헬기가 유시진 대위를 데리러 오는 장면도 논란이 됐었다.
"물론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그런데 특전사 대위가 주인공인 드라마지 않나. '대한민국 육군 대위도 헬기로 데리고 가 보자, 멋있다' 했는데 의외로 비판이 많으셔서 이런것까지 불편해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실수는 아니었다. 하나 재밌었던 건 군에 협조를 받았는데 그렇게 큰 헬기가 올 줄은 몰랐다. 잠자리 비슷한 게 올 줄 알았다. 촬영을 KBS 옥상에서 했는데, 너무 큰 헬기가 와서 밑에 꽃집 꽃들이 날라가서 배상해줬다고 들었다"

-가장 잘 아시겠지만 군에서의 윤명주와 서대영의 식당 키스 장면도 정말 판타지다.

"드라마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윤중위와 서대영의 경례 장면도 얘기들이 많았는데, 계급상 윤중위가 높지만 그 장면은 멜로 장면이다. 구남친을 불러세우는 구여친이기 때문에, 리얼리티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 '절절하게 만들어보자'였는데,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대사를 보면서 스스로 오글거린다고 느낀 적은 없나.

"나는 진짜 안 그랬다. 나는 이 대사들이 재밌고, 설레고 유쾌하고 너무 재미있었는데 아마 '오글거린다'는 반응을 듣고 내가 제일 많이 놀랐을 거다. '이게 그렇게 오글거려?' 했다"

-PPL에 대해서도 굉장히 논란이 많았다.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여러가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 같다. 김은숙 작가님 또 송송커플을 비롯한 배우분들, 스텝들, 제작사, 홍보사, 보조출연자분들까지 모여서 드라마라는 큰 원을 만드는 거다. PPL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이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재밌게 녹이고, 의미있게 녹이려고 애를 썼느데 그런 부분들에서 불편하셨다면 더 아이디어를 냈어야하지 않나 싶다. 여러가지 제작환경과 더불어 PPL에 대해 논의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솔직한 바람이다"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사전제작이 드라마에 완성도에 어떤 영향을 줬나.

"아무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그래서 대본의 완성도 면에 있어서 사전제작은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을 한다. 보통 '생방을 하면 작가들은 초능력이 나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쓰는게 훨씬 좋다. 또 사전제작의 가장 큰 좋은 점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과정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스템에 맞는 태도들이 있을 것 같다. 시작이다보니 부족한 것들은 있다.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생방 시스템과 달리 잘 되면, 훨씬 좋은 시스템인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사전제작이다보니 피드백이 어려웠다.

"사전제작을 하다보니 어디서 반응을 일어나는 지 모른다. 피드백을 받았다면 그런 것들을 얘기했을 수도 있다.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시 잘 작업을 해보지 않았을까. (윤기오빠나 신지영이 언젠가는 등장할 줄 알았다.) 누구나 마음 속에 윤기오빠와 신지영은 하나씩 있지않나(웃음)"

-촬영 중간 송중기가 부상을 당했는데 그러면서 변화된 부분도 있었나.

"순서대로 찍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대본을 딱히 고쳐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깁스를 하는 설정의 수정 정도만 있었다. 그 때 송중기씨가 촬영하다 다친 거였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미안해했다. 많이 맞춰줘서 고마웠고 미안했다. 힘든 와중인데도 잘 끝내줘서 고맙다"

-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송중기 씨는 강렬했다. 대사에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잘 구분해 유시진으로 남았던 것 같다. 송혜교 씨는 울다가 웃다가 해야하는 장면도 많았고, 때로는 속물적인 의사였다가 또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표현해야할 때도 있었다. 또 개그도 해야했고.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물론 매우 아름답다. 진구 씨는 굉장히 멋있었다. 연기를 안하면서 해야하는 캐릭턴데, 그 부분에 있어서 늠름하고 멋있게, 든든하게 잘 버텨줬다. 또 유시진하고 있을 때만큼은 농담을 치고받으면서 포인트들을 잘 살려줬다. 김지원 씨는 다른 누구보다 영리하게 케미를 잘 살려줘서 감사하다. 유시진, 강모연 사이에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려가며 좋은 케미를 보여줬다. 다른 무엇보다 이 네 명의 앙상블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그 네 명이 얽히지 않고, 두 커플이 굉장히 독립적이었다.

"김은숙 작가님이 삼각관계는 하지않을 거라면서 '두 멜로 라인은 두 멜로 라인으로 가져가고, 그것에 충실한 멜로를 보여준다'고 얘기하셨다. 두 남자주인공이 다 멋있었으면 하는데, 삼각관계로 펼치면 누군가는 져야하는 싸움을 해야한다. 그게 많이힘든 부분인 것 같다. 이번에는 그런 얘기를 하고싶지 않았고, 두 남자 각자의 사랑을 하며 그 사랑 속에서 멋있게 세워보자가 작전이었다. 또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그동안 김은숙 작가님이 삼각관계 드라마를 할 때마다 힘들었다고 하시더라"

-'태양의 후예'로 얼굴을 알린 신인들이나 감초 역할을 했던 조연들도 큰 수혜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수혜자라고 생각하실진 모르겠지만 저희들에게는 되게 고마운 분들이다. 다들 너무 잘해주셨다. 조금 알려진 분들이던 그렇지 않은 분들이던, 송닥터(이승준)나 하간호사(서정연), 두 분 선배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치훈(온유) 선생 같은 경우 연기 처음이라며 되게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 친구 배우해도 되겠구나' 얘기해도 될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이 배우 수고했어'고 얘기하고 그랬다. 민지(박환희) ,기범이(김민석), 표닥(현쥬니), 안상위(지승현), 윤중장(강신일), 고반장(남문철), 진소장(조재윤), 아구스(데이비드 맥기니스), 다니엘(조태관), 예화(전수진)까지. 우르크 비둘기 알통구보 특전사, 의료팀 정말 고생 많았다. 사실 작가실에서 편집본을 보면서 박수를 받았던 캐릭터는 대대장 박병수 씨였다. 3부에서 강모연과 붙었을 때 대사를 너무 잘 소화해서 작가실 최고의 인기스타였다. '대블리'라고 불렀다(웃음)"

-시즌2 생각은 없나.

"김은숙 작가님과 얘기를 했는데, 할 얘기들은 모두 다 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불사조라고 하지만(웃음), 유시진 소령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태양의후예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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