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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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After GSL] 조성주, 어떤 테란의 슬럼프 탈출법

기사입력 2015.09.07 15:14

박상진 기자

폭풍 같던 조 지명식이 끝난 후 올해 마지막 GSL 16강 A조와 B조가 진행됐다. 이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는 진에어 그린윙스의 테란 조성주였다. 최근 조성주는 프로리그에서 연패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테란전과 저그전에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최근 테란 대 저그전 메타인 메카닉 운영에 익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하락세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조성주의 대 프로토스전 경기력도 걱정됐다. 이번 GSL 16강에서 조성주는 김도우-김준호-김유진의 3프로토스와 같은 조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성주는 이러한 걱정을 비웃듯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역시 '제 4의 종족'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한 선수였다.

다른 테란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선 모습을 보인 조성주였고, 이러한 모습은 조성주만 할 수 있는 플레이에서 나왔다. 그러나 조성주는 리스크를 동반한 무리한 플레이로 항상 불안함을 동반했고, 지난 시즌 정윤종과 벌인 8강 경기에서 상대에게 전략을 간파당하며 프로토스 전의 강세도 끝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성주는 이번 16강을 통해 한층 발전되고 세련된 심리전과 경기 운영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김도우와 벌인 16강 승자전에서 잘 드러났다. 김도우와의 1세트 경기에서 조성주는 정찰을 늦게 하는 상대의 습관을 이용해 승리를 거뒀다.

이어 테라폼에서 벌어진 2세트에서 조성주는 견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패배했지만 캑터스 벨리에서 진행된 3세트를 통해 조성주식 대 프로토스전 해법을 보였다.


조성주는 확장 포인트가 많고 동선이 길다는 4인용 맵의 특성을 이용해 김도우에게 승리를 거뒀다. 조성주는 이전처럼 리스크를 동반한 의료선 견제가 아닌 최대한 위험 요소를 줄인 상태에서 소수의 의료선을 상대 본진 근처에서 대기시킨 후 스캔으로 상대 본진을 확인한 후에만 견제를 들어갔다. 김도우는 이를 막기 위해 병력을 분산 배치할 수밖에 없었고, 조성주는 계속 상대의 타이밍을 뺏으면서 최대한 대규모 교전을 피했다.

하지만 여전히 200대 200 싸움에서 조성주의 병력 구성으로 김도우를 이길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도 조성주는 상대 확장 중 방어가 부실한 곳을 찾아내 의료선 부스터를 이용한 치고 빠지기로 김도우의 자원 수급을 계속 방해했다. 이 상황이 계속 반복되며 김도우의 병력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자원마저 다 떨어지며 프로토스가 200병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는 타이밍에 전투를 시도해 승리했다.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판짜기에서도 조성주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김도우는 상대 테란이 준비해온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전진 우주 관문 같은 과감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이 과정에서 김도우는 정찰을 잘 하지 않는데, 조성주는 바로 이 부분을 노려 더 빠른 타이밍에 승부를 걸어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조성주는 2세트 경기 후 패인을 바로 분석해 3세트에서 바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정이 끝난 후 조성주와 경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조성주는 "2세트에서 견제로 이득을 거뒀을 때 유령과 바이킹 조합을 바로 갖췄다면 승리하는 경기였는데, 견제로 이득을 거두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나서 의료선으로 무리했다"라고 말했다. 의료선 견제에 너무 신을 낸 나머지 상대 병력 조합을 따라가는 데 실패하며 2세트를 내줬다는 것.


내가 조성주에게 놀란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준비해온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 그대로 경기 자체를 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조성주는 바로 문제점을 파악해서 다음 세트에서 바로 승리를 따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조성주의 부진은 일시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에게 이기는 능력만큼 중요한 것은 슬럼프에서 빠르게 탈출하는 능력이다. 그동안 많은 선수를 봐왔고, 나 역시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16강에서 조성주의 모습을 보며 이 선수는 슬럼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선수라는 생각을 했고, 이 능력으로 조성주는 올 한해 최고의 테란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 과연 조성주가 이번 시즌 부진을 극복하고 GSL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2로 벌어진 모든 개인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vallen@xportsnews.com 글=박진영(GSL 해설위원)/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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