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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Talk!Talk!②] J리그의 경쟁력 - 팬과 구단

기사입력 2012.04.23 08:21 / 기사수정 2012.04.23 08:21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스포츠에서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은 유도, 스모 등 전통스포츠와 야구다. 일본에서 야구는 특히 WBC 우승, 고교야구, 해외진출 선수 등 아마, 프로, 국가대표를 아우르는 전범위적 인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 1의 스포츠 종목이다.

전국민적 문화로 자리 매김한 야구에 비해 J리그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J리그는 야구와는 다른 독자 노선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걷고 있다. 구단 별로 마케팅, 운영, 팬 등 다양한 요소를 관리하는 방법이 다른 가운데 '야구 왕국' 일본에서 J리그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J리그에서 구단과 팬의 관계는 서포터와 팀의 관계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관계가 아니라 이 둘은 자신들의 연고를 기반으로 하는 협력자로 성장하며, 리그의 질적 수준 향상을 이루고 있다. 과연, J리그의 구단과 팬은 어떤 협력으로 성장하고 있을까.

- J리그 지역 연고, 도대체 어떻길래

축구 팬들 사이에서 일본 축구 얘기를 꺼내면 항상 나오는 단어는 카가와 신지, 한일전 그리고 J리그다. 이 중 J리그는 한국 선수 및 감독, AFC 챔피언스리그, 마케팅 등으로 축구 팬들에게 하나의 얘기거리가 돼 있다.

J리그는 실력을 떠나 아시아 리그 중에서 단연 뛰어난 리그 운영으로 유명하다. 그 중심엔 ‘지역 연고제’의 성공적 정착이 큰 몫을 했다. J리그의 연고지 정책은 어떻게 이뤄질까.

J리그는 팀 창단시 필수 기재사항에 세부 연고지역을 둔다. 이 의미는 단순히 어느 도시만을 연고로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구체적 영업 지역을 뜻하는데, 예를 들어 ‘가시와 레이솔은 치바현 가시와시 일대 2개시를 포함한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세부 연고지역은 같은 지역의 타 팀과 차별화할 뿐만 아니라 연고 지역 거주민들에게 ‘우리가 이 지역의 대표팀이다’라는 사명감을 부여한다. J리그 구단들은 이 기준에 따라 지역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설정된 세부 연고지에 따라 구단은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한다. 축구와 관련 없는 연령대별 취미 교실(예능, 기타스포츠, 레저)을 운영하여 지역민들의 여가 생활을 주도하거나 서포터와 함께하는 봉사단을 구축해 길거리 청소, 지역행사 운영요원 등으로 참여한다. 즉, 찾아가는 서비스로 성적에 관계없이 ‘우리팀’, ‘내 팀’이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서포터와 함께하는 클린 운동 출처: 가와사키 프론탈레 공식홈페이지)


또 지역 상권과 제휴 관계를 통해 팀은 경기일정, 팀 뉴스를 알리고 지역 상인들은 '팀 네이밍권'을 통해 도시락, 특별 세트 메뉴 판매, 원정경기 스크린 응원장소로 활용할 권한을 얻는다. 이 같은 제휴는 지역 상권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팀의 소소한 소식까지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를 불러 일으켜 지역민들을 경기장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관중수 집계에서도 J리그는 라운드마다 평균 1만5천명 가량 유치하는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1부리그 18개 구단중 12개 구단이 1만 5천명 이하 수용이 가능한 중소 경기장을 사용하며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4만명 이상 수용 구장을 사용하는 요코하마 F마리노스, 우라와 레드, 알비렉스 니가타, 곤사도레 삿포로, FC도쿄, 감바 오사카 등도 평균 1만 8천~2만 5천여명의 관중이 들어오는 등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2002 한일월드컵에서 사용된 구장 중 이바라키, 고베, 니가타등은 구장 축소를 통해 수용인원을 줄였다).

특히, 중소구장을 사용하는 구단 중 지난해 최고의 성장을 거둔 가시와 레이솔은 1만 4천석 수용규모의 히타치 가시와 스타디움을 사용함에도 4천여명의 충성적인 시즌 회원권을 구입한 팬들이 있어 탄탄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J리그는 지역 연고제가 지역민과 팀이 만들어가는 ‘우리팀’ 효과를 가져오며 꾸준한 관심, 튼실한 관중동원,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으로 이어지며, 일본 내에서도 성공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J리그 구장 인근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드려는 노력 출처: J리그 공식 홈페이지)


- 팬들의 열정이 우리팀 경기를 보게 한다

J리그의 TV 중계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리그 중계를 담당하는 케이블 채널이 있지만 공중파 중계는 다른 형식으로 결정이 된다.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케이블 채널 시청을 위해서는 패키지가 아닌 채널 단독 구입을 해야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J리그는 객관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바로 팬들이 채널 구입시 자신의 지지팀을 기입하도록 한 것인데, 이것은 연맹의 중계권료 분배 시에도 활용된다. 인기가 높은 팀일수록 공중파 중계에 배정되는 등 정확하고 공정한 방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비인기 구단의 팬들이 단체로 채널을 구입해 자신의 지지팀 이름을 기입하면 해당 구단의 중계권료 배정에 큰 혜택을 받게 되며, 공중파 중계에도 우선 배정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팀들도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채널 구입을 권유하고 있으며, J리그 각 구장은 채널 판매 부스가 마련될 정도로 중계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J리그 사무국이 대표자가 되는 것이 아닌 조력자로서 구단들의 자생을 촉구하는 의미와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이처럼 팬, 구단, 연맹 중 한 곳에 치우친 중계권 해결이 아닌, 모두가 나서서 시장 규모를 키우는 모습은 한국에도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인기는 얻는 것이 아닌 만들어가는 것

연맹, 구단이 자신의 처지에 맞는 방법을 실행하는 J리그의 독자적 생존법은 저절로 '얻는 인기'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기'임을 증명하고 있다. 여전히 일본에서 야구가 부동의 '넘버원' 스포츠지만 구성원 모두가 협력자가 되어 당장 내일의 관중 보다 우리의 팀, 팬을 만들려는 J리그의 사례는 한국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역사적 특성상 국가 보다는 지역색이 더 강한 배경 때문에 지역 연고제, 맞춤형 컨설팅에 적합한 상황으로의 전개가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타 스포츠의 성공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려 노력했다는 취지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유명가수 초대, 특정 경기가 아니면 관심 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있는 K리그는 특정 상황에 의존한 단기적 팬 동원 보다, 스스로의 자생 방법을 찾아가야 할 때임을 옆 나라 일본에서 배울 수 있다. 특히, 구단은 팬을 단순 응원하는 사람, 유니폼을 사주는 그룹으로 의식하진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진심을 가지고 다가갔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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